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직원이 오보에 대해 손해액을 배상토록 하는 내규를 신설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사가 직원의 손배 여부와 구체적인 액수를 선제적으로 정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손해 발생에 대한 고의·과실·위법성 여부·배상범위 등 법원의 판단 영역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조처라는 내부 반발이 나온다.

연합뉴스가 29일 사내 게시판에 게시한 사규 개정 내용과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입장 등을 보면, △직원이 고의 또는 고의에 준하는 업무 해태로 인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는 회사는 발생한 손해액 전액을 배상하도록 할 수 있고 △명백한 오보 또는 업무상 과실로 인한 손해액은 2분의 1 이하 범위에서 배상하도록 할 수 있는 내규를 만들었다.

또 상무와 전무로 구성된 인사위원회가 배상금액을, 연합뉴스 사장이 감면 여부를 정하겠다는 것 등도 논란이 되고 있는 대목이다. 

이는 “직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회사 재산에 손해를 끼쳤을 때는 이를 배상한다”는 기존 복무규정을 세분화해서 내규로 만든 것이다. 

▲ 서울시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사진= 이치열 기자)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이하 연합뉴스지부‧지부장 진성철)는 이번 내규 신설에 동의한 바 없다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지부는 29일 성명을 내어 “고의성이 없는 오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물리겠다는 것은 기자들의 기사 작성권을 침해하고, 자기검열 강화, 근로의욕 저하를 가져와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신속한 보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내규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근로자는 인사고과와 징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가 배상액을 결정하기 때문에 이에 불복하기 어렵고,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 외에는 불복절차도 없다”고 비판했다. 

다시 말해 “업무상 해태나 과실 및 오보에 대한 해석과 당사자의 과실 정도, 지휘‧감독의 적절성, 징계처분의 내용 등을 경영진으로만 이루어진 인사위원회가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오보의 경우 기사 작성자인 취재 기자뿐 아니라 데스크, 에디터, 편집국장, 편집인, 회사까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기사 최종 책임자인 편집인(상무)이 인사위 구성원으로 손해액은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관계자는 30일 “사측은 ‘회사 기강 확립’ 차원으로 내규 신설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다”면서도 “오보에 대해 배상 규정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의도가 어떻든 이번 내규 신설은 취재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연합뉴스 측은 모호했던 기존의 규정을 명확하게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모든 오보에 대해 배상하라는 것이 아니라 명백한 고의나 과실에 의한 것으로 한정한 것”이라며 “노조에 취지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규정 가운데 ‘배상한다’를 ‘배상할 수 있다’로 바꾸었고, 2분의 1로 손해액 상한을 정했다”며 “손해배상에 대한 산정 주체와 범위 등을 구체화한 것일 뿐 불이익변경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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