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도라도는 어디인가?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언론사에 PV 폭탄을 안겨주고 홀연히 떠나버린 후 반으로 깎인 PV를 만회하기 위해 많은 언론이 ‘어뷰징’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제목만 보고 들어오는 독자들은 광고가 덕지덕지 붙은 기사 페이지에 1초도 채 머물지 않았다. 오히려 내용 없고 의미 없는 기사에 화가 나 기자들에게 ‘기레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안겨줬다.

포털의 변화에 비정상적으로 적응하면서도 언론은 네이버가 아닌 다른 엘도라도를 향해 떠났다. 마침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모바일에서 뉴스를 보게 됐다. 이에 언론은 앞 다퉈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지만 이 역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언론은 신세계 구축을 포기한 채 모바일 시대에 맞는 또 다른 엘도라도를 찾아 유랑을 떠났다.

‘페북’이라는 엘도라도

언론은 모바일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엘도라도를 찾아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를 통해 트위터는 콘텐츠 유통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언론이 나서지 않아도 트위터 이용자들은 스스로 좋은 콘텐츠라는 판단이 서면 기사 링크를 걸어 팔로워들에게 뿌렸다. 그리고 곧이어, 언론이 앞 다퉈 트위터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6년 5월 현재, 경향신문은 55만8천여명, 한겨레는 46만여명, 오마이뉴스는 33만4천여명, 중앙일보는 21만1천여명, 민중의소리 16만여명, 조선일보는 12만7천여명, 동아일보는 10만여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일단 기사를 쓰면 수십만의 독자들에게 자동으로 ‘배달’된다는 의미다.

▲ 애니메이션 '엘도라도' 화면 갈무리.
하지만 트위터의 영향력은 길지 못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이 부상하면서 언론은 또 다른 신세계로 진입했다. 페이스북은 140자의 트위터에 비해 형식도 자유로웠고 홈페이지 유입량도 많았다. 잘 나가는 콘텐츠는 페이스북에서 몇백만 사용자들에게 도달했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다단계처럼 관심기사를 공유했고 그들의 ‘페친’들은 지인이 추천한 기사를 신뢰하고 읽었다.

페이스북의 2016년 5월 현재 페이지 좋아요 수는 조선일보가 36만9천여명, 시사인이 31만4천여명, 경향신문이 30만여명, 한겨레가 25만2천여명, 오마이뉴스가 24만2천여명, 민중의소리가 22만9천여명 등이다. 페이스북은 기사 포스팅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를 하면 자신의 친구 뉴스피드에도 노출되기 때문에 더 확산성이 높다.

SNS의 힘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5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2014년에 비해 이동형 단말기(모바일)를 통한 뉴스 소비가 증가(69.5%→73.5%)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소비도 증가(49.9%→53.5%)했다. 뉴스를 접하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는 것이다.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률이 2011년에 비해 세 배 가까이 증가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언론진흥재단의 ‘소셜 뉴스 유통 플랫폼: SNS와 뉴스 소비’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 중 67.3%가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 67%가 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 10명 중 2명은 기사 링크를 ‘공유’하고, 1명은 ‘직접 기사를 링크’하는 등 적극적인 미디어 소비 패턴을 보였다.

▲ 경향신문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문제는 활발한 SNS 활동이 실제 언론사의 PV로 연결되느냐다. 여러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모바일 PV 유입량 중 페이스북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는 10%에서 많으면 40% 정도다. 트위터는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다만 그 유입비율도 포털을 통한 유입량이 줄었기 때문이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유입량이 특별히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밖에도 카카오스토리, 밴드, 미투데이 등 개방형‧폐쇄형 SNS를 가리지 않고 언론은 자사 콘텐츠를 포장해 뿌리고 있다. 하지만 다른 SNS 서비스의 PV유입량은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SNS라는 엘도라도를 찾았지만, 외관에 비해 금 매장량이 많지 않은 셈이다.

엘도라‘군도’

‘2015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앱을 통한 뉴스 소비 패턴을 분석한 결과 모바일 사용자들은 대체로 포털앱으로 접속(42.9%)해 뉴스를 소비한다. 언론사 자체 애플리케이션으로 직접 들어오는 이용률은 16.7%, 뉴스모음 애플리케이션의 이용률 11.0%에 그쳤다.

이처럼 모바일에서도 여전히 포털 영향력은 막강하다. PC에서는 물론 더하다. 인터넷을 통한 뉴스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2015년 인터넷 포털을 통한 뉴스 이용률은 69.4%다. 이중 네이버가 58.6%, 다음이 29.3%로 1, 2위를 차지했다

그런 포털이 모바일에서는 뉴스를 축소하고 대신 피키캐스트 형태의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포스트’, 카카오는 ‘1boon’을 차례로 내놨다. 카드뉴스 혹은 사진을 크게 쓰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모바일 활용도가 높은 젊은층을 타깃팅 했다.

콘텐츠를 언론 등 외부에서 수혈해 모바일 독자들에 맞게 가공, 배포하는 플랫폼은 이미 이전부터 피키캐스트, 직썰 등이 존재했다. 이제 포털이 언론사 등에 콘텐츠를 요구하며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한 셈이고, PV 1건이 다급한 언론은 또 다른 포털 가두리양식장에 제 발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언론계에서는 이를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 One-Source Multi-Use)라고 부른다. 하나의 콘텐츠를 페북이나 트위터에도 뿌리고 재가공해서 네이버포스트나 1boon에 올리고 피키캐스트에도 보내야 한다. 그나마도 피키캐스트, 네이버포스트, 1boon 등은 언론사 PV로 전혀 유입이 안 된다. 1boon 등은 콘텐츠 수익료를 배분하는 방식이고, 네이버포스트는 콘텐츠를 공짜로 제공하되 그 안에서 독자들이 자사 홈페이지로 들어올 수 있도록 링크를 걸고 클릭을 유도해야 한다.

▲ 카카오 1boon 서비스
그나마 언론사 페이지 직접 유입이 가능했던 페이스북도 인스턴트 아티클 서비스를 출범하면서 모바일의 경우 콘텐츠를 페이스북 인링크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 페이지에 광고를 싣도록 해주겠다지만 수익전망이 밝아진 건 아니고 오히려 그나마 벌어들였던 PV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모바일 시대 독자들이 파편화되면서 엘도라도의 수는 많아졌지만, 문제는 그 안의 금이 언론사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불만이 터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시끄러운 엘도라도

페이스북의 경우 특정 언론사의 팬 수가 많아야 30~40만여명이다. 그런데, 연성 콘텐츠, 인터넷 화제글 등을 다루는 인사이트의 경우 130만여명, 피키캐스트는 126만여명, 위키트리는 116만여명,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50여만명에 이른다. SNS를 통한 콘텐츠 소비는 인사이트 등의 연성콘텐츠가 대부분 흡수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언론도 변화를 강요받았다. 각 언론은 페이스북에서는 비교적 가벼운 콘텐츠 위주로 뿌린다. 경향신문은 아예 ‘향이네’ 캐릭터를 구축하고 별도의 페이지를 출범시켜 SNS, 모바일에 최적화된 포맷 뉴스를 제작한다. 경향신문에서는 정치 분야보다 공감을 끌어내는 미담 관련 콘텐츠에 대한 호응이 높다고 한다. 한국일보 역시, ‘다리 길어보이게 사진 찍는 법’, ‘음식 속 설탕량’ 등 가벼운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때문에 가벼운 콘텐츠, 좀 더 확장하면 이용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 즉 기존 기사의 문법과는 다른 문법이 요구된다. 스토리텔링 방식의 뉴스가 각광받는 이유다. 파이낸셜뉴스의 경우 아예 소셜이나 모바일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는 ‘fn파스’라는 다른 브랜드를 갖고 파이낸셜뉴스의 전통 영역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콘텐츠를 내놓는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모바일 시대 기존 저널리즘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모바일 시대 빠른 유행은 이용자 피로도도 증가시킨다. 한 언론사가 카드뉴스를 내놓으면 다른 언론이 앞 다퉈 카드뉴스를 내놓고 결국 이용자들은 카드뉴스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VR이나 3D 영상을 만들어도 호응을 받을지, 유통기간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정작 지난해 9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스마트폰 사용자 1,0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의외로 이용자들은 가장 선호하는 뉴스 포맷으로 카드뉴스(11.7%)가 아닌 전통적인 문자뉴스(56.9%)를 더 선호했다.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여전히 저널리즘이란 기둥 없이 신기술에 맞는 포맷만 변화한다고 해서 언론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점점 높아지는 진입장벽이다. 김동현 민중의소리 뉴미디어 팀장은 “페이스북 초기에 진입한 매체들은 소위 ‘대박’하나를 치면 ‘좋아요’ 수를 빠르게 늘릴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광고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부국장도 “언론은 페이스북에 광고료도 주고 콘텐츠도 양질로 올려줘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라며 “최근에는 페이스북 유입이 거의 없다”며 “인스턴트 아티클을 하면 더 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고용노동부로 부터 발주돼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일보의 카드뉴스.
그리고 원 소스 멀티 유즈가 언론의 수익과 직결된다는 보장도 없다. SNS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SBS의 스브스뉴스 역시 별다른 수익 없이 콘텐츠 실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CBS 노컷뉴스 최철 SNS 팀장은 “페이스북은 공간 특성 상 네이티브 광고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일반 홈페이지라면 배너 광고 등 광고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있지만, 페이스북은 타임라인이 광고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딱히 페이스북 등을 통해 PV를 유입해서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부작용도 일어난다. 한국일보와 뉴스1 등 언론사들이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홍보성 카드뉴스를 제작한 일도 있었다.

또한 SNS 콘텐츠는 언론의 엄격한 데스킹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개인의 특성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종종 ‘사고’가 터지기도 한다. 조선일보 페북지기는 올해 초 ‘아빠에게 야한 셀카 실수로 보낸 딸’ 이라는 기사를 소개하며 “노모 버젼이 보고 싶다면?”이라고 설명을 달아 논란이 됐다.

결국 언론은 먹을 것 없는 땅에 금 부스러기 받고자 곳곳에 콘텐츠를 만들고 뿌린다. 뉴스룸의 인력과 다르게 이와 같은 일을 하는 인력 대부분은 또 비정규직이다. 수익이 안되고 미디어 환경이 언제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인터넷 곳곳에 언론이 만들어낸 카드뉴스와 포스트가 뿌려진다. 새 땅을 찾겠다는 혁신이라지만, 어떻게 보면 오늘도 생존에 급급한 언론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