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하다곤 하지만 모바일 콘텐츠 시장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SBS가 19일 주최한 서울디지털포럼(SDF) ‘모바일 콘텐츠: 파괴적 실험의 이면과 성공전략’섹션에서 발제를 맡은 이 분야 전문가들조차도 여전히 정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이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성과를 냈고, 방향을 정립하고 있다. 발제자들이 강조한 전략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 ‘타겟팅’ ‘피드백’, 그리고 이를 위한 ‘데이터 활용’으로 정리할 수 있다.

화면 눕히는 것도 귀찮아? 세로화면으로 최적화

피키캐스트는 뉴스 연성화를 부추기고 저작권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전통미디어들이 소위 ‘죽 쑤는’ 시장에서 콘텐츠 사업자로는 유일하게 안정적인 플랫폼을 확보했다는 건 주목해야 할 점이다. 

장윤석 피키캐스트 대표는 “창업할 당시 구성원들이 기존 미디어 관련 경험이 없었는데, 오히려 강점이 됐다. 새로운 문법에 대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드미디어가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전통미디어의 문법을 그대로 답습하는 상황에서, 관련 경험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피키캐스트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AV(Auto Video)카드형식이 정착됐다. 장윤석 대표는 “처음에는 유튜브 동영상을 넣었는데, 유저들이 동영상을 보는 것도 귀찮아했다”고 말했다. 영상을 넣으면 ‘영상 한줄요약’을 요구하는 댓글이 나올 정도다. 장윤석 대표는 “그래서 자동으로 재생되는 피키캐스트만의 영상을 도입했고, 영상소비가 늘었다”고 말했다. 

▲ 세로화면 콘텐츠인 '내손남'(내 손안의 남자친구) 화면 갈무리.
화면을 돌려서 볼 필요 없는 세로화면 영상 역시 모바일 콘텐츠의 기본적인 문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로영상으로 제작한 1인칭 가상연애 콘텐츠인 ‘내손남’(내손안의 남자친구)으로 유명한 네오터치포인트의 김경달 대표는 “우리가 세로화면 영상을 만들게 된 이유는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시청할 때 화면을 가로로 눕히는 것조차 귀찮아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같은 모바일이라고 해도 플랫폼별로 전략이 달라야 한다. 동영상을 보기 위해 접속하는 유튜브와 동영상을 보겠다는 목적 없이 뉴스피드를 내리다 우연히 보게 만드는 페이스북에 대한 전략이 달라야 하고, 영상 앞에 광고가 붙는 유튜브와 광고 없는 페이스북에 대한 전략이 달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페이스북을 통해 주로 영상을 유통하고 있는 메이크어스의 우상범 대표가 ‘3초’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페이스북은 고객이 어떤 콘텐츠를 볼 것인지 미리 정하지 않기 때문에 초반 3초에 이용자를 잡는 게 핵심 경쟁력이다.”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는 “재가공”을 강조했다 ‘덕질’ 콘텐츠를 담은 엑소덕스의 경우 포털에 제공할 때 완결된 이야기구조를 가졌다면, 페이스북용은 3~5분 가량의 하이라이트 클립이다.

취향을 저격하라

피키캐스트의 성공요인 중 하나는 콘텐츠가 모바일 세대의 취향을 정확하게 저격했다는 사실이다. 기성언론과 달리 피키캐스트의 에디터들이 모바일 세대다. 장윤석 대표는 “우리 에디터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서 콘텐츠를 올리고 반응을 보면서 존재이유를 찾는 모바일 헤비업로더였다. 이들은 모바일 세대가 뭘 좋아할지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우상범 메이크어스 대표는 이용자 정보와 이용패턴을 세부적으로 구분하고 정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바일에서는 특정 콘텐츠를 찾아보는 ‘능동적소비’가 아닌 목적없이 콘텐츠를 보게 되는 ‘수동적소비’가 주로 이뤄진다고 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는 “3초에 이용자를 끌려면 본능을 자극하는 원초적 콘텐츠, 유머나 연애 등 공감을 할 수 있는 비정보성 콘텐츠, 그리고 정보를 담은 정보성 콘텐츠 3가지로 나눠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성 콘텐츠의 경우 타겟팅이 매우 중요하다. 우상범 대표는 “내가 구입할 수 없는 가격대의 상품을 보여주는 순간 이건 정보가 아니라 광고가 된다”고 지적했다. SNS의 주 이용층 중 20~25살 여성을 타깃으로 잡았다면, 이들의 월 평균소득이 30만원이며 그 중 미용에 쓸 수 있는 비용은 4만원 정도라는 점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브랜드를 주로 소비하는지 알 수 있다. 이니스프리의 신상품 마이쿠션 영상은 광고였음에도 타겟층이 필요로 하는 정보였기에 효과적인 콘텐츠가 됐다.

네오터치포인트가 1인칭 가상연애 콘텐츠를 만들기로 결정했지만 ‘내손녀’가 아닌 ‘내손남’(내 손안의 남자친구)이 먼저 세상에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는 “기존 콘텐츠로는 모바일 이용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힘들어 게임처럼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게 됐다”면서 “처음에는 ‘내손녀’를 만들려고 했으나 SNS에서 여성의 콘텐츠 소비가 더 많아서 남성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를 만들고 끊임없이 피드백해야

‘타겟팅’을 제대로 했더라도 지속적으로 이용자와 피드백을 하지 않으면 충성독자를 확보하기 힘들다. 콘텐츠 공급자가 단순히 취향을 저격하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고 독자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의미다. 나희선 샌드박스네트워크 콘텐츠 총책임자가 “피키캐스트의 에디터와 MCN의 크리에이터가 이름이 다르지만 사실상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 피키캐스트 에디터 '괜찮은 언니'.
피키캐스트의 에디터들은 각자 고유의 캐릭터를 갖고 핔플(피키캐스트 유저)과 소통한다. 에디터 ‘괜찮은언니’는 여성독자들에게 쿨하고 터프한 언니의 모습을 어필할 수 있는 어투와 이미지로 콘텐츠를 만든다. 피키 에디터들은 피드백도 지속한다. “봄이 왔는데 청청패션 스타일하기 힘들다”는 댓글에 에디터가 직접 스파브랜드 매장을 방문해 청청패션을 직접 선보이는 콘텐츠를 만드는 식이다.

인기 크리에이터 도티(나희선 총책임자)는 10대가 좋아하는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에 상황극을 접목한 콘텐츠를 내세웠다. 그 결과 10대를 중심으로 팬카페가 개설되고, 팬들이 팬픽을 만들 정도다.  나희선 총잭임자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나만의 콘텐츠’를 만든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우리의 성공전략은 영상 퀄리티를 높이는 게 아니라 디지털 세대의 감수성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티가 10대 열혈독자를 확보했다는 건 의미가 있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나온다.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박사는 “시간이 흐르면 팬층 일부는 남아 있겠지만, 대부분은 다른 관심사를 찾아 떠나는 게 정상이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나희선 샌드박스네트워크 콘텐츠 총책임자는 “이용자가 나이가 들어가는 데 맞춰서 콘텐츠를 바꿔야 할지, 아니면 또 다른 10대 이용자를 끌어들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지만 정답을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돈 안되는 시장? ‘데이터’로 설득하라

사회를 맡은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박사는 “(세션 발제를 한) 사업자들의 성격과 전략이 다 다르지만,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고, 타겟팅을 하고 피드백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분석이 뒷받침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이게 할 수 있다. 

조윤하 비디오빌리지 대표는 “도티는 데이터 분석을 치밀하게 한 덕에 채널이 성장하게 됐는데, 일반적인 크리에이터들에게 데이터 관리는 쉽지 않다”면서 전문적인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NS 크리에이터인 햄튜브에 대한 데이터 컨설팅을 했더니 5개월만에 구독자가 1만7000명에서 10만 명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데이터 활용은 주요 수익모델인 광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산업의 성패에 직결된 문제다. 모바일 시장은 광고주들에게 매력적이다. 종이신문에 광고를 내면 몇 명이 읽었는지, 실제 구매로 이어진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 반면 모바일 광고는 클릭률, 체류시간, 이용자 정보 등을 통해 입증할 수 있는 게 많다. 그런데 이 시장에 광고주가 몰리지 않아 단가가 매우 낮다. 회의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 SBS가 19일 주최한 서울디지털포럼(SDF) ‘모바일 콘텐츠: 파괴적 실험의 이면과 성공전략’ 심화섹션에서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박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광고를 사는쪽과 파는쪽 모두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윤하 비디오빌리지 대표는 “이 시장이 게임이나 앱서비스에 비해 개발자보다는 영상제작자 중심이기 때문에 데이터에 소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달 대표는 “한 걸그룹의 데뷔 홍보영상에 모바일 광고를 넣을 기회가 있었는데, 광고주들이 관심이 많았지만 기안을 받고 결제를 맡아야 하는 기존방식대로 하면 이미 데뷔를 해 버려 일정이 안 맞아 무산됐다”고 말했다.

광고주들은 모바일 광고의 이용자 추적방식에 대해서는 높은 신뢰를 보내고 있지만, 정작 모바일 광고 그 자체는 신뢰하지 않는 현실이다. 보다 정교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하는 상황이다. 데이터 전문가인 한운희 연합뉴스 미디어랩 기자는 “모바일에서는 이용자와 콘텐츠의 상호작용이 순간적으로 발생하는데, 이 순간을 잡기 위해 상호작용을 더 짧은 시간 안에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 게시물이라면 단순히 좋아요, 공유수만 볼 게 아니라 모바일 화면을 긁는 스와이핑을 몇 번하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지도 봐야 한다. 동영상은 단순히 재생횟수와 시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어느 시점에서 플레이하고 멈추는지 어느 시점에서 시점을 뛰어 넘었는지, 화면을 전체화면으로 봤는지 아니면 축소화면으로 봤는지 등을 통해 몰입도를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절로 광고주들이 모바일로 찾아오지 않는다. 양질의 데이터 관리를 통해 광고주를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한운희 기자는 “광고주들이 상호작용에 대한 지표가 효과적이라는 건 알지만 내 돈을 써서 얼마나 집행할 수 있는지 레퍼런스 모델이 없다”면서 “이 모델들은  오히려 사업자들이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조사하고 신뢰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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