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앵커 출신인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이 11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청와대의) 보도통제에 맞선 것처럼 물타기하고 있다”며 ‘메신저’를 공격하고 나섰다.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보도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정부의 보도통제 논란이 인 가운데, 언론인 출신 의원이 녹취 폭로의 주인공인 김 전 국장을 도마 위에 올린 것이다. 

민 의원은 이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부터 결산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상임위를 정쟁의 장으로 만들지 말라”고 말했다. 언론장악 진상규명 청문회 등을 요구하는 야당에 맞서 이 전 수석을 적극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민 의원은 “방송의 위력은 막강하기 때문에 거지든 대통령이든 보도가 오보라고 생각하면 시정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일부에서는 방송법 위반이라고 주장하지만 해경이 언론에 대응할 시간이 없으니 상황이 종료된 뒤 해경을 질책하라는 충정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 의원은 “(야당 등은) 공영방송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이라고 주장하지만, 녹취록을 들어보면 이 전 수석이 불과 20~30초 사이에 봐달라는 얘기만 8번 한다. 보도 애원이나 구걸만 있을 뿐 보도통제는 없던 것”이라고 말했다.

▲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의 KBS 앵커 시절의 모습. (사진=KBS)
지난달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가 공개한 ‘이정현 녹취록’에는 이 전 수석이 당시 보도책임자인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노골적으로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고 말하는 등 KBS의 해경 비판 보도에 개입한 정황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됐다. 

민 의원은 김 전 국장의 녹취 행위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는 최성준 방통위원장에게 “녹음이 되고 있는 걸 인지하고 있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태도가 같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최 위원장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민 의원은 “통화된 내용을 보면 일상의 통화라고 보긴 힘들다”고 말한 뒤 “이번 사태는 김 전 국장의 보직해임 무효소송에서 불거진 것”이라며 “세월호 사고를 교통사고에 비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월호 유족들이 반발했다. (이 때문에 물러난 것인데) 김 국장이 보도통제에 맞서다가 자리에서 물러난 것처럼 물타기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전 국장은 지난 7일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KBS 사장을 선임하는 지금의 제도를 이대로 놔둬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폭로 이유와 목적을 밝힌 바 있다. 민 의원의 주장은 김 전 국장의 폭로 목적이 사적인 데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다른 새누리당 의원도 김 전 국장을 문제 삼았다.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이런 식으로 (김 전 국장이) 폭로하는 건 위상에 맞는 처신이 아니”라며 “어떤 의도로 녹음했는지 모르지만 한참 지난 뒤에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내 아들이었다면 그렇게 가르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언론이 우리 사회에서 갑 중의 갑”이라며 “진실에 있어 언론은 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언론으로부터 피해받는 사람들을 어떻게 구제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이 전 수석을 두둔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보도통제’로 규정하고 있다. 김성수 더민주 의원은 “보도에 대한 명백한 간섭”이라며 “대통령이 KBS 사장을 임명하는 구조에서 청와대는 보도국장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빼달라’, ‘다시 녹음을 해달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보도국장을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더민주 미방위 간사인 박홍근 의원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번 녹취 사태에 대해 ‘홍보수석의 통상적 업무’라고 했는데 이는 청와대가 일상적으로 방송에 관여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방통위원장은 (보도통제 여부를) 판단할 자리에 있지 않다”, “발언의 한 부분만 가지고 판단할 것은 아니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사안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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