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국내 5년 이상 거주한 자에게 대통령 피선거권이 있다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어긋나지 않아 대통령 후보 출마 자격이 있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해석이 나왔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유엔 '1946년 결의'라고 불리는 결의안 제11조 "유엔 회원국은 사무총장의 퇴임 직후(immediately on retirement) 어떤 정부직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항과 함께 공직선거법 제14조 피선거권 조항에 위배될 수 있어 대통령 선거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공직선거법 제14조는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 이 경우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은 국내거주기간으로 본다"고 돼 있다.

반 사무총장이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는 근거는 뉴욕에 주소지를 두고 2007년 사무총장에 취임한 반 사무총장이 19대 대통령 선거일인 2017년 12월을 기준으로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을 국내거주기간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지만 사무총장직이 선출 및 상근직이라는 점에서 국내거주자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10일 미디어오늘 문의결과 "법에 나온대로 반기문 총장의 경우 출생 후 19대 대통령 선거일까지 기간 중 5년 이상 거주한 사실이 있으므로 공무로 외국에 파견돼 있는지, 주소를 두고 일정기간 외국에 체류한 것을 불문하고 19대 대통령 피선거권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 5년 이상 거주 규정을 선거일로부터 5년이라고 보지 않고 태어나서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면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주소지 문제 등과 상관없이 반기문 총장은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중앙선관위는 '그러면 거의 모든 국민들이 피선거권이 있다는 건데 해당 조항을 따로 명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의에 "외국에서 태어났다가 국내로 들어온 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분들 같은 경우 5년 이상 거주를 하지 않으면 피선거권 자격이 없다"고 답했다. 

중선관위는 공직선거법 해석상 반기문 사무총장의 출마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과거 법 조항을 보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중앙선관위에 질의해 얻은 답변(9일)에 따르면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이라는 규정은 1962년 대한민국헌법 5차 개정안에 마련돼 있었다. 이에 선관위는 "(당시 헌법)입법 취지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대통령이 될 사람은 일정기간 국내에 거주하여 민심의 소재와 국가 사회적 실정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계속 거주 요건 규정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해당 규정은 이어 1987년 대한민국헌법 제9차 개정안에 따라 여야 합의로 삭제됐다가 1997년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명시됐다. 

선관위 입장처럼 국내 거주 5년 이상 규정은 헌법에 규정돼 '선거일'을 명시한 만큼 이를 기준으로 사회 경제적 실정을 파악해야 한다는 취지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관위는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지 않더라도 통틀어 5년 이상의 기간을 국내에 거주한 사실이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고 해석하고, 선거일까지 5년 이상의 기간을 국내에 거주했다면 거주의 계속 여부를 불문하고 피선거권이 있다고 봤다. 

다시 말해 반기문 사무총장이 2017년 대통령 선거일로부터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지 않고 있지만 반 사무총장이 한국에 태어나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했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반 사무총장이 파견 공무원인지 아니면 선출된 상근직인지, 일정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을 국내 거주기간으로 볼 건인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반 사무총장은 대통령 후보 자격이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윤후덕 의원실은 "선관위 해석대로라면 태어나서 5년만 국내에 거주하면 모두 피선거권이 있다는 말인데 그게 과연 62년 헌법에 마련되고, 25년 동안 존재했다가 선거법으로 다시 살아난 취지에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실은 "법적으로 딱 떨어지는 문제 수준을 넘어 헌법 규정에 들어간 취지를 고려한다면 10년 동안 한국을 비워놓은 사람이 대통령이 자격이 있는지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해외의 피선거권 거주요건 현황을 보면 미국의 경우 헌법에 명시돼 대통령은 14년, 상원과 하원 의원은 각각 9년과 7년 동안 선거구내에 거주해야지만 피선거권 자격이 주워진다. 필리핀도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10년을 국내에 거주해야 한다. 캐나다와 벨기에는 국내에 거주해야 피선거권이 있다는 규정만 있고 기간은 명시돼 있지 않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호주 등은 거주요건 제한 규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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