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직후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간 통화 녹취 파문이 4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KBS 뉴스는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방송과 달리 신문 언론들은 ‘독재정권’ 시절을 연상케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BS는 보도물이 아닌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만 “‘이정현 녹취록’ 두고 與 ‘지켜봐야’ 野 ‘청문회 추진’” 등을 다룰 뿐이다. 

MBC도 폭로 첫날인 지난달 30일 메인뉴스 뉴스데스크 말미에서 보도한 것 외에는 영상이 아닌 인터넷 뉴스 “운영위, 靑 ‘세월호 보도축소 압력 논란' 공방”, “이정현, 세월호 축소보도 논란 ‘홍보수석 역할이었다’”뿐이다. 

이마저도 정치권의 공방으로 처리하거나 해명에 방점을 찍었다. 

SBS는 30일 메인뉴스 8뉴스를 통해서 첫 소식을 전한 뒤 7월1일 7번째 꼭지 <‘세월호 보도 개입’ 논란… 野 청문회 추진> 등을 제작해서 전했다.  

지난 1일 온라인 콘텐츠 ‘비디오머그’를 통해서 이 전 수석을 두둔하는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회 운영위 발언을 전했고, 누리꾼들은 무책임한 청와대 해명에 공분했다. 

▲ 경향신문 7월1일자 1면.
방송이 ‘이정현 녹취록’을 정치권 공방 정도로 치부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제2의 보도지침’이라 불리며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신문 언론들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심각하게 바라봤다.

경향신문은 1일부터 ‘KBS 보도 통제’ 특집 지면을 꾸리면서 세밀하게 파헤치고 있다. 

1일에는 김 전 국장과 이 전 수석의 녹취록(2014년 4월21일, 4월30일분)을 실었고, 2013년 길환영 전 KBS 사장의 보도 개입 일지(‘김시곤 비망록’) 등을 전문으로 게재했다.

2일치 1면에서는 ‘이정현 녹취록’에 대해 “홍보수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협조를 구했던 것”이라고 말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74)의 1일자 해명을 “보도 압력을 ‘업무 협조’로 축소‧왜곡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경향신문 1일자 3면.
또 김 전 국장의 ‘양심선언’을 이끈 김주언 전 KBS 이사를 인터뷰해 녹취가 공개된 맥락을 부각했고, 사설(“KBS 보도통제가 홍보수석 본연의 임무라는 청와대”)을 통해 “이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방송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4일에는 이 전 수석의 해명이 ‘거짓말’인 이유를 제시했다. 

이 전 수석은 “홍보수석으로서 위기상황에서 언론에 협조를 구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했지만, 김시곤 비망록을 보면 그가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2013년 5월13일에도 김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 방미 성과를 잘 다뤄달라”고 압박‧요구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도 4일까지 ‘이정현 녹취록’을 보도하고 있다. 한겨레는 이날 “청와대 보도개입이 그를 내부고발자로 만들었나”라는 칼럼을 통해서 보수성향의 김시곤 전 국장에 대해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한 그의 성격적 측면이 ‘보도 개입’과 같은 억압적인 환경을 만나자 ‘내부 고발’에까지 나서게 된 것 아니냐는 풀이가 지배적”이라고 분석했다.

▲ 한겨레 4일자 2면.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4일자 사설(한겨레 “‘이정현의 KBS 압력’은 수사 필요한 범죄 행위다”, 한국일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시급성 인정한 ‘이정현 녹취록’”)을 통해 각각 검찰 수사 및 청문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 등 진보·개혁 성향의 신문뿐 아니라 보수 신문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지난 2일자에서 동아일보, 세계일보, 중앙일보는 일제히 사설(동아 “청와대의 KBS ‘세월호 보도’ 간섭은 경계수위 넘었다”, 세계일보 “청와대, KBS 보도개입 의혹이 강 건너 불인가”, 중앙 “아직도 청와대가 공영방송 뉴스 제작에 개입한다니…”)을 통해 이 전 수석의 보도 통제 행위를 비판했다.

▲ 동아일보 2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홍보수석이 하는 일 중에는 중요한 언론 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의견을 언론에 전하는 역할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의견 전달이 아니고 무엇을 빼고 바꾸라는 식이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 전 수석의 발언은 때로 경계수위를 넘은 것처럼 보인다”며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 4조 위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KBS 사장은 KBS 이사회가 임명하고 KBS 이사 11명 중에 정부 여당 측 추천 인사가 7명이 된다”며 “이 전 수석이 김 전 국장에게 항의하듯 전화한 것도 사장 인사권을 청와대가 쥐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는 “부덕한 나의 불찰이다. 죄송하다”고 고개 숙인 이 전 수석을 나무랐다. 이 신문은 “그런 정도의 사과로 파문이 가라앉을 것으로 여긴다면 오산”이라며 “녹취록 파문은 충성 경쟁에 혈안이 된 친박계의 민낯을 재확인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중앙일보 2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공영방송은 정권의 홍보 방송이 아니다. 20대 국회는 정권의 방송 장악을 막고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영방송 정상화 입법에 나서야 한다”며 20대 국회 야3당과 동일한 논조를 보였다.  

중앙은 또 “언론 통제나 회유로 이어질 수 있는 물밑 활동은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대통령을 언급하며 호통치고 애원하는 홍보수석의 모습에선 인사에까지 개입하던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어두운 그림자마저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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