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세계의 독자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국내 최대 출판 에이전시 임프리마 코리아의 김홍기 디렉터가 유럽·미주·아시아 지역 출판계 동향을 친절하고 재미있게 읽어준다. – 편집자 말


"과학의 발전, 더 나아가 문명의 발전이라는 것은,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에 관한 진화의 과정이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대표적인 과학철학자인 세계적 석학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 미국 텍사스대학 물리학과 교수. 그가 <최초의 3분>(THE FIRST THREE MINUTES. 한국어판 출간 : 양문, 2005년.)과 <최종 이론의 꿈>(DREAMS OF A FINAL THEORY. 한국어판 출간 : 사이언스북스, 2007년.)의 연장선상이자 그의 궁극적인 연구 주제였던 우주와 자연계의 '근원적 방정식'을 완성하기 위한 '환기'로서, 새로운 저서를 발표했다.

미국 하퍼콜린스 출판사에서 지난 2월에 출간되어 러시아와 스페인, 한국을 비롯한 14개 국가에 번역 판권이 계약된 <세상을 설명하기>(TO EXPLAIN THE WORLD. 부제 :'현대 과학의 발견'.)는 과학의 역사를 짚어가며, '현대 과학'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밀도 있고 흥미롭게 쉬운 어조로 탐구한다. 하지만 단순한 '과학의 역사'를 탐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 과학의 발전이 있기까지 그동안 우리가 등한시하거나 놓치고 있었던 주제에 대한 색다른 접근과 기술을 하고 있다.
 

▲ <세상을 설명하기>(TO EXPLAIN THE WORLD) 미국판 표지

와인버그 교수는 철학자들이 세상을 읽는 방식, 사회학자들이 세상을 읽는 방식, 그리고 과학자들이 세상을 읽는 방식이 모두 다르지 않고, 오히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역설한다.

처음에 인류가 무지하던 시절에, 모든 현상은 경이로운 신의 섭리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절대적인 존재의 의도에 따라 우주와 자연계는 움직이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이집트와 그리스를 중심으로 '문명'이라는 것이 발달하면서, 돌이 물에 가라앉고 불은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뜨겁다는 이치들을 발견했다. 그러한 발견들은 그것을 응용하는 여러 학문들의 유기적인 통합을 가져오기 시작한다. 원래 기원전에 '과학'은 철학에 속한 부분이었으며, 철학에서 다루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와인버그 교수가 <세상을 설명하기>에서 가장 재미있게 다루는 부분은 현대 과학이 극단적으로 축적된 시각에서 과거의 현상들을 결과론적으로만 탐구하는 기존의 관점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볼 수 없었던 당시의 한계적 상황의 시각에서 당시의 지식수준으로는 최선이자 최고의 결론을 도출했던 여러 과학적 발견과 탐구를 매우 극적으로 묘사하는 부분이다. 고대 아테네와 바그다드, 알렉산드리아와 중세 신학교, 근세 런던의 왕립 학교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과학자들이 도출할 수 있는 과학 트렌드의 최전선에 관해 흥미롭게 탐구해 들어간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가 오해하는 가장 근원적인 부분 중 하나는, 지금처럼 보다 사실적이고 정확한 과학적 접근과 사유가 불가능했던 당시의 관점에서 사람들은 세상에 관해 아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몰랐을 뿐 아니라 왜 세상을 이해해야 하며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치적이고 계급적인 영향이 있었지만, 세상을 신비로운 상태 그대로 두면서 신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던 시대에는 세상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없었다.

와인버그 교수가 책의 부제를 '현대 과학의 발견'이라고 제시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작가적 통찰과 연결된다. 과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의 발전 과정은 바로 '한계 저항성'과의 싸움 과정이다. 현대 이전에 '신비로운 영역'이라는 한계적 상황을 뛰어넘기 위한 패러다임이 주를 이룬 것처럼, 시기마다, 심지어 현대에도 이러한 다양한 방면의 '한계 저항성'들이 존재했다. 이 '최면'을 깨뜨리면서 과학은 축적된다.

와인버그 교수는 과학이라는 학문을 이해하는 것은 종교, 철학, 미학, 기술, 수학, 심지어 문학의 '시'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분야의 지식들의 교류와 영향 관계를 이해하고 탐구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고 주지시킨다. 이것은 꼭 '과학'에 국한해서 볼 개념이 아니며,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반드시 과학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또한 '한계 저항성'이 직전까지 완성된 과학적 이론에만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시와 문학', '미학과 예술'의 현상을 통해서도 현대 과학으로 자극받아왔음은 흥미롭다.

와인버그 교수는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이자 과학의 권위자답게, <세상을 설명하기>에서 특히 '물리학'과 '천문학' 분야를 강조하면서 의견을 개진한다. 이것은 두 학문이 그의 궁극적 연구 주제인 '최종 이론'이라는 우주와 자연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기초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와 그리스, 아랍, 중세에 이르기까지 결국 문명의 발전은 이 두 학문의 토대 위에서 진화되었다고 다양한 사례들로서 뒷받침하고 있다.

스티븐 와인버그 교수는 코넬대학을 졸업하고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컬럼비아대학, 캘리포니아대학, 하버드대학과 MIT 교수를 거치면서 소립자 이론의 표준 모형을 제시한 공로로 197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미국 국립학술원과 영국 왕립협회의 회원이며, 미국 국가 훈장을 받았고, 과학자 최고의 영예인 루이스 토마스 상을 비롯한 수많은 상과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한 미국 철학회의 회원으로서 여러 저서와 기고를 발표하고 있으며, 현재 텍사스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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