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D·사드) 배치로 인한 동북아시아 긴장 고조 가능성을 박근혜 정부가 ‘기우’로 일축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예상 가능한 대응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긴급 현안 질의에서 “중국이 군사적 대응까지 이야기 한다”며 “중국 군부가 ‘1시간이면 폭격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은 사드 배치가 ‘미국의 괌·오키나와 주둔 미군기지 보호용’이라고 주장하며 “북한 미사일을 걱정하다가 중국과 러시아 미사일까지 걱정해야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 국방부 출입 기자들이 지난 18일 미국 괌에 위치한 앤더슨 공군 기지에 미군 관계자와 함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의 전자파 방출량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실제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직후 한국과 미국 대사를 긴급 초치했고 러시아와 함께 핵·미사일 역량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 역시 한국을 사정권에 넣는 미사일 기지 극동지역 전진 배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상황이다.

중·러의 경제 보복 우려도 제기된다. 설훈 의원은 “중국이 필리핀과 영토분쟁 때 관광객을 못 들어가게 했고 일본과 센카쿠열도 분쟁 때는 희토류수출을 안 했다. 마늘파동도 있었다”며 “중국이 (경제보복을 한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훈 의원은 이어 “지난해 중국인 600만 명이 한국에 와서 14조 원을 쓰고 갔다. 농식품 수출량이 10억 불, ICT도 900억 불이 넘는다”며 “중국이 경제보복 조치를 취하면 견뎌낼 수 있나? 전경련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정부만 안일하게 ‘안할 것’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군사·경제적 보복 우려가 제기됐다. 성주 지역을 지역구로 둔 이완영 의원은 “중국 환구시보는 이미 각 지역에서 성주군 왕래를 끊겠다고 보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사드 배치로 한미일-북중러 간 신냉전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중국에 의한 경제제재가 시작될 경우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면서도 “일본이 미국 사드 레이더를 배치할 때 중국이 반발했지만 일본 정부는 개의치 않고 추진했다. 사드 추진 의사를 단호히 밝히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중·러의 반발을 무마할 대응으로 거의 유일하게 내놨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 참석해 별다른 대화 없이 끝난 데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김경협 의원은 이에 대해 “사드 배치 이후로 중·러와 북핵 공조가 흔들리고 있다. 사드로 이렇게 시끄러운데 (중·러 양자회담 등을) 기획하지 않은 건 문제 아니냐”, “사드 배치로 중·러의 대북공제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제 관계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 국방부 출입 기자들이 지난 18일 미국 괌에 위치한 앤더슨 공군 기지에 미군 관계자와 함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의 전자파 방출량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대정부질의에 나와 “중국 군부가 뭐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중국 군부가 직접적으로 군사적 움직임을 보인 게 없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사드 배치와 관련해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역시 정부 답변자로 나서 “현재 중·러의 움직임을 미리 앞질러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병세 장관은 경제 보복에 대해서도 “(중국 언론의) 과격 보도는 중국 정부 입장이 아니라 과하게 해석할 필요가 없고 현 시점의 중국 정부 의견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중·러 고위층이 참석한 아셈에서 대북제재결의가 있었다”며 “어떤 협의체보다 강력한 대북제재를 결의했다. 우리가 자위적인 조치를 취하지만 국제사회의 유엔안보리 결의자체는 견고히 지켜나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된 사드 배치 국회 동의 필요성에 대해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금 주한미군에 여러 무기 체계가 배치돼 있고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이뤄진 무기체계 배치”라며 “(사드 배치 역시)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른 행위로 국회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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