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러시아의 보복 가능성을 논평했다가 보도본부 밖으로 전보된 KBS 해설위원과 간부들을 비판했다가 제주발령을 받은 KBS 기자와 관련해 고대영 사장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KBS 이사회는 지난 27일 오후 정기이사회에서 KBS의 15일자 인사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이인호 이사장을 포함한 여당 이사들의 반발로 ‘부당인사 시정 요구’ 안건은 상정되지 못했다. 

이날 이사회에 출석한 고대영 사장은 정상적인 인사였다고 강변하고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KBS에서 논란인 인사는 두 건이다. 먼저 지난 15일 보도본부 밖인 방송문화연구소로 발령받은 김진수 KBS 해설위원은 지난 11일 사드 배치가 가져올 중국과 러시아의 보복 가능성을 논평했다.

▲ 고대영 KBS 사장이 지난해 11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고대영 사장이 11일 임원회의 등에서 김 위원의 사드 논평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의 주장과 다름없다”, “안보에 있어선 다른 목소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 “KBS 뉴스의 방향과 맞지 않다”는 지침성 발언을 한 후 간부들이 김 위원에게 인사 조치 가능성을 통보했다고 알려지면서 ‘보도지침’ 논란이 일었다.

KBS는 지난 17일 “고대영 사장은 임원회의에서 사드 현안을 보도할 때 외교적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언급을 했을 뿐 특정 뉴스 해설을 언급한 적이 없다. 이번 사드 관련 임원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유포된 과정에 대해 진상조사를 거쳐 관련자를 사규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고자 한다”며 KBS 해설위원들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KBS 야당 추천 이사들은 27일 이사회에서 “사장이라 할지라도 방송의 공정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어떠한 시도나 행위도 용납할 수 없고, 인사권자의 단순한 의견제시라고 할지라도 방송 취재·제작자에게 강한 압박이나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고 사장은 “‘외교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관영매체를 그대로 인용하지마라’는 발언을 했을 뿐”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야당 이사들은 고 사장의 ‘사드 보도지침’ 논란과 관련해 이사회가 관계자들의 진술을 들어보자는 제안을 했으나 여당 추천 6인 이사는 거부했다.

KBS 안팎으로 논란을 불러온 두 번째 인사는 ‘기자협회보’ 기고를 통해 청와대의 KBS 보도개입에 침묵하고 있는 KBS 간부들을 비판했다가 제주발령을 받은 정연욱 KBS 기자다. 고 사장은 이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KBS 이사회는 21일 임시이사회를 소집해 KBS 경영진에 부당 인사 시정을 요구하려 했으나 이사장을 제외한 여당 추천 이사 6인의 불참으로 무산된 바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언론개혁시민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 관계자 20여명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사드 보도지침 규탄 및 언론장악 진상조사 국회 청문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야당 추천 이사 4인(전영일·권태선·김서중·장주영)은 28일 성명을 내어 “고 사장은 자신의 요구로 진행된 특별감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감사실이 감사를 요구한 당사자 뜻에 따른 감사가 아니라 진정으로 독립적이고 공정한 감사를 통해 문제를 제대로 석명해낼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고 사장이 KBS의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에서 우리들의 합당한 문제 제기를 고압적인 태도로 무시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사실에 눈감은 채 사장의 호위무사 역할을 자처하는 이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한 뒤 재차 부당인사 철회를 요구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언론개혁시민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 관계자 20여명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사드 보도지침 규탄 및 언론장악 진상조사 국회 청문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고 사장의 사드 보도지침 논란은 보도 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4조 2항 위반 소지가 있다”며 “KBS는 감사로 내부를 틀어막고 사장이 내린 보도지침을 뉴스와 해설에 집어넣으려는 것 같다. 이런 조치가 정부와의 교감 없이 나온 것인지 고 사장은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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