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실제로 중국과의 방송 제작 교류가 중단되거나 미뤄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중국 정부의 비공식적 조치가 내려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과 중국 간 방송 콘텐츠 합작 계약이 미뤄지거나 아예 중단되는 경우들이 늘고 있다.

중국 방송국과 꾸준히 공동제작 교류를 이어왔던 한 한국 방송 콘텐츠 제작사는 제작을 준비하던 한 프로그램의 중국 방송이 미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해당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합작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었고 제작 스케줄을 잡아야 해서 구체적 계약 시점을 (중국 방송사 측에) 물어보자 ‘사드 때문에 방송 편성이 지연될 것 같다. 한국 쪽과 합작하는게 지금은 힘들다. 분위기를 좀 봐야 한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우리 뿐만아니라 주변에 이런 식으로 계약이 지연되거나 아예 중지가 된 사례가 몇 곳 있다. 그 제작사들은 물론 사드 때문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사드 배치 이후) 이런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중국 상황에 밝은 한 한국 방송사 관계자 역시 “중국 제작사들이 (사드 반대에 강경한) 중국 정부의 입장에 맞춰 자세를 낮추려는 분위기가 있다. 사드 배치 이후 파기까지는 아니지만 계약서를 주고 받고 사인을 하는 단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늦춰지고 있다”고 밝혔다.

▲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텐센트에서 방송된 중국판 '냉장고를 부탁해'의 방송 화면.
이러한 정황은 최근 한국 콘텐츠 업계에 도는 소문과 맥락이 맞닿아있다. 업계에서 도는 소문에 의하면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 자체를 금지하거나 이미 방송 허가가 난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출연한 장면을 편집해서 방송하거나 인터넷으로만 방송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 중국 방송국에서 한국 방송 콘텐츠 판권 구매 협상을 일시적으로 중지한다는 내용도 나왔다.

공연계에서는 중국에서 인기있는 한국 가수들의 8월 이후 현지 공연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는 전언도 흘러나온다. 소문에 의하면 이러한 내용의 중국 정부 차원의 지시는 비공식적으로 중국의 각 성 방송사에 하달됐다.

다만 위성 방송국이 아닌 뉴미디어 플랫폼인 유쿠투도우나 아이치이 등에는 전달된 바가 없어서 이들 사업자들은 분위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말도 덧붙여졌다. 또한 이러한 조치는 한중 관계가 호전되면 완화될 수 있다는 언급도 포함됐다.

한국 콘텐츠 업계 등 복수의 관계자들은 사드 배치 이후 일각에서 우려했던 중국의 경제에 대한 ‘비공식적인’ 보복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정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비공식 루트로 중국 각 성 내에 지침이 전달됐다. (이러한 상황이) 사실상 기정사실화 된 것 같다”며 “한국 제작사와 방송 사업자들도 중국 쪽에 의존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 지침으로) 아마 단기간에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사드 배치 보복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현재 중국에서 방송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인 광전총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송 관련 지침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찾을 수 없다. 만약 실제로 이러한 조치가 있었다하더라도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제재를 명시적으로 언급할 경우 양국 간 외교적 사안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다만 올해 초부터 외국 방송 프로그램 의존도를 낮추려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실제로 지난 6월20일 광전총국은 외국 방송으로부터 판권을 사들인 프로그램의 황금시간대 편성을 제한하고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늘리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광전총국 지침으로 중국 내에서 방영되는 해외프로그램 편성 규제를 내린 내용은 있지만 이후에 비공식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출연을 금지하거나 편성을 막는다는 등의 내용은 금시초문”이라면서도 “중국과 한국이 공동제작 협정을 맺어 한중 공동제작물을 해외물로 보지 않게끔 하는 협정 체결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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