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TV를 보지 않는 시대다.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한 영상 서비스)와 N스크린이라는 용어는 여전히 대중에겐 낯설지만 이미 시장은 뜨겁고,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상파, 케이블, 통신사가 각자의 플랫폼을 갖고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한국에 상륙했고 영화 추천사이트 왓챠도 OTT시장에 뛰어들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모바일 장악력이 높았던 통신3사의 모바일IPTV도 재정비를 했다. 특히, SK는 모바일IPTV인 Btv모바일과 전통적인 OTT서비스였던 호핀을 하나로 통합해 선택과 집중을 하며 신규 브랜드 옥수수를 지난 1월28일 런칭했다. SK브로드밴드 미디어사업부문 김민섭 팀장과 서면인터뷰를 통해 옥수수의 미디어 전략을 들었다. 

“개인화 서비스는 옥수수가 나아갈 방향”

모바일 트래픽이 늘어나면서 모바일IPTV 모두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유독 옥수수의 이용자 증가폭이 크다. 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옥수수의 UV(순방문자수)는 지난 1월 252만 명에서 3월 322만 명으로 70만 명 가량 늘었다. LG유플러스의 LTE비디오포털은 223만 명에서 229만 명으로, KT의 올레TV역시 같은 기간 158만 명에서 173만 명으로 늘어 상승폭이 크지 않다. 옥수수의 선전에는 옥수수의 서비스와 콘텐츠, 저렴한 가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통신3사 모바일IPTV 순방문자 추이. 자료=코리안클릭.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은 당장은 ‘미풍’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 OTT사업자들의 서비스 강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옥수수는 넷플릭스와 유사한 콘텐츠 추천기능을 선보였고, ‘한국판 넷플릭스’라는 별명이 따라 붙었다. SK브로드밴드는 서비스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여러 사업자들의 서비스를 놓고 장단점을 분석했고, 이 과정에서 콘텐츠 추천기능을 벤치마킹했다. 김 팀장은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와 개인화 서비스 도입은 옥수수의 나아갈 방향이기 때문에 선택했던 길”이라며 “‘넷플릭스가 잘 나가기 때문에’ 그들을 벤치마크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옥수수는 가입 때 이용자가 연령, 성별과 선호 콘텐츠를 입력한 결과를 바탕으로 최초의 개인화된 추천리스트가 뜬다. 여기에 이용자의 이용기록을 더해 콘텐츠를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추천한다. 김 팀장은 “진화하는 추천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면서 “고객의 콘텐츠 이용 이력이 계속 더해져 개인화의 정확도가 더 높아지도록 알고리즘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옥수수는 앱 접속 이후 콘텐츠 이용으로 연결되는 비중이 67.9% 늘었다는 점을 ‘추천 기능’의 성과로 꼽았다.

▲ 옥수수의 콘텐츠 추천을 위한 설정 화면.

“남들만큼 콘텐츠 가진 상황에서 스포츠로 차별화”

OTT 플랫폼이 성공하려면 차별화된 콘텐츠는 필수요소다. 지상파가 콘텐츠 제값받기에 나서면서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힘들다. 경쟁OTT인 푹은 지상파 콘텐츠를, 티빙은 CJE&M의 콘텐츠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통신3사는 주력 콘텐츠 없이 대체로 비슷비슷한 방송과 영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수준이었다. 김 팀장은 “타 모바일 미디어 사업자들과 비교해서 동등한 수준의 콘텐츠를 보유한 상황에서 옥수수의 강점은 스포츠다. 스포츠 콘텐츠는 타 모바일 서비스 대비 특별히 더 많고 다양하다”고 말했다.

옥수수는 30대 중반의 이용량이 가장 많은데 김 팀장은 “아무래도 스포츠 콘텐츠가 강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옥수수는 국내 프로야구, MLB, EPL, 프리메라리가, 분데스리가, LPGA, KLPGA, UFC, WWE 등과 계약을 맺어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실시간 18개 스포츠 채널을 갖고 있으며, 스포츠 관련 VOD 카테고리만 15개에 달한다. 

▲ SK브로드밴드 미디어사업부문 김민섭 팀장
향후 추가로 선보일 스포츠 콘텐츠에 관해 김 팀장은 “계약 추진 단계에 있는 콘텐츠들이 있어 직접 언급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스포츠하면 옥수수라는 인식을 심어드리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옥수수는 트레저헌터, 다이아TV 등과 계약을 맺어 MCN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 팀장에 따르면 MCN 콘텐츠 전후 시청량이 단 기간 내 두 배 이상 성장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옥수수의 MCN 전략은 큐레이팅이다. 김 팀장은 “하루에도 수백편 수천편의 MCN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온다”면서 “옥수수는 다양하되 선별된 MCN을 추구한다. 앞으로도 차별화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공급함으로써 플랫폼 경쟁력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옥수수에 넷플릭스라는 별명이 붙은 또 하나의 이유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옥수수’는 독점 콘텐츠인 모바일 예능 ‘마녀를 부탁해’등을 선보였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파괴력 있는 콘텐츠가 나오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합병을 계기로 조성하는 콘텐츠 기금 3200억 원에 옥수수가 VR 등 차세대 콘텐츠를 포함한 자체 콘텐츠를 대거 내놓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김 팀장은 “구체적인 안을 마련 중이다. 얼마나 투자될 지는 지금 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옥수수의 MCN과 스포츠 콘텐츠.
“VR? 이용자가 원하는 건 기술 아니라 콘텐츠”

기술경쟁도 뜨겁다. 옥수수의 경쟁 서비스인 KT의 올레TV모바일은 일찌감치 VR 전용관을 열고 공격적으로 VR 콘텐츠를 수급하고 있다. KT는 독점으로 프로야구 중계를 VR로 서비스하고 연말까지 VR콘텐츠에만 100억을 투자해 500여개 오리지널 VR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에 비해 옥수수의 진행상황은 더딘 편이다. VR 전용관 서비스와 오리지널 콘텐츠를 5월 말에 선보일 계획이다. 당초 계획보다 한차례 늦추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기능적인 건 이미 갖추어진 상태이지만 콘텐츠 없이 기능만 고객들께 제공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차세대 콘텐츠 경쟁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김 팀장은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콘텐츠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서 모바일 미디어 서비스는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한 서비스이지 기능을 이용하기 위한 서비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경쟁사와 속도 경쟁 보다는 정말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VR 콘텐츠 경쟁을 펼치고 싶다. VR은 가치 있는 영역이지만 3D처럼 기술과 콘텐츠가 따로 놀아서는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정말 VR을 활용할만한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할 것이고 그 결과물을 꾸준히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고 해서 무턱대고 기술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기 보다는 최적화된 콘텐츠 수급에 집중하겠다는 이야기다.

“지상파 공급,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

이전보다 영향력이 줄었다곤 하지만 지배적인 콘텐츠인 지상파의 콘텐츠 공급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건 옥수수를 비롯한 모바일IPTV 전체가 갖는 위험요소다. 현재, 통신3사는 우여곡절 끝에 지상파 VOD를 수급하고 있지만 실시간 채널은 없다. 지상파 VOD 역시 예능이나 드라마는 수급이 됐지만, ‘그것이 알고싶다’와 같은 교양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김 팀장은 “지상파 콘텐츠 수급을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현재 관점에서 드릴 수 있는 말은 지상파 콘텐츠 공급을 못하고 있는 것이지 안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OTT와 달리 모바일IPTV의 선전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통신3사가 데이터중심 요금제를 내놓으며 요금제에 따라 모바일IPTV를 공짜나 저가에 주는 연동 서비스가 활성화 됐다. 모바일IPTV 요금자체가 저가인데다, 옥수수는 월정액 3000원으로 경쟁 모바일IPTV보다도 절반 가까이 저렴하다. 이 같은 행보에 방송사업자들은 ‘방송의 통신종속’을 초래하고 ‘방송콘텐츠를 헐값으로 만든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관련 질문에 김 팀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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