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로 20대 국회가 재편되면서 공영방송 정상화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언론운동 진영도 정치권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는 자성이 나와 주목된다.

KBS 기자협회, PD협회, 경영협회 등 KBS 8개 협회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공영방송독립을 위한 방송법개정’ 토론회를 열고 20대 국회 개원에 맞춰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방식과 제작 자율성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모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 KBS 기자협회, PD협회, 경영협회 등 KBS 8개 협회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공영방송독립을 위한 방송법개정’ 토론회를 열고 20대 국회 개원에 맞춰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방식과 제작 자율성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김 의원은 “7 대 4로 돼 있는 KBS 이사회 여·야 구조를 7 대 6 구조로 만들고 사장 선임을 위한 특별다수제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너무 복잡하게 가지 말고 쉽게 빨리 갈 수 있는 방안으로 야권이 공조해야 한다는 언론계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도 “여야 이사진 7 대 6 구성과 특별다수제 관철과 관련해 여당과 적절하게 타협하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은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현업 언론인으로 토론회에 참여한 이강택 KBS PD(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는 지배구조 개선만 강조하는 정치권에 쓴소리를 던졌다.

이 PD는 “지배구조 개선 문제가 현재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관련법이 적용될 수 있는 사례는 당장 내년 MBC 사장 선임일 것이다. 법이 공포되고 보통 3개월 이후 시행된다는 걸 고려하면, 올해 안에 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들을 교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이 장악된 상태에서도 총선에 승리했다는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야당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토론회가 끝난 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금처럼 상황이 악화된 원인은 두 번의 자유주의 정권에서 언론개혁이 미온적이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권 내에 그런 차원의 문제의식과 성찰, 반성이 전혀 없다는 걸 지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업 언론인들도 총선 이전에는 사실상 내부 저항을 포기한 상태였다는 걸 반성해야 한다”며 “여소야대 국면에 편승해 이제와 정치권에만 기대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12년 MBC 170일 파업 당시 노동조합은 “MBC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정치권의 약속에 기대를 걸고 업무에 복귀했지만 정치권은 약속을 뒤집고 문제를 외면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언론 전문가들은 방송 종사자의 편성권과 제작권을 실효성 있게 행사하기 위해 편성규약 개악을 막는 방송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대영 KBS 사장이 편성규약을 개정하려는 움직임과는 배치된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방송사는 위에서 오더를 내리면 반드시 따라야 하는 조직이 아니”라며 “방송사 구조는 공적과업 실현을 위한 분업구조의 기업형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방송사의 경영부문과 편성부문이 구분돼야 한다는 것.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강사는 공영방송 정상화 단기 방안으로 “제작 및 편성 결정의 기초가 되는 편성규약과 관련해 보도‧제작진의 전체 의사를 모으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PD는 “편성규약이 지속적으로 현업 언론인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방송 민주화 운동의 성과인 공정방송위원회,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등 보도 견제 활동이 무너진 상황에서 편성규약을 통한 방송제작 자율화 보장이 더욱 실효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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