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언론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정치권력에 장악된 공영방송의 위기라고도 하고,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구태를 반복한다면 공멸할 것이라고도 걱정한다. 제도권 언론의 또 하나의 문제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남의 눈에 티끌은 크게 보이고, 내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한다. 

실제로 많은 방송과 신문의 자성과 내부 감시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제도권 언론 밖에서 ‘대안 언론’의 기능을 하고 있는 언론인들이 본 ‘경계 안’ 언론은 어떤 모습일까. 미디어오늘은 또 제도권 언론에서 취재와 제작을 하다가 ‘경계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언론인들이 안에 남아 있는 동료들에게 당부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첫 번째 주인공은 오마이뉴스에서 10년간 기자로 활동하다 2014년 12월 퇴사 후 다음 스토리펀딩을 통해 ‘대박’을 터뜨린 박상규 기자다. 그는 “퇴사하니까 관심 분야를 좀 더 깊이 있게 취재해서 팩트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 주인공은 ‘길바닥 저널리스트’라는 닉네임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박훈규 기자다. 그는 제도권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거나 끝까지 집요하게 취재하지 않는 이슈와 현장을 파고들며 ‘입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박 기자는 언론사 기자들을 향해 “창의적으로 일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세 번째는 2013년 반민특위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큐프라임-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의 제작이 중단된 후 사표를 제출하고 EBS를 떠난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다. 그는 “경영진이 언론 활동을 못하게 하는 구조에 휘둘리지 않고 버텨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은 웬만한 언론사보다도 체계적인 자료와 구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심도 있는 정치 분석 글을 쏟아내고 있는 전업 블로거 ‘아이엠피터’다. 그는 “언론의 지배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지금 언론의 문제가 계속 생길 것”이라며 “결국 언론 시스템이나 시장 자체가 바뀌어야 1인 미디어도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상규 전 오마이뉴스 기자
-제도권 언론에서 나오게 된 이유는?
박상규=내 경험을 비춰보면 맨 마지막에 근무했던 부서는 편집부였다. 그러다 다시 취재부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까 답답해졌다. 계속 이슈 파이팅만 하게 된다는 것 때문이다. 가령 현재 옥시가 이슈면 이게 대중적 관심사니까 옥시만 취재하러 가는 거다. 그러다 보면 계속 이슈는 바뀌고 이거 하다 저거 하다보면 겉핥기만 하고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르포에 관심 있었는데 오마이뉴스에선 그 당시에 확실히 한계가 있었다. 나와서 좋은 건 개인적으로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내 맘대로 오랫동안 깊이 있게 취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퇴사하니까 좀 더 자세히 깊이 있게 취재해서 팩트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된 것 같다. 

박훈규=원래 블로그 활동을 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신문고뉴스에서 제의가 와서 인터넷 기자 생활을 1년 정도 했다. 그런데 어디에 소속돼 취재 지시를 받아 하는 게 나와는 안 맞더라. 자유롭게 취재하고 사람들 얘기를 듣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매체에선 이슈 파이팅을 한다고 하는데 매일 모든 언론사 쫓아가는 현장보다 소외됐지만 중요한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터뷰도 피해자 위주로 많이 들었음 좋겠고 지금도 추구하는 바는 모든 언론사의 카메라가 한 방향을 향해 있을 때 한발 빠져 각도를 틀어 주위의 모습 담는 거다. 그렇게 뒤로 좀 빠지면 더 넓게 보이고 놓치는 사람과 이슈를 발굴하기도 한다. 이렇게 넓게 시야를 갖고 싶은데 매체 안에선 당장 기사에 쓸 사진이나 내용을 취재해야 해서 어려움이 많았다.  
 
-제도권 밖에서 본 언론의 모습은 어떤가?
김진혁=언론사, 특히 방송사의 경우 직원으로서 제약이 심하다. 언론인이라고 하면 특수한 전문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 있으며 받게 되는 여러 제재는 사실상 일반 근로자들과 같은 근태 관리 등 그런 꼬투리로 압박한다. 경영진이 원하는 것과 다른 목소리 냈을 때. 그런데 막상 나오면 아무것도 아니다. 출근 좀 늦게 하거나 부서 이동 등이 있어도 내가 어떤 아이템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하면 사실은 하면 되는 거다. 그런데 방송국 안에 있으면 부서 이동이 필요하다든지, 내가 ‘반민특위’ 다큐를 못하게 된 것도 제작을 중단시켜서가 아니라 다른 제작부서로 발령을 내서다. 생각보다 언론사 안에서 언론인으로서 역할을 하기엔 예전에 몰랐는데 나와 보니 일반 기업의 근로자가 받는 제약과 유사하게 회사가 악용할 소지가 많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경영진은 너무 손쉽게 구조적으로 직원을 제어할 수 있다. 그걸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게 방송사는 공정방송위원회이고 거기서 이의제기할 수 있는데 공방위만 무력화하면 너무 간단하게 제대로 된 언론활동을 못 하게 하는 취약점이 있다. 단순히 사장 선임 구조 등 윗선만의 문제가 아니라 실무적으로 돌아가는 아래 단계에서도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인사발령을 내면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노조 전임자 타임오프 등 몇 가지 사안만으로 얼마든지 제대로 된 언론활동을 무력화할 수 있는 시스템적 취약함이 있었다는 것을 밖에 나와 보니 알겠더라. 그것에 휘둘리면 안 되는데 그런 휘둘리는 구조를 방치해 왔다. 하지만 그렇게 휘둘리는 본인의 모습을 밖에서 객관적으로 본다면 생각보다 그런 것들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거기에 상처를 받거나 자괴감을 느끼는 건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 원하는 바다. 기회가 되면 언제든 바꾸면 되는 거다.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전 EBS PD)
-제도권 언론 밖에서 언론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은?
박상규=내가 어려움 겪는 건 권력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것보다는 외롭다는 점이다. 내가 기사를 쓰면 지금까진 변호사와 협업해서 변호사가 법률적인 문제를 봐 줬다. 과연 내가 똑바로 쓴 건지 문제가 없는지 기존 매체라면 데스크와 동료 등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데 그것에 대한 외로움이 느껴지더라. 내가 똑바로 쓴 건지 메일로 지인들에게 글을 보내주기도 하는데 가끔 그런 피드백에 대한 외로움이 있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기존 매체 기자들을 많이 만난다. 내 기사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고 의견을 들어보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한다. 취재할 때는 내가 언론사를 10년 다니고 와서 한 거여서 크게 접근에 어려움 없었고, 지금껏 했던 것들도 그렇게 권력과 가까이 출입처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개인적으론 마감 없어 하루 이틀 시간을 더 쓸 수 있어 취재가 더 수월해졌다. 

아이엠피터=경제적인 어려움은 처음부터 생각했던 거라 상관없는데 글쓰기라든지 저널리즘 쪽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반론은 어떻게 듣고 취재를 어떻게 하고 자료는 어디서 찾는지 하나하나 스스로 체득하는 것 자체가 많이 힘들었다. 글을 쓰고 나서도 구성과 논리부터 뭐가 문제인지 누가 가르쳐주지 않고 하나하나 부딪치면서 배워야 했다. 문제될 만한 글은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는 일도 많았다. 블로그 할 때는 잘 몰랐는데 전업으로 하다 보니 그때부터 문장을 써놓고도 이게 맞는 건지, 신문기사를 인용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닌지 몰라서 다시 원본 찾으면서 하다 보니 시간은 두세 배 걸렸지만 팩트 체크 등 많이 훈련된 것 같다. 계속 블라인드 처리나 명예훼손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까지는 갔는데 한 번도 (법적으로) 문제된 적은 없었다. 검증되지 않고 일방의 주장인 내용은 스스로 데스킹해서 걸러냈다. 취재하면서 어려운 건 인맥을 통하지 않고는 거의 자료를 받기가 어렵다. 정보공개청구 외에 의원실에 요청하면 빨리 받아줄 수 있는데 그런 게 어렵다. 정부 출입처에서 보도자료가 나와도 그 자료는 항상 나중에 인터넷에 올라온다. 자료를 요청하면 그건 언론사만 주는 자료라서 등록된 언론사가 아니면 배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1인 미디어들의 콘텐츠를 보면 현장 영상 위주다. 더 깊이 취재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박훈규=내가 전업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는 3년 정도 됐는데 시작할 당시에도 블로그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대학 때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던 동창들 얘기를 들어보면 매체에 들어간다고 해서 사명감이 있는 건 아니구나 느꼈고 오히려 직장생활과 별반 차이 없어 보이더라. 처음엔 현장에 누비고 다녔는데 텃세가 심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목소리를 같이 높이기도 하고 어느 현장 가든 있으니까 한두 명씩 친해지다 보니 시간이 지나고 나란 존재가 점차 알려졌다. 지금은 현장에서도 매체 기자들이 인정을 해주고 내 보도를 인용해서 보도해주면 고맙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건 취재원, 특히 권력자라든지 출입처에 쉽게 다가갈 수 없다는 점이다. 독립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 보니 취재원이 (소속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생소해 하기도 하고 취재가 깊게 진행이 안 되거나 인터뷰 섭외부터 어렵다. 백남기 농민이나 세월호 등 취재는 상관없는데 국회의원들이나 기관장 인터뷰 요청 자체는 사실 거의 안 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앰부시(Ambush·매복) 형식으로 현장에서 취재하는 것 아니면 정식 인터뷰 요청은 어렵다. 좀 더 깊게 취재 하고 싶은데 그런 한계가 있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을 취재하고 있는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오른쪽) 기자.
-보수 정권으로 바뀌면서 언론 활동의 변화나 차이점은?
박훈규=난 92학번인데 DJ 정권과 참여정부 시절에는 내가 진보 성향인지 보수 성향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MB 정부 들어서부터 하나씩 잘못되기 시작하면서 FTA와 광우병 시위 등 현장을 직접 보고 뉴스에 너무 다른 모습이 나오니까 왜 이런 식으로 나오지 해서 그때부터 트위터로 사진을 올리고 현장 상황을 전하기 시작했다. 또 공영방송이 망가져 가는 것과 YTN 해직 언론인 사태 등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자료와 뉴스를 찾아서 보게 되고 관련 책들을 보게 되면서 변화가 온 것 같다. 

김진혁=진보 정권이라고 불리는 정권이 대단히 진보적이었다기보다 언론은 독립적이라는 기본 상식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보도가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일 때 그게 항상 옳을 수 없다. 왜곡되거나 과잉 비판이 있었을 때 당시 권력기관에서 그게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 사람들은 망설였다. 언론은 독립된 기관인데 권력기관이 전화하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망설임이 있었다. 그건 진보라서가 아니라 기본적인 언론관이 상식적이어서 그렇다. 그런데 보수 정권의 언론관은 다르다. 보수 정권은 언론이 국가 시책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스피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가 권력자 또는 현 정권이 전반적으로 가야 하는 방향과 일치하지 않은 목소리 내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언론이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국가와 다른 목소리 내는지, 최근 5·18 기념곡 지정을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듯이 언론관이 다르다는 것이 본질적인 차이라고 생각한다. ‘반민특위’ 다큐가 그런 거였다. 이승만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역사문제는 뉴라이트와 연관돼 있어 KBS ‘훈장’ 불방도 그렇고 단순히 친일파를 옹호해서가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존재가 너희에게도 이익이지 않느냐, 그렇다면 이걸 부정하는 건 자학’이라는 사고다. 일종의 파시즘이라고도 할 수 있고 자기 모순적인 지나친 합리화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게 대한민국 보수가 가진 사고방식이고 언론관에도 투영돼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엠피터=기본적으로 다음 스토리펀딩을 하려고 해도 자꾸 걸린다. 기업과 관련된 아이템이 문제될 수도 있고 글을 쓰다가 문제가 되면 블라인드 처리되는 거야 그렇다 쳐도 그 외 다음이나 네이버에서도 블로그에 정치 관련 글을 유통할 만한 곳이 없어졌다. 과거 다음에선 정치 글 블로그도 많이 노출됐는데 지금은 아예 정치 글이 올라오지 않아 사람들이 많이 떠났다. 이제 네이버 블로그나 다음 티스토리 블로그에 글을 써도 정치 관련 글을 실어주는 곳이 없다. 명예훼손 등 직접적인 압박보다 유통구조와 시장 환경이 막혀버려 소셜 미디어 외에 사람들이 읽게 하는 통로가 없다. 시장이나 백화점에 물건을 공급하고 싶어도 노출을 못 하니까 그게 가장 힘들다. 지금은 일부 인터넷 매체에 송고 말곤 대부분 소셜 미디어나 검색어 정도밖에 없다. 그러면 미디어로서 영향력은 떨어지게 되고 아무리 좋은 글을 써도 읽어줄 환경이 안 된다. 페이스북도 연성 콘텐츠가 잘 팔려 깊이 있는 글이나 텍스트가 긴 것은 외면한다. 전반적으로 언론사에서 1인 미디어를 바라보는 분위기가 외국 같은 경우 좋은 글은 얼마든지 실어주고 그에 대한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는데 아직 우리 언론은 그런 분위기가 없다. 또 현 정부에선 블로거든 누구든 취재하러 가면 그나마 서울시에서는 자료 제공 등 편의를 봐주지만 정부기관에선 거부당하기 일쑤다.

-제도권 언론 안에 있는 언론인들에게 바라는 점은?
박훈규=창의적으로 일했으면 좋겠다. 항상 내가 취재를 나가더라도 현장에서 보이는 그림만 말고 다양하게 시각을 넓혀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보면서 폭넓게 취재를 하려 해야 그 이슈에서 새로운 이슈를 발굴할 수 있다. 그래야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는데 늘 보면 상대방이 그만하자고 하면 그만하더라. 펜과 카메라는 권력인데 적극적으로 대시해서 계속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어야 언론인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고, 언론인 앞에서 숨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집요하게 따라붙었으면 좋겠다. 대부분 내가 혼자 따라가서 새로운 걸 뽑아 올 때가 많다. 국회 들어가 보면 의원들 입에서 나올 때까지 먼저 질문 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들 받아쓰려고만 하는데 그건 기자의 모습이 아니다. 기자는 대변인이 아니다. 

시사블로거 '아이엠피터'
아이엠피터
=항상 뉴스를 보지만 왜 굳이 다른 언론사랑 똑같은 기사를 발행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오늘 이원종 비서실장 얘기를 썼는데 보통 글을 쓰면 관련 기사를 보는데 100~200개 기사를 봐도 다 비슷하다. 사람이 없다, 인력이 부족하다 얘기하는데 그 시간에 왜 굳이 그런 걸 하나. 물먹기 싫어서 써야 한다지만 자꾸 그러면 언론사가 변할 수 있는 건 없다. 아울러 권력에 대해 비판하는 건 당연한 거고 언론의 지배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지금 언론의 문제가 계속 생길 텐데 그것부터 기자들이 스스로 반성하고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기사를 보는 독자를 움직이고 정치권을 움직이는 데 중요한 게 언론사와 기자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조중동이 광고 받으려고 두드리는 것처럼 언론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해 거기에 동참 않는 국회의원들을 계속 비판하고 정수장학회 등 지배구조도 끊임없이 문제제기 해야 한다. 그렇게 자꾸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또 언론사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1인 미디어들과도 공유하고 서로 협업하면서 결국 언론 시스템이나 시장 자체가 바뀌고 변화돼야 1인 미디어도 성장할 수 있다. 

김진혁=잘 버텨야 한다. 버틴다는 건 크게 두 가지 의미다. 한 가지는 기사를 쓰거나 프로그램 만드는 언론 현실에서 최대한 사실적으로 옳다고 믿는 가치를 양보하지 않고 관철해서 국민과 시청자, 독자에게 전달하는 버팀이다. 두 번째는 심적인 버팀인데 너무 상처받거나 싸우고 좌절하더라도 서로 내분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다. 옳다고 믿었던 사람들에 대해 실망할 수도 있는데 사람은 힘들면 흩어질 때도 있는 거다. 다시 뭉치려면 너무 누군가 미워하거나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좌절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멘탈의 버팀이 중요하다.

박상규=내가 봤을 때 한국 언론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는데 유통이든 뉴미디어든 기술이 아니라 기본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저널리즘의 기본과 원칙을 안 지키니까 위기가 오는 거다. 기자가 질문 자체를 할 줄 모르는데 뉴미디어니 SNS니 언론의 위기는 전혀 그것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선배 기자들이 책상 차지하고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나와서 자기의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심층 주제를 잡아서 선배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언론매체가 다양한 것도 중요하지만 기자들이 나와서 나 같은 독립 저널리스트들이 한국에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유럽은 르포가 굉장히 발달했는데 선배 기자들이 그런 작업을 솔선수범 해주면서 어떤 하나의 이슈를 취재하면 책으로 묶어낼 수 있는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 기존 언론사들이 이슈를 선점하고 사회적 의제를 강조하지만, 그에 앞서 언론의 일차적인 책임은 진실을 밝히는 거라고 본다. 언론사 기자들이 진실을 위해 좀 더 복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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