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교양 과학잡지 '과학동아'는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이했다. 과학계에서 내로라하는 필자 중에는 과학동아와의 인연을 통해 대중 앞에 등장한 분들이 꽤 많다. 과학 대중화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좋은 기사를 내고, 필진 발굴이라는 소임을 한결같이 수행해온 과학동아는 한국 과학 대중화의 거목이다. 한국 사회 변화 속도가 굉장히 빠른 것처럼, 우리 시대 독자들의 요구와 필요 또한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지난 30년간 과학 대중화를 위해 힘써온 것처럼, 오늘도 꾸준히 즐거운 과학을 선물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과학동아 윤신영 편집장을 만났다.

Q 작년, 30대에 편집장이 되었습니다. 편집장님의 기자 생활, 그리고 편집장으로 지낸 1년 남짓한 시간, 어떠셨는지요?

"학창시절에는 기자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저는 글 쓰는 일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글 쓰는 일을 하는 직업 중에 기자가 있었어요. 제가 도시공학을 전공하기도 해서 과학 기자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아사이언스'와 인연이 닿아 이곳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막상 과학 기자를 시작하니까 일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작년에 편집장이 됐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죠. 젊은 나이에 편집장이 됐는데, 잡지를 조금 더 젊게 바꿔 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과학동아를 거쳐 간 걸출한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네, 맞습니다. 과학동아는 1986년 1월호로 창간해서 올해 30주년을 맞이했어요. 과학동아 창간 기자로 시작해 편집장을 거쳐 발행인이 된 김두희 대표는 과학동아가 우리나라 과학교육에 기여하기를 바랐다고 해요. 과학 기자, 과학 칼럼니스트의 시작이 과학동아였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죠. 지금은 과학 대중화를 이끌고 계시는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최재천 국립생태원장, 정재승 KAIST 교수는 과학동아에 칼럼을 장기간 연재하면서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기 시작했습니다."

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 (사진 윤신영 제공)


"과학이 인간 정체성 바꾸는 데까지 이르러... 굉장한 시대에 사는 것"

Q 과학동아는 지난 30년간 어떤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십니까?

"과학 잡지의 전통적인 역할이 과학 저널리즘이죠. 과학자와 대중 사이에서 가교 구실을 하는 것입니다. 기자들이 활발하고 충실하게 기사를 써내는 방식입니다. 또 한 가지 축은 에디터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을 기획하고 제안해서 펴내는 방식이죠. 저희는 두 가지 성격이 다 있어요. 기사와 기고를 싣는 비율이 비슷합니다. 한국에 과학 저널리즘이라는 분야를 개척했고, 과학 필자를 발굴하고 대중에게 소개하는 창구 기능 역시 성실하게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제 관심도 대중 과학 필자를 발굴하는 거예요. 연구도 잘하지만, 소통하는 능력이 탁월한 분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Q 과학 출판계 전반에서는 정재승 교수, 하리하라 이은희 칼럼니스트 뒤를 잇는 젊은 필진 발굴에 관심이 많습니다.

"정재승 교수님과 하리하라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이은희 칼럼니스트는 2000년대 초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교양 과학서를 펴냈을 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분들이죠. 지금은 사실 그 정도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만한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필력이나 연구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과학 연구자들의 글쓰기 수준이 상향평준화 되고, 그 층이 두터워졌어요.

스티븐 제이굴드가 <풀 하우스>라는 책에서 미국 메이저리그가 일종의 거대한 생태계이고 이제는 안정화라는 진화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것을 검증하기 위해 100년간 미국 메이저리그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이것에 영감을 받아 국내에서도 '국내 프로야구에는 왜 4할 타자가 사라졌는가'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58명의 집단지성이 모여 한국 프로야구 데이터를 분석했고 이것을 <백인천 프로젝트>라는 책으로 냈습니다. 과학계에도 4할 타자는 없지만, 리그 수준은 훨씬 높아진 상태, 안정화라는 진화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면서도 스타 필진이 한두 명 나와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죠."

Q 과학 분야 도서 담당자로서, 과학계 필자 수준이 상향평준화, 안정화라는 진화단계를 거치고 있다는 평가가 매우 반갑습니다. 저자군의 진화와 더불어 '종이책 출판'이라는 거대한 생태계도 변화하고 있을 텐데요, 과학동아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잡지가 특히 어려운 시기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아직은 과학동아 잡지에 대한 독자 반응이 좋습니다만. (웃음) '어린이과학동아'는 오히려 구독자가 늘고 있고요.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긴장이 늘 있습니다. 감각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해요. 디자인 완성도를 높여 좋은 과학 정보를 제시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그리고 과학 정보를 다루는 것과 동시에 사회 이슈와 실생활과의 연계를 다루는 것을 더 확장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6월호 커버스토리가 '인체플랫폼'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사이보그'라는 제목을 넣어서 기술적인 부분을 다루는 것에 집중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전체 네 개 파트 중에 두 개 파트를 철학과 윤리로 구성했습니다. 과학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철학적, 윤리적으로 해석해보자는 배치죠. 과학이 기술적인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Q 말씀을 듣다 보니 가습기 살균제, 미세먼지, GMO 식품의 안정성 등 과학과 관련한 사회 이슈가 떠오릅니다. 더 정확하게 알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과학과 실생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아요. 과학동아 4~6월호 커버스토리를 짚으면서 이 점을 강조해보겠습니다. 4월 특집이 알파고, 5월은 디자인 생물학, 6월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인체플랫폼입니다. 알파고나 인공지능은 기계가 인간이 되는 것, 기계의 인간화로 볼 수 있습니다. 합성생물학은 인공적으로 코딩을 통해 생명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이것은 어떻게 보면 생명체의 기계화라고 볼 수 있죠. 생명을 기계처럼 만들고 도입하는 시대가 되는 겁니다. 6월호에는 인간이 기계가 되는 것을 다루고 있어요.

차례대로 보면 기계의 인간화, 생명의 기계화, 인간의 기계화입니다. 커버스토리에 일련의 흐름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 실감을 못 해서 그렇지 우리는 정말 굉장한 시대에 사는 겁니다. 과학은 생활을 조금 더 편리하게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인간 정체성을 바꾸고, 존재의 정의를 바꾸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이 차이가 대단히 크다고 봐요. 불편과 편리라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삶 그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죠. 그래서 과학의 사회적 역할, 그리고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성찰이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 (사진 윤신영 제공)



"과학은 새로운 것이 많이 나오는 분야... 독자들이 새로운 영감 얻기를"

Q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과학의 미래를 두고 "지금은 우리 자신에게 질문할 때다"라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편집장님께서 "굉장한 시대"라고 말씀하신 것은 일종의 현장의 소리이자 증언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제를 바꿔보겠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를 꼽아주신다면?

"2013년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 쇼를 하던 '제돌이'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낸 일이 있었습니다. 제주도까지 가서 취재했죠. 한 생명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상당히 오랜 기간 연구하고 준비한 과정을 생생하게 담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구제역 취재도 기억에 남아요. 이리저리 발품 팔아 취재하면서 확인한 여러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루었습니다. 그 당시 기사가 화제가 되어 라디오 인터뷰도 했습니다. 르포이면서도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Q 편집장님의 책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에, 말씀하신 기사 내용이 언급됐습니다.

"네, 맞습니다. 네안데르탈인 특집 기사도 빠뜨릴 수 없겠습니다. 제가 원래 고인류학, 인류 진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과학동아에서 처음으로 커버스토리를 하게 됐을 때 자원해서 했던 분야가 네안데르탈인 특집이었습니다. 당시 어떤 우리말 콘텐츠보다 네안데르탈인에 대해서는 잘 썼다고 자부했고, 애정이 컸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귀한 인연을 만났는데, 미국에 계신 이상희 UC리버사이드 교수를 만난 거예요. 당시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았고, 저도 논문을 통해 알게 돼 조심스레 메일을 보냈어요. 그런데 연락이 됐고, 이후 여러 메일을 주고받고 통화하며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인연으로 나중에는 아예 인류 진화를 과학동아와 동아일보에 연재까지 하게 됐어요. 이 연재물이 다듬어져 결국 <인류의 기원>이라는 책으로 나왔습니다."

Q 기자, 편집장 생활을 하면서도 칼럼이나 저술, 번역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원동력은 과학과 글, 책을 사랑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편집장님이 사랑하고, 추천하는 숨은 명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좋은 책이 워낙 많아서요. 음… <문버드>와 <사라진 숲의 왕을 찾아서>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두 권 다 필립 후즈가 쓰고 김명남 선생님이 번역한 책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새들이 어떻게 사라졌는지를 다루는데요, 저널리스트이자 활동가인 저자는 부지런한 취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과학 정보와 환경문제를 굉장히 간결하면서도 분명하게 다루고 있어요.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저널리스트와 작가들이 이런 작업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Q 끝으로 과학동아 30주년을 맞아 준비하고 있는 행사 소식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들려주세요.

"독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행사를 많이 기획했습니다. 모션 그래픽을 제작해서 정보를 전달하고, 팟캐스트를 만들기도 하고요. '과학카페'라는 과학 강연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공을 들이고 있는 행사는 8월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사이언스바캉스'입니다. '과학자와 함께 떠나는 지적인 휴가'라는 개념의 대형 과학 강연회입니다. 영화제처럼 과학 좋아하는 분들이 온종일 과학에 푹 빠져 지낼 수 있도록 여러 강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올해 큰 이슈였던 인공지능과 중력파, 화성탐사 등의 주제 강연이 있을 예정이고, 청소년들이 진로를 탐색하고 상담,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려고 합니다.

작년에는 신청 페이지를 오픈 하자마자 마감했습니다. 폭발적인 반응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높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기뻤죠. 올해 사이언스바캉스 신청일은 확정이 안 됐습니다. 아마 한 달 내로 공지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과학동아를 대중과 과학이 소통하는 하나의 통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과학 기자의 취재를 통해 잡지를 내는 곳은 저희밖에 없습니다만, 저희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좋은 과학 잡지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각자 개성이 다릅니다. 과학은 정말 새로운 것이 많이 나오는 분야입니다. 늘 역동적이죠. 독자분들이 다양한 통로를 통해 과학 정보와 지식을 풍성하게 접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으면 좋겠습니다."

 

(인터파크도서 북DB와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제공합니다. 북DB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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