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보도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치권에 이어 언론인, 언론학자들도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중앙집행위원회는 14일 오후 광화문 세월호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정현 홍보수석의 녹취록에 나온 것과 같은 보도개입은 KBS뿐 아니라 주요 방송과 신문에도 있었을 것”이라며 “언론노조 1만2000명 조합원들은 청와대의 보도개입 청문회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김환균 위원장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직후 지상파 3사에 공동으로 ‘뉴스 진행할 때 진행자는 검은 옷을 입지마라’ ‘슬픈 장면을 내보내지 마라’는 지침이 나왔다. 김환균 위원장은  “지상파 3사는 서로 경쟁사인데, 똑같은 지침이 내려졌다. 컨트롤타워가 따로 있었다는 의미인데, 청와대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중앙집행위원회는 14일 오후 광화문 세월호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의 언론장악 청문회’를 열 것을 촉구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윤창현 언론노조 SBS 본부장은 “얼마 전 이정현 녹취록 사태 직후 SBS노조가 긴급발제권을 발동해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지만 자랑할 일이 아니다”라며 “당연히 뉴스에 다뤄져야 할 내용인데도 이렇게 싸워야 잠깐 보도될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리던 날 대통령은 기념식에 불참했고, 지상파3사와 YTN이 일제히 박근혜 대통령이 나오는 규제개혁회의를 생중계했다. 방송사들이 청와대와 사전 조율하면서 국민의 전파를 활용한 것으로 방송장악에 공영과 민영이 따로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당시 언론노조 SBS본부는 성명을 내고 '방송사와 청와대는 규제개혁장관회의 중계를 위해 해당 회의 시간을 2시로 옮기는 것으로 협의했다'는 사실을 비판하기도 했다.

MBC에선 세월호참사 관련 보도가 방송에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펴낸 세월호사건 보도백서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들은 ‘해경의 부실 대응을 비판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아이템, 기사 일부 문장 등을 발제하거나 쓰면 데스킹 과정에서 묵살되거나 삭제됐다’는 증언이 나온다. 

2014년 4월20일 ‘안행부 국장 기념촬영 제안 논란’, 2014년 4월23일 “80명 구했으면 대단” 해경 간부 막말 파문,  2014년 4월23일 해경 구조 혼선, 2014년 4월25일 해경 구조 동영상 은폐, 2014년 4월26일 해경 구조인력 뻥튀기 등의 아이템이 발제됐으나 데스킹 과정에서 걸러져 보도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최윤민 학생의 아버지 최성용씨는 “당시 언론을 믿고 기다렸는데, 가족들이 겪은 건 너무나 참담한 현실”이라며 “이정현 녹취록 보도를 보고 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얼마나 많은 사건사고들이 청와대 통제를 받고 있겠나. 언론노조 조합원분들이 노력해 제대로 보도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언론학자 174인도 ‘공영방송의 독립과 언론자유를 촉구하는 언론학자 일동’ 명의로 성명을 내고 “청와대의 보도통제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 언론학자는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나 이뤄지던 언론통제가 현실로 나타났다”면서 “청와대는 공영방송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 교체를 압박하는 게 홍보수석의 ‘통상적인 업무협조 요청’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군사독재 시절의 보도지침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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