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고를 통해 KBS보도를 비판한 기자와 KBS뉴스와 다른 목소리를 낸 해설위원에 대한 KBS의 ‘보복성 인사’가 잇따르자 구성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 본부)는 15일 오후 성명을 내고 “최근 두 건의 인사 조치는 고대영 사장이 구성원들의 저항의 목소리를 힘으로 짓밟으려는 치졸한 시도”라며 “오늘 인사 조치로 고대영 사장은 공영방송 KBS 사장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13일 기자협회보에 '침묵에 휩싸인 KBS... 보도국엔 '정상화' 망령"이라는 기고글을 통해 자사 보도를 비판한 정연욱 경인방송센터 기자는 15일 제주도 전출 명령을 받았다. 정 기자는 기고문에서“(KBS가)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 개입을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건인 양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지난 13일 정연국 KBS 기자가 기자협회보에 기고한 글.


KBS본부는 15일 오후 성명을 내고 “통합뉴스룸 국장(보도국장)이 기고문을 작성한 경위에 대해 정 기자에게 ‘사유서’를 요구하는 등 문제로 삼았는데, 본인에게 아무 통보도 없이 제주방송총국으로 인사 발령을 냈다”고 밝혔다. 정 기자는 신입 기자들이 의무적으로 하는 지역 순환근무를 마쳤으며, 경인방송센터로 발령난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았다. KBS본부는  “누가 봐도 기자협회보에 기고한 글을 문제 삼은 보복 인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수별 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경인방송센터 평기자 9명이 성명을 낸 데 이어 보도본부 33기 기자 20명과 39기 기자 28명 전원, 41기 기자 27명 전원도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33기 기자들은 “누가 봐도 보복이 아닌가. 인사권 운운하기엔 너무 치사하지 않은가”라며 “주먹질도 링 위에서 해야 하지 않나. 지역국이 잘못 하면 보내는 유배지인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진수 KBS 해설위원은 11일 아침뉴스광장 해설을 통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러시아의 반발과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 구도를 생각해야 한다“고 밝힌 이후 18일자로 방송문화연구소로 발령 받았다. 노조에 따르면 국장단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ㄱ해설국장이 해설위원들을 모아놓고 전날 임원회의 전달사항이라며 해당 방송내용에 대한 고대영 사장의 불만을 전했다.

▲ 김진수 KBS 해설위원의 11일자 KBS뉴스해설
KBS본부는 “김인영 보도본부장은 다음날 김 위원을 불러 인사조치를 언급했다”면서 “이에 우리 노동조합이 오늘 긴급 성명을 내며 고대영 사장의 부당한 ‘보도개입’과 ‘인사 조치’ 시도에 항의했지만 결국 회사는 보란 듯이 인사를 내 김 위원을 보도본부 밖으로 쫓아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ㄱ해설국장은 15일 입장문을 내고 “사드 문제에 대한 고민과, 깊이 있고 신중한 해설이 필요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해설 국장인 제가 해설위원실 회의 때 별도로 말한 것”이라며 “아침 국장단 회의에서 두 해설위원이 지적을 받았다는 내용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KBS 역시 고대영 사장 차원의 보도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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