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수년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무시하고 일반직과 업무직 등 직원 임금을 차별 지급한 것에 대해 법원이 시정 명령을 내렸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3부(김도현 부장판사)는 10일 MBC 기간제(계약직) 직원으로 입사해 업무직 또는 연봉직이 된 이른바 ‘중규직’ 직원 97명이 회사를 상대로 “그동안 일반직(정규직) 직원에게만 지급했던 주택수당(30만 원)·가족수당(16만 원)·식대(21만 원)를 우리에게도 지급하라”며 낸 임금(기본수당)지급청구 소송에서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MBC 직원은 채용 형태와 취업규칙에 따라 일반직과 연봉직, 업무직, 촉탁직 등으로 구분된다. 일반직은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등 공개경쟁 시험 절차를 거쳐 채용돼 사원에서 차장, 부장 등으로 승진할 수 있고 부서장의 보직을 맡을 수도 있다. 반면 업무직이나 연봉직의 경우 자신의 의사나 능력과 상관없이 일반직처럼 보직을 받을 수도 없고 직급 승진도 할 수 없다. 

게다가 MBC는 지금껏 일반직 직원에게 직책수당과 직무수당, 근속수당 등 보직이나 직급에 따른 별도의 수당뿐 아니라 보수규정에 따라 주택수당과 가족수당, 식대 21만 원을 지급하면서도 업무직 등에게는 이 같은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업무직·연봉직 직원 97명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후에도 여전히 사측이 주택수당·가족수당·식대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임금 차별은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를 위반한 것이므로 회사는 그동안 차별받은 차액 임금을 지급하라고 지난 2014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이에 재판부는 “회사는 보수규정만 달리 적용하고 있을 뿐 일반직과 업무직 등 모두 동일한 취업규칙과 직제규정, 인사규정을 적용하고 있고 연봉직과 일반직 직원의 업무분장이 서로 구분돼 있지 않으며 동일한 근무 장소에서 동일·동종 업무를 수행해 왔다”며 “일반직과 업무직 등은 채용 절차나 방법, 부서장 보직 부여 및 직급 승진 가능성 등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뿐 담당하는 업무 내용과 범위, 업무의 양이나 난이도, 회사에 대한 기여도 등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생계지원(주택수당과 가족수당)이나 실비변상(식대)과 같은 복리후생적인 성격도 가진 수당을 직군별로 차이를 둬 그 지급 대상에서 업무직을 배제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도 없어 보인다”며 “MBC가 일반직에게만 수당을 지급하고 업무직에게는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업무직 보수규정 부분과 업무직 등과의 근로계약 부분은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의 시정 명령에 따르면 MBC는 소송을 제기한 97명의 업무직 등 직원에게 임금 청구 기간 소멸시효 전인 지난 2011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4년간 지급하지 않은 임금 30억6257만 원과 함께 2016년 4월11일까지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번 판결 결과에 대해 “조합이 노사협의회를 할 때마다 계속 업무직·연봉직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또 요구했지만, 안광한 경영진은 무시로 일관했다”며 “사측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경영진이라면 이런 소송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인데 이러고도 조합이 ‘소송을 남발한다’고 회사가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업무직 등 비조합원을 위해서도 2차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편 노동계 등에서도 이번 판결이 무기계약직 차별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법원이 ‘중규직’으로 불렸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해 정규직과의 차별 시정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정미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기간제법의 차별처우 금지 조항이 기간제와 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차별만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많은 기업이 기간을 정하지 않은 중규직을 만들어 차별 대우를 하는 등 제도를 악용해 왔다”며 “비단 MBC만이 아니라 많은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고용 기간만 정해지 있지 않지 임금과 노동조건 상에서는 계약직과 다름없는 처우를 받아 왔는데, 법률 사각지대에 있는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라는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을 주목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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