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송문화진흥회가 지난해 14억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도 방만하다고 지적받은 해외출장을 수차례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방문진(고영주 이사장) 이사들이 참여한 최근 5년간 해외출장비는 10억1300만 원으로 연평균 2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방문진 운영 예산이 5억 원이었던 것에 견주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기사 : 방문진 난투극, 생중계하면 시청률 대박 칠 텐데)

방문진과 MBC 관계자들에 따르면 특히 MBC가 영업적자에 허덕인 2014년에 방문진 이사들은 해외출장비로 5억4000여만 원을 썼고, 지난해에도 4억 원 이상이 관련 예산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방문진 총예산은 59억3000만 원이었다.

방문진은 지난해에도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이사들의 출장 경비를 과다하게 지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9기 방문진의 경우 김문환 전 이사장이 포함된 임원 해외출장에만 6억5000만 원의 경비를 썼다. 전체 임원 해외출장비는 7억5000만 원에 달했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방송문화진흥회. 사진=김도연 기자
김문환 전 이사장의 경우 방문진 내부감사에서도 무리한 해외출장과 출장보고서 미작성 등의 이유로 지적을 받았다. 김 전 이사장은 지난해 5월 영국 옥스퍼드대학 사무처에서 펠로우십 회원들에 보낸 연중 모임 안내문을 명분으로 4박5일 간 일정으로 영국을 다녀왔다. 하지만 김 전 이사장은 불과 두 달 전 ‘옥스퍼드 펠로우십 연장 계약’을 체결한다며 9일간 방문진 이사 4명 등과 함께 영국과 스페인 출장을 다녀온 후였다. 당시에도 7000만 원에 가까운 출장비가 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따르면 10기 이사회에도 여권 추천의 김광동·이인철·유의선 이사가 △선진 해외방송사 견학 △국제 방송 페스티벌 구경 △방송장비 전시회 관람 △우수 방송인 해외시찰 동행 등을 이유로 두세 차례의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엔 여권 추천 방문진 이사 4명(유의선·권혁철·김광동·이인철)이 선진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와 갈등조정 메커니즘을 연구한다며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책임연구원 3명과 함께 유럽 3개국(영국·독일·오스트리아) 출장을 갔다 왔다. 이번 해외 조사에는 3개국 방문 비용만 1억 원가량의 공금이 쓰였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MBC본부는 “공영방송 MBC 추락의 주범이자 개혁 대상인 방문진 여권 이사들이 유럽 선진국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실태를 조사하고 왔다니, 방문진의 난맥상을 잘 아는 이들로서는 그 동기가 결코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며 “방문진 예산은 공영방송의 관리·감독을 위해 쓰라고 국민들이 위탁한 돈이지 쌈짓돈이 아니며 공영방송을 지키라고 만든 방문진이 오히려 정권의 앞잡이가 돼 MBC 추락에 앞장서 온 그간의 행태도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선진 공영방송제도 조사연구 소위원회 위원장인 유의선 이사는 이번 출장과 관련해 21일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우리가 공적자금을 쓰는 것 때문에 사전회의를 하면서 (출장) 준비를 많이 했고 굉장히 빡빡한 스케줄이었는데 (노조와 일부 언론이) ‘외유’라는 알레르기적 반응으로 인격을 모독한 건 유감”이라며 “오스트리아 등 자료는 인터넷으론 구할 수 없고 그쪽 방송사 노조 등 기관도 많이 방문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기존의 보고서와 차별화된 보고서를 만들어 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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