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첫 날 9개의 종합 일간지들은 전날 언론시민단체들이 공개한 ‘김시곤-이정현’ 녹취록을 모두 지면에서 다뤘다. 보수언론조차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뉴스 가치가 높았다는 것이다. 

언론단체들이 공개한 두 사람간 통화 내용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21일과 30일에 이뤄진 것이며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뉴스 편집에서 빼 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고 편집에까지 직접 개입했다. 

또 “하필이면 대통령이 오늘 KBS를 봤으니, 내용을 바꿔 달라”고 주문하거나 “이런 식으로 지금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데 (KBS가) 지금 그렇게 해경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야 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하는 등 반복적으로 김 전 보도국장을 압박했다.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왼쪽)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사진=미디어오늘, 연합뉴스)
이 전 수석은 자신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욕설을 하고 압박하다가 그것도 쉽지 않자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 한 번만 도와주시오. 국장님 나 한번만 도와줘”라며 김 전 국장을 어르고 달랬다.

‘메가톤급’ 폭로에 이 전 수석은 “평소 교분을 나누는 사이로 격의 없이 통화한다는 게 지나쳤다”며 “부족한 저의 불찰”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아래는 7월1일 주요 종합일간지 머리기사 제목 모음.

경향신문 <청와대 ‘KBS 세월호 보도’ 통제했다>
국민일보 <‘그들만의 특권’ 이번엔 내려놓나>
동아일보 <여야 특권놓기, 쇼 말고 리얼액션 보여라>
서울신문 <롯데 ‘로비 의혹’ 미래부 고위직 수사>
세계일보 <언론인도 선거운동 가능해진다>
조선일보 <의원님, 이번엔 특권 내려놓을 겁니까>
중앙일보 <황우석 이후 바이오 ‘창업 절벽’ 10년>
한겨레 <여의도 보좌관 열흘새 수십명 ‘증발’>
한국일보 <性 인식 뒤틀려도… ‘무늬만 성교육’ 고집하는 정부>

경향, 1면부터 4면까지 ‘녹취록 특집’

종합일간지 가운데 가장 인상깊은 곳은 경향신문이다. 경향신문은 1면부터 4면까지 30일 공개된 녹취록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보도통제 일지인 비망록(국장업무일일기록)을 전부 공개했다. 

관련 기사 제목들은 다음과 같다.

<“청와대 ‘KBS 세월호 보도’ 통제했다”(1면)>, <“이정현 ‘하필 대통령님이 오늘 KBS 봤네, 밤에는 바꿔달라”(2면)>, <이정현 “국민‧언론인께 죄송하다”… ‘박근혜의 입’ 별칭, 친박 중의 친박(2면)>, <길환영 “윤창중 성추문 줄이고, 국정원 댓글은 방송 말라”(3면)>, <길환영, ‘이명박 라디오 주례 연설’ 등 기획 새누리 총선 예비후보 나왔다 사퇴(3면)>, <세월호 유족 “정부에 농락당해… 권력에 휘둘린 언론에 실망”>(4면)

▲ 경향신문 7월1일자 1~2면.
경향신문은 사설 “청와대가 KBS 보도를 통제했다니, 지금 유신시대인가”를 통해 “이 수석의 발언은 KBS를 시청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권력에 대한 비판감시를 수행해야 하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정권의 홍보방송으로 착각하고 있는 청와대의 오도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수호해야 할 보도국장이 청와대의 부당한 외압에 별다른 항변도 하지 못한 채 힘없이 굴복했다는 점”이라며 “김 전 보도국장이 ‘이 선배, 솔직히 우리만큼 많이 도와준 데가 어디 있느냐’고 읍소한 대목은 한숨을 자아내게 한다. 청와대의 KBS 통제가 세월호 사태 이전부터 일상적으로 행해졌고 KBS가 고분고분 청와대 지시를 받아들여 왔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녹취록에 나타난 발언들은 그 구체적 내용을 하나하나 나열하지 않더라도 청와대가 공영방송인 KBS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며 “‘언론 장악은 가능하지 않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사실상 허언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7월1일자 3~4면.
경향은 “이 전 수석의 부적절한 처신은 단지 도덕적인 비난을 넘어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는 방송법 4조2항을 정면으로 위배한 범죄행위”라며 “특히 세월호 사고 초기부터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 정부의 책임을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은 청와대와 정부의 세월호 특조위 활동 연장 반대가 어떤 정당성도 없다는 점을 확인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또 “이제 20대 국회의 과제가 분명해졌다”며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야, 특권 내려놓기

여야 3당이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당은 리베이트 문제로, 더불어민주당‧새누리당은 친‧인척 보좌진 채용 등으로 모두 도덕성에 흠집이 난 상황에서 특권 내려놓기 경쟁에 나선 것이다.

여야는 30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논의를 위해 국회 내 특별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 특권 포기’ 등을 내놨다.

▲ 국민일보 7월1일자 1면.
그동안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고 72시간 동안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폐기됐다. 관련 규정을 없애고 대신 그 이후 열리는 본회의에 체포안이 자동상정되게 하겠다는 것.

경향신문은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8촌 이내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보좌진이 자신이 보좌하는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낼 수 없도록 정치자금법도 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이날 결정은 더민주 서영교 의원의 가족 채용으로 촉발된 갑질 논란이 새누리당까지 확산되자 서둘러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박인숙·김명연‧박대출‧이완영‧강석진 의원 등이 친‧인척을 채용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한편, 더민주 당무감사원은 국회 보좌진 ‘가족 채용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서영교 의원에 대해 지난 30일 ‘중징계’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서 의원에게 ‘자진 탈당’을 권고하는 등 강도 높은 징계를 시사했다.

조선 부실 키운 주범들, 성과급

부실기업 구조조정 실패에 책임이 있는 KDB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정부 경영평가 실적은 ‘C등급’. 정부의 성과급 기준에 따라 홍기택 전 산은 회장과 이덕훈 수은 행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성과급을 받는다.

2008년 금융위 평가가 시작된 이래 산은과 수은이 C등급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산은과 수은이 C등급을 받은 것과 연계해 기관장은 30%, 직원은 110% 성과급을 받는다.

▲ 동아일보 7월1일자 1면.
동아일보는 “홍 전 회장은 2014년 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지난해 1억8114만원의 성과급을 받은 데 이어 올해도 5530만 원을 받게 됐다”며 “2014년 3월 취임한 이 행장 역시 작년 1억456만 원을 받았고 올해는 5740만 원을 수령한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특히 홍 전 회장의 경우 3년간 받은 성과급을 모두 합치면 3억5000만 원에 이른다”며 “조선‧해운 기업의 구조조정 지연에 큰 책임이 있는 두 국책은행 수장이 기본급과 별도로 성과급 수억 원을 받아가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조선일보의 이상한 특조위 보도 정정

조선일보가 지난달 29일 1면 “세월호 특조위, 비즈니스석 해외 출장 계획 논란”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특조위가 미국 447만원, 영국 267만원 등 비즈니스 항공권 가격을 요구했다. 상임위원(차관급) 등 고위 직급뿐 아니라 출장자 모두가 비즈니스 좌석 요금을 책정한 것”이라고 보도한 것을 정정했다.

▲ 조선일보 7월1일자 바로잡습니다
조선일보 7월1일자 2면 ‘바로잡습니다’ 코너를 통해서다. 조선일보는 이 지면을 통해 “그러나 이는 ‘공무원 여비 규정’ 등 정부의 예산 관련 규정에 따른 ‘이코노미석 요금’이고, 특조위는 이에 따라 신청한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취재 경위도 설명했다. 이 신문은 “기사 작성 시 이 부분에 대해 특조위 언론 담당자와 3차례 통화하면서 비즈니스석 요금에 해당하는 액수를 신청한 이유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당시 특조위 측은 “차관급 상임위원은 정부 규정에 따라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다”, “다른 직원들도 관련 정부 규정에 따른 요금을 신청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산 요구서에는 국가당 3명인 출장자들 항공료가 모두 같은 액수로 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특조위는 지난달 29일 오후 “정부가 정하는 요금 규정(GTR)에 따라 출장자 전원을 이코노미석 기준으로 신청한 것”이라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았고, 조선일보도 사실을 확인하고 2면에 관련 내용을 정정한 것이다.

▲ 조선일보 7월1일자 2면.
흥미로운 것은 조선일보 지면 배치다. 이날 조선일보 2면은 공무원 전용 항공권 ‘GTR’ 비판 특집이었다. 정부의 요금 규정(GTR) 자체를 도마 위에 올려버린 것. 

조선일보는 2면 톱뉴스 “똑같이 뉴욕 가는데… 일반인 111만원, 공무원 421만원”을 통해 “공무원들이 해외 출장을 다닐 때 지나치게 비싼 항공권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정정의 내용을 담은 ‘바로잡습니다’ 왼쪽에 위치한 기사도 “업그레이드‧마일리지 등 모든 혜택 담겨…공무원 항공권은 ‘황금 티켓’”이었다.

조선일보는 공무원의 항공권 GTR에 대해 “공무원 전용 항공권인 ‘GTR(정부항공운송의뢰) 항공권’은 티켓 중에 가장 비싼 티켓”이라고 설명한 뒤 “국가 공무원들의 업무상 출장에는 이런 조건들이 붙은 항공권을 굳이 살 필요가 없다”며 “공무원들이 좌석 업그레이드 혜택을 받기 위해 GTR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특조위가 하는 일은 없으면서 예산만 지나치게 요구한다는 식의 보수언론 프레임이 이면에 있는 것.

박주민, 저격하는 조선일보

언론이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등은 박 의원이 세월호 집회와 관련, 종로‧영등포경찰서 서장들에 대한 개인 정보를 제출하라고 서울경찰청에 요구한 것에 대해 ‘갑질 행태’라고 규정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4면에서 “박 의원실이 요구한 자료에는 경찰서장의 인사기록카드 사본, 징계 현황, 부채·신용불량·급여 압류 현황, 친·인척 보직 현황 등 개인 신상 자료가 포함돼 있다”며 “두 서장은 특별한 비리나 범죄 혐의가 있지도 않다”고 두둔했다.

▲ 조선일보 7월1일자 사설.
이 신문은 사설 “박주민 의원, 의원 배지를 ‘만능 회초리’로 생각하나”에서는 “박 의원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으로 경찰청장을 국회로 불러내 따질 수 있는 신분”이라며 “그런 입장에서 두 경찰서장의 개인 정보를 요구했다는 것은 약점을 잡기 위한 억지이거나 협박으로 비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총선 당선 후 언론 인터뷰에서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의 한계를 느껴 정치에 입문했다’고 했다”며 “그런 꿈으로 얻은 의원 배지를 어디서나 휘둘러 혼을 낼 수 있는 만능 회초리라도 된다고 여기고 있는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세계일보도 사설을 통해 “국회 안전행정위 소속의 더민주 박주민 의원이 세월호 집회와 관련, 일선 경찰서장의 부채현황 등 신상자료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은 전형적인 갑질 행태”라고 비난했다.

▲ 조선일보 1일자 4면.
박 의원실 측은 “친인척 근무 상황은 해당 경찰서에 서장의 친인척이 부당하게 채용된 사례가 있는지 보려는 것이고 부채 명세는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공개 기준에 준해 공직 상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채무의 가능성에 대해 점검하고자 요구한 것”이라며 “서장급 기관장에 대한 자료 요청이고, 부채 현황의 경우에도 4급 이상 공직자 재산 공개에 보면 나오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언론의 ‘박주민 때리기’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30일 “세월호 특조위 활동 종료 이슈에 발맞춰 세월호 관계자를 흠집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언론들이 경찰서장에 대한 ‘갑질’인양 하지만 정작 집회 시위자들에 대한 경찰의 폭력은 외면해 모순적이라는 얘기다.

사라진 군 마트 판매 책 5종

국방부가 지난달 말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칼날 위의 역사’, ‘숨어 있는 한국현대사1’, ‘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글자 전쟁’ 등 책 5권을 군 마트에서 판매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한겨레는 “출판사 쪽에서는 대통령과 군에 관련된 부정적 서술이 군 고위 관계자의 ‘심기’를 거스른 탓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의 출판사 페이퍼로드 쪽 관계자는 “고위 관계자의 도서 시찰 뒤 윗선에서 이 책을 다시 검토해보라고 했다는 얘기가 업계 쪽에서 돌았다”고 밝혔다.

한겨레에 따르면,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의 경우 “1961년 5월16일, 박정희를 비롯한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는 서술을 통해 박정희 정권의 ‘빛’은 ‘경제성장’이고 ‘그림자’는 ‘독재’와 ‘인권유린’이라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

▲ 한겨레 7월1일자 9면.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확인되지 않은 얘기”라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도서 판매) 사업이 급히 진행돼 초기에 심의에 누락된 부분이 있었고, 나중에 훈령 기준에 위배되는 점을 발견해 해당 책들을 판매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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