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의 바이닐(LP) 시장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 음반 소매상들이 "현대카드가 음반소매점을 운영하는 한 영세 음반소매점과의 ‘상생방안’은 존립할 수 없다"며 매장 폐점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는 1일 오전 성명을 발표해 "프로운동 선수가 유치원생과 경기를 억지로 밀어붙이다가, 유치원생이 불공정하다고 비명을 지른다. 그러자 프로운동선수가 아주 자상한 ‘상생적’ 표정을 지으며 ‘한 손은 접어줄게’ 한다고 이 둘이 ‘상생’할 수 있는가"라면서 "재벌기업이 음반소매점을 운영하지 말고 폐점하라는 것이 우리의 일관되고 물러설 수 없는 요구"라고 주장했다.

▲ 지난달 24, 25일 수도권의 LP 음반 소매점주들이 바이닐&플라스틱 건물 앞에서 현대카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사진=SETE RECORDS 인스타그램

앞서 현대카드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LP 소매상에 대한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중고 LP 판매 중단 △현대 M카드 할인율 20%에서 10%로 축소 △전국판 음반 판매점 소개 지도 제작 및 배포 △인디/유명 뮤지션 바이닐 제작 지원 등이 골자다. 현대카드는 “‘교보 핫트랙스’ 주요 매장에서도 중고 바이닐을 취급하고 있어 불협화음을 예상치 못했다”며 “바이닐 음악에 대한 새로운 체험이라는 설립 취지와 중소 판매점과의 상생을 위해 중고 바이닐 판매를 중단한다”고 말했다.

음반소매상연합회는 이에 대해 "일부 품목(중고 LP)을 제외한다고 음반소매점이 아니냐"며 "현대카드는 스스로 음반소매상으로 전락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연합회는 "카드회원의 신상정보를 바탕으로, 매매 행위에서 얻게 될 구체적이고 생생한 소비자의 소비행태를 정보화해 이를 가공하게 되면 그 어떤 음반소매점도 버텨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대카드의 LP 판매가 중단될 때까지 반대 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상생방안이 반발에 부딪힌 데 대해 현대카드 홍보팀 관계자는 "핫트랙스, YES24 등에서도 LP를 팔고 있어서 (매장 자체에 대한) 큰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다. 핵심적으로 문제가 되는 중고 LP 판매를 중단했다"면서 "지속적으로 만나서 접점을 찾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 판매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중소 상가에 대한 상권 침해라는 지적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거듭 밝히지만 수익을 올리러 들어간 시장이 아니고 (LP 시장을 보면) 대기업이 수익을 기대할만한 시장도 아니"라면서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를 통해 LP를 문의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고 해외 아티스트를 초청할 때 그 나라의 음반판매량을 기준으로 삼는 것을 보며 음반 문화 지원의 필요성을 느꼈다. (매장은) 음반을 직접 경험하면서 즐길 수 있게 해 더 많은 사람이 음반을 듣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바이닐&플라스틱 건물 전경.

LP 음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지난 10일 현대카드가 LP를 판매하는 '바이닐&플라스틱'을 개장하며 시작됐다. 현대카드는 ‘아날로그 감성과 다양한 음악 경험을 제안하는 현대카드의 브랜딩 공간’을 만든다는 취지로 청음 공간, 라이브 디제잉 등의 시설이 들어선 LP 매장을 신설했다. 1~2층을 합해 200평이 넘는 부지에 약 4000종의 LP와 8000여 종의 CD가 비치돼있다. 현대카드 회원에겐 할인혜택이 주어졌다.

LP 소매업주들은 즉각 반발했다. 대기업이 영세한 규모의 LP 음반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그동안 소매상인들이 형성한 LP 음반 문화가 파괴되고 소매상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이유에서다. 김지윤 음반소매상연합회장은 지난달 현대카드 측과 세 차례 면담을 통해 LP 판매 시장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해왔다. 지난달 24, 25일엔 수도권의 LP 소매점주들이 바이닐&플라스틱 건물 앞에서 현대카드 규탄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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