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방송 CBS 노사가 ‘임금피크제’ 대신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CBS 노사는 지난해 12월 만 55세 이상 직원의 임금을 최대 50%(유급 안식년 제외)까지 삭감하는 ‘다운사이징 임금피크제’에 합의했다가 시니어 직원들이 ‘제2노조(CBS노동조합)’까지 결성하는 등 반발이 커지자 시행을 유보하고 제도개선 보완을 위해 1(전국언론노조 CBS지부)·2노조와 회사 간 3자 협상을 진행했다.

언론노조 CBS지부에 따르면 지난 9일 3자 협상이 마무리돼 서명식을 가졌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의 가파른 임금절벽 개선과 성과평가제 도입 등 제2노조의 제안이 대폭 수용됐다. (관련기사 : “선배들 입장 대변해줄 새 노조가 필요했다”)

CBS지부가 지난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제도개선 노사 합의서(안)’에 대한 전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조합원 239명 중 218명(91.2%)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67표(76.6%), 반대 51표(23.4%)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CBS 노사는 지난 15일 합의서에 최종 서명했다. 

▲ 서울 목동 CBS 사옥.
결과적으로 가장 쟁점이 됐던 만 55세 이상 임금피크제는 만 58세부터 근로시간단축제를 시행하기로 변경됐다. 지난해 노사 합의안에 포함됐던 만 60세 정년을 만 61세로 1년 늘리는 안도 폐기됐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만 58세 직원은 기본급 20%가 감액되는 대신 주 32시간만 근무해도 되며, 만 59세 직원은 기본급 30% 감액에 주 25시간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 명목상 2년간 임금감액은 50%지만 정부 지원금과 회사의 추가 지원금까지 더하면 실질 감액률은 16% 수준이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CBS 노사는 2019년부터 회사가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 고성과자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성과평가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기존에 논의해온 평가제가 저성과자의 임금을 깎아 고성과자에게 주는 제로섬 방식이었다면, 이번 합의안은 직원의 임금 손실이 없는 플러스섬 방식이다. 

다만 CBS 노사는 회사의 경영사정을 고려해 향후 3년간 기본급이 동결되더라도 기본급 인상요인이 생겼을 때 영업이익에 따른 성과급을 우선 배분키로 했다. 회사 임원들 또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현 임기 내에 임금을 매년 15%씩 삭감하기로 양보했다. 사측은 책임보직간부 총원도 15% 줄여 오는 9월 재단이사회에 조직구조 개편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역피라미드형의 고질적인 인력구조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10년간 자연감소인원(퇴직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규직 인력을 충원하기로 노사가 약속했기 때문이다. 

CBS지부는 “기존에는 경영상황과 사장이 누구냐에 따라 정규직을 뽑을 수도, 안 뽑을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매년 공채를 시행하게 됐다”며 “향후 10년간 160여 명이 정년퇴직하게 되는 상황을 고려해 한해에 15명 안팎의 직원을 뽑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시간단축제로 인한 인력 공백을 인력 충원으로 해소하고, 기존 직원들에게 업무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