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초 데스큽니다. 날로 증가하는 드라마 속 간접광고, 이른바 PPL때문에 요즘 드라마 보시기 많이 불편하셨죠. 간접광고계의 큰 손, PPL 킴이 체포됐습니다.”

영상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의 8~9시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앵커의 멘트가 끝나자 양복을 갖춰 입은 한 남자가 수갑을 찬 채 차에서 내린다.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 체포됐을 때 방송사 뉴스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장면이다. 카메라 앞에 선 ‘PPL킴’ 이라 불린 한 인물에게 여기저기서 마이크가 다가온다. “한 말씀 해주시죠.” 그가 입을 열자 쏟아져나오는 말은, “매트리스...” 뒷 말은 상품 이름이라 삐 처리로 끝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72초 데스크’ 영상 중 일부다. 주식회사 칠십이초(대표 성지환)는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그룹으로 72초TV와 72초드라마 등 짧은 동영상 클립을 감각적으로 만들어내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특히 최근 칠십이초는 드라마 형식에서 벗어나 ‘뉴스 예능’이라는 포맷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 72초데스크의 '피피엘킴 긴급체포' 영상 콘텐츠 갈무리.
지난 4월에 막을 내린 72초데스크 시즌1은 '생활밀착형 뉴스예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실제로 뉴스에서는 다뤄지지 않지만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내용들을 다룬다. 술에 취해 전 여자친구나 전 남자친구에게 야밤에 전화하는 병이라며 '전화병'을 뉴스 형식으로 다룬 콘텐츠가 그 사례다. 72초데스크에서는 CBS 신동진 기자가 직접 출연해 리포팅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형식에서는 뉴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72초 데스크의 사례처럼 뉴스 콘텐츠 제작에 뛰어드는 뉴미디어 제작자들이 늘고 있다. MCN과 1인 미디어, 혹은 콘텐츠 제작 업체 등은 기존에 제작해왔던 드라마 등의 콘텐츠 이후의 대안으로 뉴스 포맷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 동영상 콘텐츠의 등장은 모바일 동영상 시장이 확장되고는 있지만 비슷한 포맷들이 많아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콘텐츠다. 패션과 뷰티, 게임과 먹방 등 엇비슷해보이는 콘텐츠들이 쏟아져나오면서 모바일 콘텐츠의 재미가 반감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모바일 동영상 시장이 점차 성장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가 제작되려는 움직임 속에서도 이러한 콘텐츠의 등장을 해석할 수 있다.

72초 데스크의 경우 엄밀히 보자면 정보를 생산하는 전통적 의미로서의 뉴스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딱딱한 방송 뉴스라는 포맷에서도 예능같은 재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칠십이초’ 이외에도 동영상 뉴스를 제작하는 1인 미디어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짱피디’라는 뉴스 전문 크리에이터가 제작하는 ‘뉴스인대용’ 이라는 콘텐츠도 사회 전반의 이슈를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짱피디는 약 3분가량의 영상 콘텐츠를 통해 직접 뉴스를 쉽게 설명해준다.

쥐픽쳐스라는 1인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생 국범근씨 역시 ‘범근뉴스’라는 뉴스 영상 콘텐츠를 통해 주요 이슈나 논란을 쉽게 설명하며 이해를 돕고 있다. 30초 내외의 짧은 영상 클립 안에서 이슈나 논란의 전후 맥락과 의미를 짚어준다. 쥐픽쳐스에서는 시사논평을 하는 범근뉴스 이외에도 '한국역사인물 랩배틀'이라는 역사 상식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 뉴스 전문 크리에이터인 '짱피디'의 '뉴스인대용'의 한 영상(위)과 쥐픽쳐스에서 제작하는 '범근뉴스'의 한 화면 갈무리(아래).
동영상 뉴스의 등장은 젊은 층의 기성 언론을 통한 뉴스 소비가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그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빠르고 간편하게 SNS 상에서 뉴스를 접하고 소비하는 젊은 층의 눈길을 잡기 위해 뉴스 포맷이라는 새로운 동영상 서비스가 등장한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내놓은 ‘2015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대들 중 매일 텔레비전 뉴스를 본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15.2%에 불과해 60대 이상(60.7%)에 비해 크게 낮았다. 반면 매일 이동형 인터넷 뉴스를 이용한다고 답한 20대는 38.2%에 달했는데, 60대 이상은 6.7%에 그쳤다.

또한 실제로 젊은 층의 뉴스 소비 욕구가 없지 않기 때문에, 젊은 층의 콘텐츠 소비 경향에 맞춘 뉴스 콘텐츠가 등장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청년층의 뉴스 콘텐츠 이용 패턴과 전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대들의 경우 뉴스를 이용하는 동기로 ‘재미’라는 요소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해당 보고서는 20~30대 청년 24명을 대상으로 초점집단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꾸준히 뉴스를 소비하는 20대들의 경우 이슈의 전후사정과 배경을 알기 위한 호기심에서 뉴스를 찾아보는 적극성을 나타냈다.

다만 20대 젊은 층의 경우 SNS에서 퍼지는 정보에 대해 그리 신뢰하지 않는 경향성도 나타났다고 해당 보고서는 분석했다. 현재로서는 SNS가 뉴스나 시사정보를 쉽게 접하게 해주는 편리성 때문에 이용하는 것이지 뉴스 미디어로서 신뢰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후 뉴스를 만드는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들이 20대에게 뉴스 매체로서도 자리매김하면 전통 매체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뉴스 동영상 제작자들도 언젠가는 기성 언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버즈피드는 대표적으로 가벼운 콘텐츠를 제작하던 회사에서 본격적으로 뉴스 기사와 동영상을 제작하는 종합 콘텐츠 생산 업체로 거듭난 사례다. 버즈피드는 지난해 CNN과 AP 등 미국의 기성 언론들이 차지하는 백악관 브리핑룸 자리를 지정받기도 했다.

오는 6월 말 뉴스 전문 MCN으로서 개국을 앞두고 있는 SMC TV의 이은영 부사장은 “버즈피드 같은 경우도 뉴스 영역으로 확대해 자리잡은 케이스다. 시대가 바뀌어도 새로운 정보에 대한 욕구는 항상 존재한다. 뉴스 콘텐츠가 떠오르는 이유는 뉴스가 넘쳐나는 시대에서 뭘 봐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큐레이션을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잘 전달하는 것이 (뉴스 영상 콘텐츠의) 과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부사장은 “SBS나 JTBC 등 기존 매체 중에서도 뉴스를 가볍게 콘텐츠화해서 인기를 끄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금은 전통 미디어는 정보 생산 쪽에 초점을 맞추고 뉴미디어는 큐레이션이나 유통 분야 주로 맡겠지만 나중에는 전통미디어와 뉴미디어 모두 뉴스의 생산과 유통을 고민하는 시대도 올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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