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을 연출하는 민철기 PD가 회사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쌀집아저씨’ 김영희 예능PD가 중국으로 진출하며 퇴사한 것을 비롯해 벌써 10여 명의 예능PD가 줄줄이 MBC를 떠나고 있다. 

민철기 PD의 퇴사 이유와 퇴사 후 행보에 대해선 아직 공식적으로 알려진 게 없지만, MBC 관계자들에 따르면 MBC 예능국 간부들의 압박과 좋지 않은 사내 분위기, 개인적 사정이 겹쳐 그가 사직을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지난해 12월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여의도클럽 송년회에서 '올해의 PD상'을 수상한 민철기 PD(좌)와 백종문 여의도클럽 회장(MBC 미래전략본부장, 우). 사진=MBC 블로그
김영희 PD는 MBC를 떠나기 전에도 MBC의 ‘인재 유출’ 문제에 대해 “내가 입사한 90년대만 해도 자율성과 독립성은 정말 엄청날 정도로 보장돼 있었고 그 자체가 비전이었다”며 “하지만 이 바닥의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PD들이 자율성과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졌고, 실패해 볼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12월 MBC 라디오PD에서 교통방송(tbs)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찬형 전 MBC PD도 “지금 MBC는 좋은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들어서 내보낼 환경도 아니고 실제로 저널리즘 정신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 안타까웠다”며 “능력 있는 후배들이 제작 현업 부서가 아닌 쪽으로 너무 많이 밀려나 있는데 전혀 개선될 기미가 안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영희 PD 퇴사 후 MBC 예능국의 ‘무한도전’과 ‘라디오스타’ 등을 연출한 이병혁, 김남호 PD가 MBC를 떠났고, 11월에는 손창우 PD(무한도전)가 tvN으로 옮겼다. 중국에서 방송 콘텐츠 제작사를 차린 김영희 PD는 지난 2월 MBC 출신으로 ‘놀러와’를 연출한 신정수 PD와 ‘우리 결혼했어요’, ‘아빠 어디가’ ‘무한도전’ 등을 연출한 강궁 PD, ‘나혼자산다’를 연출한 문경태 PD를 영입했다. 

지난 19일 방송된 ‘복면가왕’의 시청률은 12.4%(TNMS, 수도권)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1년 이상 고공행진을 이어오고 있지만, 민 PD의 퇴사로 ‘복면가왕’뿐만 아니라 예능국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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