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방한했던 마이나 키아이 유엔(UN)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16일(한국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2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한국 공영방송 MBC의 노조탄압 실태에 대해 공식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키아이 특보는 한국의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보고서에서 삼성이 ‘무노조 경영’과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MBC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키아이 특보는“MBC에서는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파업 후 노조 집행부와 조합원을 해고하고 조합 간부를 품위가 떨어지는 일에 배치함으로써 사기를 꺾고 있다”고 보고했다. 

▲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 유엔(UN)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1월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방한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앞서 키아이 특보는 한국의 집회·결사 자유에 대한 조사를 벌인 후 1월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국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공영방송 MBC에 대해 “MBC에선 노조 가입 이유만으로 기자·PD 등이 원래 직종을 떠나 전혀 다른 업무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UN 특별보고관 “MBC 언론인 탄압 매우 우려”)

키아이 특보는 “노조 가입은 개인의 권리여서 사측은 노동자가 어떤 노조에 가입하고 노조를 어떻게 운용하는지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MBC 노조 언론인의 결사의 자유 문제와 관련해 노조 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졌고, 기자회견문에 포함은 못 했지만 최종 보고서에는 관련 내용을 분명히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아이 특보는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관련해서도 “공영방송의 중립성 이슈는 세계적 논란이고 국가 소유의 언론 매체가 중립적이어야 하는지, 특정 정치 세력을 옹호해도 되는지의 논란은 있지만 공영방송의 진정한 주인은 세금을 내는 국민”이라며 “이들은 보수부터 진보까지 입장과 견해가 매우 다양해, 다양한 계층을 골고루 다루기 위해선 공영방송은 독립성과 중립성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키아이 특보는 보고서에서 차벽과 물대포를 사용하는 한국 정부의 집회·시위 진압 방식에 대해 “물대포가 집회 참가자들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할 위험성을 증가시킨다”며 “차벽은 상대적으로 집회 참가자들의 행동을 관리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를 사전적으로 저해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어 물대포와 차벽 사용을 재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엔 특보의 이 같은 권고 내용에 대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측은 “경영진이 그토록 바라던 글로벌 MBC가 완성됐다는 실소가 나온다”고 사측을 질타했다. 노조는 “MBC가 위법과 불법, 권리남용으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는 결과가 UN에까지 보고되고 영원히 보고서에 기록된 상황에 안광한 경영진은 책임져야 한다”며 “더이상 전 세계에 MBC를 망신시키지 말고 당장 증거 없이 해고했다고 자백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비롯해 해직 조합원 6명를 복직시키고, 스케이트장 관리 등의 부당전보 행위를 즉시 취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