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2012년 MBC 파업 이후 노조를 ‘종북노조’ 등으로 비방한 국가정보원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국가정보원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언론노조(김환균 위원장)는 2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이 같은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하고 국가기관의 명예훼손이라는 불법 행위로 피해를 입은 만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언론노조는 “최근 검찰이 법정에서 ‘국정원의 MBC 파업 개입 사실’을 거론한 만큼 2012년 언론노조 파업에 대해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여론 조작 등 불법 행위를 자행했을 것으로 보고 국정원 트위터 계정 등을 추가로 파악했다”며 “그 결과 검찰과 법원이 국정원 직원 계정으로 인정한 8개의 계정이 2012년 9월부터 11월 사이 언론노조 MBC본부를 ‘종북노조’로 비방하거나 ‘불법선거운동’ 등 허위 사실을 직접 유포하거나 리트윗하는 방식으로 언론노조 조합원들의 명예를 훼손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 연합뉴스
이날 언론노조가 제출한 고소장을 보면 한 국정원 직원은 2012년 11월9일 MBC 노조를 향해 “MBC 노조의 이중생활 불법선거운동, 사생활 폭로된 노조의 총체적 타락, 노조는 양심과 도덕성 회복해야 쓰레기들 김재철이 니들보다 깨끗하다 깨끗한 척은 빨갱이들 행동사항이냐”라며 비방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언론노조는 국정원 직원들이 MBC 노조에 대해 ‘종북노조’라고 하거나 “노조가 사측의 독립적 권한인 편성과 인사에 마저 무소불휘의 힘을 미쳤고, MBC 노조는 좌파 언노련의 주도하에 불법적 정치파업을 자신들의 이해관계 관철과 선거 국면 개입에 활용해 왔던 것도 사실”이라는 등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에 대해서도 처벌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3년 2월15일 일부 보수단체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종북세력이 이끄는 단체’라고 폄훼한 것은 전교조의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언론노조는 “국정원 직원은 국정원법에 규정된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수집 및 보안업무에 종사할 의무만 있을 뿐, ‘MB 정부’의 홍보나 이에 반대하는 야당과 노조, 시민단체를 탄압하는 것은 이들의 의무에 속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원세훈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들로 하여금 고소인 노동조합을 비난하는 트위터를 하도록 하고, 정당한 쟁의행위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013년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원 직원들이 2009년부터 2012년 대선시기까지 포털사이트에 작성한 정치개입 댓글 중 ‘kkokkonut’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국정원 직원이 포털 사이트 다음에 ‘안티MBC 카페’를 개설해 “제작비로만 몰래 20억 횡령해놓고 파업하고 있는 귀족노조 MBC!”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원 전 원장 등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에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으며, 검찰이 작성한 범죄일람표에선 국정원이 2009년 2월과 9월 미디어법과 관련해 언론노조를 ‘좌익언론단체’, ‘김정일이 선동한 폭동세력’으로 비난하는 글을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와 아고라에 게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언론노조는 “국정원의 이 같은 불법 개입은 2009년 5월 15일‘(원세훈)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중 ‘불법집회나 불법노조에 의해 등한시한 부분이 있는데 국정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정상화해야 하며 특히 일부언론의 편향된 정부비판 좌파옹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지시 이후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정원 댓글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파업 중인 MBC 노조를 비판한 사실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날 언론노조는 법무부 장관과 원 전 원장에게도 “원세훈을 비롯한 국정원 직원들의 행위는 언론노조와과 소속 조합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당한 조합 활동을 방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정부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이들의 불법행위로 노조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3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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