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방문 도중 주민들에게 봉변을 당했다. 정부가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아 주민들이 분노한 것인데, 공영방송 KBS와 MBC는 주민들의 입장을 듣기는커녕 ‘시위대’라 지칭하며 폭력성을 부각했다. 

지난 15일 MBC 뉴스데스크와 KBS 뉴스9는 주민을 지칭하는 표현부터 달랐다. SBS와 JTBC가 성주 군민들을 일관되게 ‘주민’이라 부른 데 반해 MBC와 KBS는 ‘시위대’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황상무 KBS 앵커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시위대에 포위돼 6시간 넘게 고립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들 보도에 따르면 시위대는 ‘폭력 시위대’였다. 뉴스데스크 보도는 이렇다. “무조건 배치 철회만을 주장하던 시위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흥분했습니다.”  “시위대는 욕설과 함께 물병·계란 등을 던졌습니다.” “시위대가 트랙터까지 동원해 총리 일행의 차량을 가로막았고” “대화와 설득 대신 물리적 충돌만 거듭됐습니다.” “경찰관들의 부상도 잇따랐습니다.” 뉴스데스크는 인터넷판 제목에 ‘폭력시위 변질’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KBS 역시 “지방 경찰청장의 이마가 찢어지는 등 공권력은 무력화됐다”고 보도했다.

▲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주민들이 총리의 차를 가로막은 상황에 대해서도 공영방송은 주민들의 과격성을 부각하는 표현을 썼다. SBS 8뉴스는 “발이 묶였다” “(주민들이) 붙잡았다”고 언급했으나 KBS 뉴스9는 “버스에 고립되는 대치상황”이라고 표현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사실상의 감금은 6시간 넘게 이어졌다”면서 주민들이 총리를 ‘감금’했다고 보도했다. 

물병을 던지고 차를 가로막은 걸 긍정적으로 볼수만은 없지만 애초에 안전문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정부가 사드배치를 결정한 게 화근이었다. 총리가 현장에서 사과를 하긴 했지만 소통하지 않고 정부  결정을 다시 한번 통보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보수신문인 중앙일보도 사설 “정부는 왜 총리가 물병세례 받았는지를 돌아봐야 한다”에서 “주민들의 저항은 이해할만하다. 사드도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국민 설득, 갈등예방, 과정관리에 소홀했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공영방송은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압권은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 모두 성주군민 탓에 ‘국가적인 위기’가 초래될 뻔 했다고 강조한 ‘덤터기 씌우기’리포트다.

▲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KBS 뉴스9는 “성주군청 앞 사태는 국가적 위기상황이나 다름 없었다”면서 “황 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은 국가안전보장회의 NSC의 핵심 위원이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제 1의 국가 안보책임자가 된 국무총리와 실무 총책임자 국방장관이 6시간 넘게 꼼짝 못하고 발이 묶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 역시 “하마터면 심각한 국정 공백이 생길 수도 있었다”면서 “한민구 국방장관이 함께 발이 묶인 상태에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중대한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국정공백이 있었던 건 아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이동로가 저지됐을 뿐이지, 경찰력이 버스를 에워싸고 버스 안에서 총리 이하 수행단이 정상적인 (보고를 받는) 상태”라고 밝혔다.

물론, 긴급상황에서 NSC핵심위원이 둘이나 빠진 상태는 큰 공백이라고 볼 수 있지만 대통령이 부재한 시기 서울을 비우고 NSC핵심위원이 둘이나 성주를 찾은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할 필요가 있다. 국정공백의 1차적인 원인은 성난 주민들이 아니라 주민들이 집단반발하는 상황에서 해외순방을 떠난 대통령에게 있기도 하다.

이날 공영방송은 SBS에 비해 황교안 총리 성주방문 관련 소식을 더욱 비중있게 다뤘다. SBS가 7~8번째 소식으로 관련 내용을 전한 데 반해 MBC 뉴스데스크와 KBS 뉴스9는 첫 소식으로 황교안 총리 성주방문 소식을 보도했다. KBS는 황교안 총리 봉변 관련 소식만 3건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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