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런데도 본인은 언론인으로서 자유언론을 주장하다가 황당하게도 감옥으로 왔다. 언론인이 자유언론을 주장하는 것은 누에가 뽕잎을 먹는 것처럼 당연하다. 우리는 자유언론이라는 것이 상식이 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이 나라가 독재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온몸으로 투쟁하는 것이다.” (장윤환 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1979년 민권일지 사건 항소심 최후진술)

기자라는 직업을 밥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는 이 땅의 언론인들에게 동아투위는 마지막 자존심이다. 41년 전 동아투위와 160여명의 해직 언론인들이 없었다면 그 시절 언론인들은 뭘 했느냐는 질문에 뭐라 답을 할 수 있을까. ‘기레기’라 욕을 먹을지언정, 이 땅의 기자들이 진실을 좇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미약하게나마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는 건 동아투위 선배 기자들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동아투위 기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배상금이 1000만원 뿐이고 소송을 낸 103명 가운데 13명만 배상을 받게 된 것은 아쉽지만 군사독재 정권에 의한 부당해고라는 사실이 인정되고 국가가 배상 주체로 나선 것은 분명히 한 발짝 앞으로 나간 것이다. 30대 초중반이던 기자들이 어느덧 70대 노인들이 됐고 113명의 동아투위 위원 가운데 25명이 새로운 세상을 보지 못하고 떠났다.

이들은 단순히 직장을 잃은 것 뿐만 아니라 반체제 불순 세력으로 낙인 찍혀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없었고 정보기관의 감시와 미행은 물론이고 툭하면 연행과 구속으로 갖은 고초를 겪었다. 군사독재가 끝나고 정권이 몇 번 바뀌었지만 다시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됐고 언론 환경은 박정희 시절로 후퇴했다. 일제 강점기보다 긴 세월을 견뎠으나 이들의 투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처한 미증유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에 있음을 선언한다. 민주사회를 유지하고 자유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사회 기능인 자유언론은 어떠한 구실로도 억압될 수 없으며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것임을 선언한다.” 1975년 10월 동아투위 기자들의 선언은 아직도 유효할 뿐만 아니라 여전히 한국 사회의 절박한 과제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독재 정권에 맞섰다. 평생을 해직 기자로 살았지만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고 진리와 양심을 포기하지 않았다. 강물은 구불구불 흐르지만 바다로 간다. 역사는 스스로 전진하는 게 아니라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까스로 퇴행하지 않는 것이다. 이 땅에 사는 우리는 모두 동아투위에 빚이 있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자유언론을 실천하는 게 그 빚을 갚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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