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로 한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 한 아파트 가정 어린이집에 맡겨진 영유아들이 집단으로 장염에 걸렸는데 아이를 맡긴 부모들이 비위생적인 급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는 보도 때문이다. 

MBC는 지난해 10월6일 ‘뉴스데스크’에서 “[단독] ‘가정 어린이집’ 영유아 집단 장염, 불량급식 제공”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인천의 한 아파트 어린이집으로 경찰과 구청 직원들이 부모들의 제보를 받고 어린이집을 조사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냉장고를 열어보니 유통기한을 이틀 넘긴 어묵, 나흘 지난 우유가 줄줄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MBC의 해당 보도는 관할 구청과 경찰서로부터 사실이 아니었음이 확인됐다. 한 가정의 두 아이가 장염에 걸렸을 뿐 집단 장염이라고 보기 어렵고 어린이집의 음식이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이에 따라 언론중재위원회도 지난해 12월21일 “관할 구청 및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어린이집의 급식 때문에 장염이 발생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MBC가 정정보도할 것을 결정했다. 

그러나 MBC 측은 중재위 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이의신청하면서 이 사건은 자동으로 법원 소송으로 넘어간 상태다. 

 지난해 10월6일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중재위 결정문처럼 이 사건을 수사한 인천서부경찰서는 지난해 11월 “(해당 어린이집이 불량급식을 제공했다는) 아동학대 혐의점을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발견할 수 없고, 혐의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내사 종결 처리했다. 

인천서구청 역시 MBC 보도가 나간 다음날 MBC 측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서구청은 불량급식으로 집단장염이 발생했다는 MBC 보도 영상(지난해 9월24일 촬영)에 대해 “유통기한 경과 식품으로는 우유(2015년 9월20일까지), 어묵(2015년 9월22일까지)인데 아동의 장염 발생은 8월21일이고 장염 발생 아동 2명(남매)은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한 가정의 쌍둥이 남매만이 장염에 걸렸으므로 집단 장염도 아닐뿐더러 장염 발생도 MBC 보도에 나온 어린이집 음식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게 구청과 경찰의 결론이다.

결국 MBC는 어린이집 음식 때문에 아이가 장염에 걸렸다는 일방적인 주장만을 전달하면서 ‘집단 장염’ 발생 여부도, 어린이집 음식과 장염의 인과관계도 전혀 밝혀내지 못한 채 무책임한 보도로 한 어린이집을 폐업에 이르게 만들었다.

MBC는 또 “원아가 20명이 넘는 어린이집은 수시로 지자체의 위생 지도와 점검을 받는 반면, 20명 이하의 소규모 어린이집은 지자체 급식 등록 의무마저 없다”고 보도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인천서구청은 “민간 및 가정 어린이집은 2년에 1회 급식 관련 정기점검을 하지만 인천시는 매년 1회 하도록 하고 있으며 민원이 발생하면 수시로 전반적인 부분을 점검한다”며 “대규모 시설은 민원이 많아 자주 나가게 되는데 20명 이하는 아무래도 민원 발생이 적으므로 덜 나간다”고 해명했다. 또한 1년에도 수차례 부모 모니터링과 평가인증 확인점검 등을 받는다는 게 어린이집 원장의 설명이다.

MBC 보도 이후 문을 닫게 된 어린이집의 최아무개 전 원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 나오긴 했지만 주방은 관리하는 교사가 따로 있어 거의 신경을 안 썼고, 한 달 넘게 보관 중인 떡도 아이 생일잔치 때 보육교사가 받은 건데 간식으로 주지 않았음이 경찰 조사에서도 확인됐다”며 “내가 어린이집을 인수한 지 석 달밖에 안 됐는데 기사에 나온 보육교사들과 관계가 안 좋아져서 벌어진 일임을 나중에 부모들도 알게 됐지만, 이미 MBC 보도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MBC는 보도 과정에서 어린이집 원장의 반론권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 MBC 측은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보도가 나간 당일 원장을 취재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원장이 인터뷰를 거부했다”며 “원장의 남편이 취재 기자에게 연락을 했으나 그는 여러 가지 취재 내용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거나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지금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요청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전 원장은 “그날 MBC 기자가 아파트를 찾아와서 경비원이 쫓아낸 게 아니라 경비원을 통해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전달했다”며 “남편이 기자와 통화해서 ‘경찰 조사가 나온 다음에 보도해도 늦지 않는 것 아니냐’며 보도를 유예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날 MBC 리포트에도 원장 측의 해명이나 반론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MBC 측은 해당 리포트에 대해 “가정 어린이집 급식의 위생 상태를 보도하기 위한 것이었고, 방송에서 원장과 원장이 운영하던 어린이집이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방송 내용은 모두 진실이고 원장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으며 MBC는 원장에게 충분한 반론 기회를 보장했다”고 주장했다.

MBC는 ‘인천의 한 아파트 가정 어린이집’이라고만 보도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이 어린이집은 보도 직후 해당 아파트와 주민들에게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대기 영유아가 5~6명 정도 있었는데도 결국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됐다. 아무리 공익적인 목적의 보도일지라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충분한 취재 없어 무리하게 보도했을 경우 심각한 공적 피해를 양산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2012년 7월25일 KBS도 ‘뉴스9’에서 “유치원 교사가 원생을 학대하는 CCTV 장면이 또 공개돼 원성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가 KBS가 CCTV 영상을 내보내며 3개 장면의 재생 속도를 2배 빠르게 돌려 실제로는 가벼운 신체 접촉 장면이 마치 아이를 때리는 것처럼 보이게 했음이 밝혀져 법원은 KBS 측에 정정보도와 함께 40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관련기사 : KBS 유치원생 폭행 리포트 ‘허위’ 4000만원 배상판결)

MBC 보도 피해자인 최 전 원장은 “나는 원래 항상 MBC 뉴스를 봤는데 뉴스가 이렇게 만들어지는 걸 보고 너무 놀랐고 제대로 된 사실 확인을 안 하고 이렇게 기사가 나간다면 억울한 사람이 엄청 많을 것 같다”며 “다른 어린이집 원장들까지도 피해를 보고 있어서 너무 미안하고, 한동안 밖으로 나가는 것도 너무 힘들었는데 내가 문제 있는 원장인 것처럼 낙인이 찍혀서 억울하고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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