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의 언론탄압에 저항한 ‘동아자유언론수호 투쟁위원회(동아투위)’ 소속 해직 기자들이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사건 발생 41년 만의 일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권근술 등 전직 동아일보 기자 12명과 2014년 숨진 성유보 전 동아투위 위원장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에서 “권씨 등에게 각 10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두 차례나 대법원을 오가는 등 우여곡절 끝에 재판부가 해직 기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해당 재판의 쟁점은 국가의 불법행위가 있어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성립하는지 여부와 △그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는지 여부 등 두 가지였다. 

▲ 동아일보 언론인들은 1974년 10월 24일 동아투위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통해 한국 언론의 자유를 드높였다.
이에 대해 2011년 1심과 2012년 2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당시 중앙정보부의 불법, 부당한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례에 해당한다”면서도 “손해배상 청구권은 성립하지만 소멸시효가 지나 국가의 배상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과거사위가 진실규명 결정을 했기 때문에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했다”며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돌아간 고법에서는 이전과 다른 판단이 나왔다. 

동아투위 사건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당시 언론탄압에 저항한 동아일보 기자들이 대거 해고된 사건이다. 당시 정권은 동아일보 언론인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하면서 저항하자 중앙정보부를 통해 광고주를 압박했고, 광고주들이 동아일보에 광고를 끊는 결과로 이어졌다. 

동아일보는 광고지면을 백지상태로 발행했고 국민들은 동아일보에 성금 및 격려광고를 게재하는 등 정부 조치에 반발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75년 3월 동아일보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기자 18명을 해고했고 같은 해 5월1일까지 116명의 언론인을 추가로 해고하거나 무기정직 징계를 내렸다. 

▲ 정희 정권에 맞서다 해고된 동아투위 위원들이 지난해 6월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대법원 판결과 동아일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에 대해 동아투위는 지난 6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로써 동아투위 언론인들의 해직에 관여한 바 없다고 거짓말을 되풀이한 정부당국의 뻔뻔함과 그 거짓말에 맞장구를 친 동아일보사의 비굴함에 철퇴가 내려졌다”며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는데 무려 41년이 걸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동아일보사는 우리들을 ‘위계질서를 어긴 폭도’라고 매도했으며 정보 당국은 ‘빨갱이들’ 이라는 소문을 은근 퍼뜨렸다”며 “동아일보사는 이제라도 동아투위 위원들과 백지광고사태 때 성금을 내주신 시민들, 그리고 동아일보에 기대를 걸었다 실망한 수많은 독자들에게 무릎 꿇고 참회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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