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하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일하는가?’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빠져봤을 고민이다. 일과를 마치고 집에서 잠시 몸을 누인 후 해가 뜨면 또 다시 나서야 하는 출근길, 단지 노동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처럼 느껴지는 주말. 과도한 업무가 주는 스트레스, 직장 내 눈치게임, 야근으로 이어지는 업무연장 때문에 사는 게 아닌 소진하는 것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개인으로서 나는 사라지고, 조직의 일부로서 나만 존재한다. 오죽하면 사축(社畜, 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을까.

이런 고민이 단지 투정이 아님을 증명하듯 최근 OECD가 발표한 ’2016 더 나은 삶 지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38개국 중 28위로 하위권을 차지했다. 게다가 주당 50시간 일하는 근로자 비중이 23.1%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3%에 비해 1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이 어려워지고, 경기가 안 좋아질수록 직장인들이 처한 불합리한 현실이 개선되기는커녕, 당연시되곤 한다. 이에 책상 서랍 한구석에 사표를 넣고 고민 중인 당신을 위한 책들을 소개한다. 회사원의 애환을 담아내거나, 때로는 통렬한 조롱으로 통쾌함을 안겨주는 책들이다. 이 책이 작은 위안이 되길, 혹은 회사라는 조직에서 주체적인 길을 찾아나가는 데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 힘들기도 힘든, 지치는 것도 지친 그대에게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어린 시절 배웠다. 직업을 결정할 땐 ’돈’보단 ’보람’을 좇으라고, 하지만 막상 직장이란 세계에 입성하고 보니 ’보람’도 놓치고 ’돈’도 놓친 격이다. 나아가 직장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축’을 자처하는 경우도 여럿 본다. 일본의 유명 ’탈(脫)사축 블로그’ 운영자인 히노 에이타로의 통쾌한 책이 출간되었다. 특유의 촌철살인으로, 기존의 경영자적 마인드가 아닌 고용된 자의 입장에서 지금의 노동현실을 다시 봤다. 책 내용과 ’웃픈 병맛’ 일러스트레이션이 곁들여져 만들어내는 콤보는 덤.

▶ 내부고발자 팀장, 승진 막차 놓친 대리, 정사원이 되지 못한 인턴이 뭉치다

<미생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11 : 행마>

장그래가 ’원 인터내셔널’에 입사해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는 세간의 화제작이었던 드라마 ’미생’을 통해 모두 잘 알게 되었을 것이다. 지난 10권부터는 그 뒷이야기가 펼쳐진다. 내부고발자를 향한 따가운 눈총으로부터 탈출한 오 차장이 세운 ’온길 인터내셔널’에 인턴 장그래, 믿음직한 사수였음에도 승진에 실패한 김 대리가 합류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대기업에서 선택받지 못한 자들이 벌이는 또 한판의 승부, 그들은 최후에 웃음 지을 수 있을까?

▶ 나는 자라서 사축이 되었습니다

<사축일기>

직장인의 애환을 요새 유행하는 SNS 시로 담았다. 읽다 보면 공감의 눈물이 흐른다. 가령 아침 출근길 최고의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9호선에서의 엎치락뒤치락을 표현한 장면에서, 사장으로부터 자신에게까지 이어진 연쇄 ’지랄’을 받아내다가 받은 엄마 전화에 무작정 짜증을 낸 장면에서 특히 그랬다. 그런데 작가 프로필을 보니 화가 난다. 작가는 정작 직장생활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단다.

▶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 번아웃증후군!

<번아웃, 회사는 나를 다 태워버리라고 한다>

일이 완전히 당신 삶의 일부이며, 일을 해야만 정신적 안정이 찾아오는가? 한 번도 쉬는 적이 없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에너자이저’란 말을 들은 일이 있는가? 병가로 회사를 쉬는 것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고 수치스럽게 생각하나? 그렇다면 한 번쯤 성과사회에서 직장인들이 빈번히 겪는 정서적 소진상태인 ’번아웃증후군’의 피해자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번아웃증후군의 진단에서부터 극복 방안까지 커리어의 지속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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