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취재진이 단원고 현장에서 유가족으로부터 취재 거부당하는 영상이 SNS상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 폄훼 논란으로 잦은 구설수에 올랐던 MBC에 대한 세월호 유가족의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영상이다.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기자가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는 고(故) 오영석군의 아버지 오병환씨 등이 MBC 취재팀에 반발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희생 학생들을 ‘제적’ 처리한 단원고에 반발해 밤샘농성을 벌이고 있다.

▲ 고(故) 오영석군의 아버지 오병환씨 등이 11일 오전 MBC 취재팀에 반발하는 장면이 박훈규 기자의 영상에 담겨 있다. (사진=박훈규 기자 영상 갈무리)
오씨는 11일 MBC 취재진에 대해 “언제부터 MBC가 세월호에 관심이 있었나”, “이거 촬영해서 우리(세월호 유가족) 또 비난하게?”, “MBC 자체가 싫다”, “유가족을 위해, 진실을 위해 MBC가 한 게 무엇인가”, “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방송해줬나”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고(故) 이창현군 아버지 이남석씨는 “우리 가족들 입장하고 반대 쪽 입장하고 동등하게, 있는 그대로 보도해주면 뭐라고 안 하는데”라고 말했다. MBC가 기계적 중립마저 외면한다는 비판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김아무개 기자는 최근 입사한 경력기자로 “학교 쪽과 교육청 쪽이랑 (취재해서) 이 문제가 뭐가 잘못된 것인지”라며 취지를 설명하지만 유가족의 감정은 풀리지 않았다.

해당 영상은 세월호 유가족이 MBC 보도에 얼마나 적대적인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MBC가 보도를 매개로 유가족을 공격해왔다는 것.

MBC는 세월호 사고 직후 ‘전원 구조’ 오보의 당사자였으며 ‘일부 가족의 조급증과 압박’ 때문에 민간잠수사가 사망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보냈고 수학여행 단체여행자 보험부터 셈하며 유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목숨을 걸고 단식 투쟁에 나섰던 고(故)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 사생활을 파헤치는 보도로 비판을 받았고,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의 집회로 유가족의 광화문농성을 ‘물타기’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있던 것이 MBC 보도였다.

▲ MBC '뉴스데스크' 2014년 8월26일자 보도.
이날 현장에 있던 박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MBC 취재진이 취재 요청을 했다가 유가족들이 MBC 카메라 스티커를 보고 반발했다”며 “TV조선도 마찬가지였다. 유가족들이 종편과 MBC의 취재는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MBC 취재진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취재하고 싶다’는 의사 표현을 했지만 유가족이 MBC에 감정이 좋지 않다보니 이렇게 속내를 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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