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전 사회적 갈등이 KBS 내에서는 ‘사드 보도지침’으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본부)는 고대영 KBS 사장이 KBS 해설위원의 사드 논평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의 주장과 다름없다”, “안보에 있어선 다른 목소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 “KBS 뉴스의 방향과 맞지 않다”는 등의 말로 압박하고, 간부들이 관련 해설위원들에 인사 조치 가능성을 통보했다고 15일 폭로했다.

KBS본부에 따르면, 사건은 다음과 같다. 지난 12일 김인영 KBS 보도본부장 주재 국장단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ㄱ KBS 해설국장이 해설위원들을 모아놓고 전날 임원회의의 전달 사항이라며 11일 아침뉴스에서 방송된 ‘사드 해설’에 대한 고 사장의 불만을 전했다.

ㄱ 국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 관영 매체의 주장과 다름없다”, “안보에 있어선 다른 목소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 “KBS 뉴스의 방향과 맞지 않다”는 고 사장의 지적이 있었다는 보도본부장의 말을 전했다는 것.

▲ 김진수 KBS 해설위원의 11일자 KBS뉴스해설.
KBS 간부들이 문제 삼은 11일자 ‘KBS뉴스해설’을 보면, 김진수 해설위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사드 배치가 결정됐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대단히 거세다. 심지어 군사적인 대응까지 언급되고 있다. 여기에 사드 배치 지역으로 거론되는 지역들까지 강하게 반발하면서 앞으로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논평의 주된 내용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경제적 보복에 대한 우려와 한·미·일과 북·중·러 간의 대립 구도의 가능성 등이다. 

KBS 보도본부 간부들이 문제 삼은 KBS 논평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 2월11일에 방영된 김영근 해설위원의 논평 “국가이익이 최우선”도 ‘KBS뉴스 방향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고, 두 위원이 주의를 받았다는 것이 KBS본부가 밝힌 내용이다.

▲ 김영근 KBS 해설위원의 지난 2월11일자 KBS 뉴스해설.
김영근 위원은 이날 방송에서 “한·중교역량은 미국과 일본을 합한 것보다 많고 가장 큰 무역흑자도 중국에서 나오는 게 현실”이라며 “대외의존형인 우리의 경제적 이익과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군사안보적 이익 그 어느 쪽도 버릴 수 없다. 사드 배치 논의가 공식화됐지만 최종 결정까지는 굳이 서두를 수 없는 이유”라며 신중론을 펼쳤다.

KBS본부는 “더욱 심각한 것은 이같은 주의가 있었던 당일 오후, 이번에는 김인영 보도본부장이 주의를 받은 해설위원들을 직접 불러 수원 연수원 등으로 곧 인사 조치가 있을 것임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당장 KBS 뉴스해설의 획일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15일 KBS 뉴스해설만 봐도 ‘객원해설위원’으로 출연한 임인수 호국보훈협회 회장이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북한 핵보다 더 무서운 일”이라며 사드 배치 지지를 요청했는데, 사드 신중론과 중국‧러시아의 반발을 전했다는 이유로 인사 조치까지 단행된다면 획일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내부 구성원들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고 사장과 일부 임원들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나중에 얘기하자” 또는 “단지 안보 뉴스에 대한 원론적인 언급만 있었다”는 등의 태도를 보였다고 KBS본부 측은 전했다.

▲ 임인수 KBS 객원해설위원의 15일자 KBS 뉴스해설.
KBS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방송사업자 위치에 있는 사장이 특정 뉴스와 해설에 대해 시시콜콜 시비를 건다는 자체가 이미 ‘보도의 독립성’ 침해이자 방송법 위반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시비 거는 것을 넘어 해설의 내용과 방향이 사장 맘에 안 든다며 인사 조치까지 내리려하는 것은 위법을 넘어 30년 넘게 KBS 뉴스에 몸 바쳐온 기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사드’ 문제에 대한 ‘보도지침’이 현실화됐다는 데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KBS 측은 언론노조 KBS본부 성명이 나온 후인 15일 오후 “고대영 KBS 사장의 11일 오전 발언은 지난 8일부터 나온 KBS ‘9시뉴스’ 보도 등에 대한 원론적인 얘기였다”며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해 원론적인 차원에서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팩트에 신중을 기하자’는 취지의 발언이었을 뿐 특정 해설위원에 대한 논평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KBS 측은 “본부노조가 보도지침을 운운하는 것은 사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며 “해설위원들에 대한 인사도 인사위에 따른 조치인 것이지 사장의 문제제기가 원인이 됐다는 주장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기사 추가 : 2016-07-1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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