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위원장 전병금 목사)가 7월의 ‘주목하는 시선 2016’으로 청와대의 신보도지침 논란을 빚은 ‘이정현 녹음파일’을 선정했다. 

NCCK 언론위원회는 1일 “‘이정현 녹음파일’은 자유로운 언론보도 실천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현안임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87년 체제에서 극복됐어야 하는 ‘보도지침’이 여전히 살아있는 현실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지난 6월30일 폭로해 파문을 일으킨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세월호 보도개입’은 청와대 등 정치권력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공영방송의 보도과정에 개입해 왔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관련기사 : “방송이 지금 해경을 밟아놓으면 어떻게 하겠냐고요”)

NCCK 언론위는 “언론의 역할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진실보도이며 전문가인 언론인 스스로 ‘무엇이 중요한가?’를 판단해 보도하도록 방송법 제4조는 편성의 독립성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보도과정에 개입한 이정현 전 수석은 스스로 ‘부도덕한 나의 불찰’이라면서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언론은 ‘홍보수석이 그런 일을 하는 자리’라고 불의를 제도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왼쪽)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사진=미디어오늘, 연합뉴스
1986년 ‘말’지를 통해 폭로된 보도지침 사건은 1980년대 정두환 정권이 얼마나 철저하게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권력에 종속된 언론이 어떻게 정권에 부역하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렸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와 문화공보부에서 보도지침을 언론사에 직접 하달해 중앙지의 보도지침 이행률은 77.8%, 정부기관지는 92.9%에 달했다.

언론위는 “그럼에도 여전히 ‘신보도지침’은 공영방송을 통해서 남아있어, 우리사회가 여전히 87년 체제에 머물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6월 항쟁을 통해서 형식적인 민주주의는 가져왔지만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정치와 ‘경제살리기’라는 시장만능주의, 운동논리가 정치를 지배하면서 진영논리와 이념갈등, 선출된 권력의 권력남용과 독재적 발상을 과정으로 추인하는 무기력한 제도가 ‘신보도지침’의 등장을 가능케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언론위는 KBS가 청와대 보도개입 사태를 보도하지 않는 것을 비판한 KBS 기자를 지방 발령낸 것 등에 대해서도 “공영방송 경영진은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권력의 불의한 개입을 허용하고 그것에 순응하고 있다”며 “누구든 ‘신보도지침’에 저항하는 작은 몸부림이라도 시도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개탄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언론위는 “‘이정현의 녹음파일’은 우리사회의 소통과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민주주의의 족쇄”라며 “이러한 ‘비정상’을 정상으로 받아들이면, 밀양과 강정에서 그리고 진도와 성주에서 발생한 사건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나팔만 남은 오케스트라’를 공영방송이라고 부를 순 없다”고 덧붙였다.

‘이정현 녹음파일’과 함께 NCCK 언론위 7월의 ‘시선 2016’으로 세월호 특조위 활동 보장을 위한 ‘민변 24시간 릴레이 단식-법대로 하자’와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 진통을 보며 기획된 공연 ‘6030 티켓’, 근본적인 세입자 보호 대책 부재라는 과제를 안겨준 ‘신사동 곱창집, 우장창창’, 연극인들이 검열의 문제를 드러내며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시작한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 등이 논의됐다.

앞서 NCCK 언론위는 지난 6월 언론상 제정과 함께 첫 수상작으로 서울 구의역에서 안전문 공사를 하다 숨진 19살 비정규직 ‘김군의 가방’을 선정했다. (관련기사 : NCCK 언론위 이달의 언론상에 구의역 ‘김군의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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