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세계의 독자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국내 최대 출판 에이전시 임프리마 코리아의 김홍기 디렉터가 유럽·미주·아시아 지역 출판계 동향을 친절하고 재미있게 읽어준다. – 편집자 말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언론 매체인 허핑턴포스트의 회장이자 수석 편집자인 아리아나 허핑턴(Arianna Huffington). 24개국에 번역 출간된 베스트셀러 <제3의 성공>(김영사, 2014년, 원제 : THRIVE)의 저자이기도 한 그녀가 이번에 ’잠’을 화두로 새로운 메시지를 던진다. 아리아나 허핑턴의 논픽션 신작 <수면 혁명>(THE SLEEP REVOLUTION)은 지난 4월 미국 하모니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에 머물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은 아마존닷컴의 건강과 심리 등의 분야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2007년 무렵 아리아나 허핑턴은 정말 슈퍼우먼이었다.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막 창업한 회사 허핑턴포스트를 운영하기 위해 매일 수백 통의 이메일과 전화, 미팅을 모두 소화해야만 했다. 이렇게 바쁜 상황에서 아리아나 허핑턴은 자신이 자꾸 지치고 생활하는 데 중심을 찾지 못하는 원인을 찾게 된다. 매일 과로를 하지만 잠은 적게 자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모든 무질서와 혼돈, 스트레스의 원인을 충분한 수면의 부재, ’수면 박탈’에서 찾은 아리아나 허핑턴은 자기 스스로를 치료하기 위해 잠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아리아나 허핑턴이 잠에 대해 발견한 한 가지 진리는 ’잠’이 무척 평등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숨을 못 쉬면 바로 소멸하는 것처럼, 잠을 안 자고 버틸 수 있는 생명체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잠이 필요하고, 인간은 잠이라는 행위를 존중해왔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는 바로 인간이 잠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에 따라서 진화해왔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뉴욕, 토론토, 파리, 베를린, 케이프타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문명화된 도시에서 "만성적 수면 부족"은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다. 애플의 앱스토어에는 5천 개 이상의 수면 관련 어플리케이션이 있으며, 인스타그램에는 ’잠’(#sleep)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사진이 1500만 장 이상 존재한다. 그리고 ’피곤’(#tired)이 언급된 사진은 무려 2400만 장에 이르며, 구글링을 해보면 잠과 관련된 결과물은 무려 8억 개가 넘는다. 이제 잠이라는 행위는 더 이상 무의식적 단조로운 일상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로 대두되고 인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류의 역사상 잠이라는 행위가 정신적, 육체적, 감정적으로 인간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고 과학적으로 증명하면 할수록, 우리는 잠을 좀 더 포기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만다. 잠은 절충의 대상이 아니라 절대적인 필요조건인데, 현대의 고도화된 기술 문명은 자꾸 우리에게 잠과 시간적인 타협을 할 것을 강요한다.

아리아나 허핑턴의 전작 <제3의 성공>에서 그녀는 성공의 기준을 구조적으로 새롭게 해석해서 제시한 바 있는데, 이미 여기에서도 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한 차례 논한 바 있다. 그리고 더 깊게 탐구해보면 볼수록, 그녀가 말하는 새로운 성공은 결국 잠의 양과 질로 귀결된다. 규칙적이고 의도적으로 매일 7~8시간의 숙면을 취하면 분명 마음의 균형과 함께, 더 지혜로운 의사결정과 더욱 가깝고 질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누구나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번영하고 싶으면 잘 자야 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은 잠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룰 수밖에 없는 존재다. 가장 편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 우리가 오래전부터 그것을 ’영면(永眠)’이라는 단어로 표현해온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행복하지 않은 상태, 불만족, 혼돈, 고통, 스트레스가 존재하는 상태는 우리의 잠이 불행하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세계적인 유명인사이자 ’잘나가는’ 언론사의 창업주이면서 편집자이기도 한 저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결국 이렇게 성공하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 잠을 포기해왔다. 그리고 포기된 잠의 상태와 타협을 하고 새로운 평형을 이루었으며, 새로운 일상의 노예가 되었다고 스스로 고백한다.

"남들이 부러워하고 나도 만족할 수 있는 모든 성공을 이루었고, 안정과 균형을 이뤄가는데, 왜 항상 불안하고, 피로하고, 스트레스 속에서 나는 살아야 할까?"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 그녀가 발견한 해답은 "내가 ’잠’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타협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허핑턴포스트’ 창업주의 잠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

오늘날 어쩌다 하룻밤을 충분히 숙면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밤들을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면서 편안하게 자는 것을 찾아보기란 결코 쉽지 않다. 현대의 복잡한 환경에서 이렇게 잠과 손해 보는 타협을 한 인간은 정말 중요한 것들을 잃어만 간다.

잠이 이토록 중요하지만, 깨어 있는 시간 동안 우리의 정체성과 존재가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잠을 상당히 포기하고 타협해야 하는 패러독스 위에 놓여 있다. 잠은 마치 ’풀무질’ 같아서, 잠이 없이는 아이디어도 창의력도 문제해결 능력도 발전하지 못한다. 의사결정을 내릴 때, 부족한 잠이 생과 사를 갈라놓기도 한다면 믿겠는가?

아리아나 허핑턴은 잠을 잘 이루기 위해서 결국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알고 있어야 하는지 <수면 혁명>을 통해서 일깨워주고 있다. 40% 이상의 미국인들이 평균 7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하는데, 이러한 현상이 결국 거시적 경제현상과 산업, 비즈니스, 정치와 법률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저자는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

역사적 차원에서, 산업혁명과 함께 수면시간은 극적인 타협(박탈)을 이루게 되고, 이는 결국 가시적이고 극적인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왔다. 어떻게 보면 20세기 노동운동은 수면시간의 확보를 위한 투쟁이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현대에 이르면서 인간의 뇌가 더 많은 자극을 수용하고 해석해야 하는 바쁜 상황에서 잠을 홀대하고 게으름으로 치부하면서 사람들은 더 고달파졌다.

잠은 우리의 모든 생명활동의 한가운데 존재하는 ’허브’이며, 심지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보다 어떻게 자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잠을 잘 자는 것이야말로 건강, 학습, 생산성, 성과, 승진, 승리, 성공 등 모든 문제의 궁극의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잠을 잘 때, 깨어 있을 때 자극받았던 모든 번민과 근심, 스트레스, 결정장애 등으로부터 해방된다. 잠이라는 출구를 통해 한 템포 쉬면서 우리의 정신을 새롭게 치환하고 새로운 적응 기재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수면 혁명>은 인간의 뇌와 수면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정밀하게 탐구하는 한편,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인류의 수면 패턴과 트렌드의 변화를 마치 허핑턴포스트의 기사처럼 경쾌하지만 흥미롭게 조사하고 있다.

우리가 잠을 잘 자면 성공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잠을 잘 자면 신경이 안정되어 더욱 지혜로워진다고 저자는 밝힌다. 커피와 차는 아주 옛날부터 있었지만 그 존재가 극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잠을 줄여가면서 더 많은 노동시간이 필요했던 산업혁명기였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들까지 들어 있다. <수면 혁명>은 아리아나 허핑턴의 잠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와 중요한 전문가들의 지식과 정보, 인생의 철학이 두루 어우러진 눈에 띄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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