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목적이 돈이 아니었으니까 상관없는데, 최소한 인턴이라도 충분한 급여와 안정성은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대우가 어렵다면 차라리 카드뉴스와 영상을 만들지 말든가 해야 하지 않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 상에서 카드뉴스와 모바일 맞춤형 동영상을 제작하는 등 많은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뉴미디어 콘텐츠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전문 인력 대신 인턴 학생이나 비정규직 등을 채용하는 데 급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사로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보다 단기간에 생산할 수 있는 카드뉴스와 동영상에만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대학생 A씨는 6개월 간 한 방송사와 학교의 디지털 저널리즘 연구 동아리 연계 활동의 일환으로 카드뉴스를 만드는 활동을 했다. 디지털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직접 한 방송사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 활동에도 나서게 됐지만 정작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A씨에 따르면 1주일에 1명이 디지털 콘텐츠 한 건 씩 제작했다. 주제를 정하고 스토리라인을 짜서 제출하면 같은 팀의 기자들이 보완을 해주면서 제작했다.

인원 배치도 이상했다.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팀이었지만 정작 디자이너도 없었다고 A씨는 설명했다. 다른 팀에 소속된 디자이너에게 일을 맡기는 과정이 번거로워 결국 중간에 다른 시각디자인 관련 학과의 대학생이 디자인 관련 업무를 맡기도 했다.

이 활동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특별한 경험을 쌓게 된 것도 아니라고 A씨는 말했다. A씨가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었던 방송사에서는 실험적인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미 정해진 형식을 가져와 제작하는 것에 그쳤을 뿐이다. 디지털뉴스 관련 직원 중에 콘텐츠를 직접 담당하는 인원은 두 명 뿐이었다.

A씨는 “디지털 혁신을 체험한다고 해서 갔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다. 캐릭터를 만들고 서브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결국 다른 언론사들이 하는 것 중에 잘 된 것을 똑같이 따라하도록 시킨 수준이었다. 우리에게 도움이 된 건 결과적으로 월 활동비 20만원에 네이버에 우리 팀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바이라인 뿐”이라고 밝혔다.

한 일간지 뉴미디어 부서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B씨의 사례도 이와 비슷했다. 신문사였기 때문에 영상을 담당하는 팀이 없어 인턴을 중심으로 영상 팀을 구성했다. 기자는 1명이었고 PD 두 명은 인턴이었다.

인턴은 언론사나 영상 제작 분야 입사를 준비하는 휴학생과 졸업생이었다. B씨에 따르면 영상PD로 활동했던 인턴은 정규직과 큰 차이 없이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가 넘어 퇴근했지만 월급은 130만원 뿐이었다. B씨는 산학협력 인턴으로 채용돼 월급은 80만원 정도를 받고 카드뉴스를 제작했다.

B씨 역시 “이 언론사는 비정규직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고 있으면서 당장 필요하니까 (우리 같은 인턴을) 부려만 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A씨와 B씨의 사례는 최근 언론계에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서울신문 등 많은 언론사들이 카드뉴스 제작 담당을 인턴에게 맡기고 있다. 3개월 내지 6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활동하게 되는 이들은 주로 언론사 관련 경력을 쌓고자 하는 취업준비생이나 휴학생이 많다.

최근 서울신문은 카드뉴스 등 모바일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턴 4명이 6개월의 기간 동안 활동 중이다. 조선일보도 최근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인턴을 별도로 모집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카드뉴스 뿐만 아니라 영상 촬영 및 편집 인턴, 콘텐츠 팀 인턴 등도 모두 단기 알바 형태로 모집하고 있다.

▲ ⓒ iStock.
한 경제지의 디지털뉴스부장은 “많은 언론사들이 가벼운 콘텐츠를 중심으로 카드뉴스 등을 만들고 있는데, 취재나 깊이있는 분석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이런 콘텐츠는 기자가 만들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외부에서 대학생들 데려다 만들자고 하는 것이 이런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사들이 단기 인턴을 통해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작 다수 언론사들의 모바일 전략이 볼거리와 흥미 위주의 콘텐츠를 내놓기에 급급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인턴을 통해 만들어진 콘텐츠들은 특별한 취재가 필요한 내용이기보다 이미 나온 기사나 자료를 간단히 카드뉴스나 영상으로 정리해 보기 좋게 꾸며놓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언론사 내부의 인력구조 때문이다. 지면과 방송에 맞춰진 기존 제작 인력을 가지고 디지털 환경에 맞춘 콘텐츠를 당장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디지털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사가 빠르고 많이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콘텐츠는 카드뉴스와 동영상인 셈이다.

언론사들이 인터넷과 뉴미디어 분야 제작 인력을 인턴 등의 비정규직으로 운영하는 주된 이유로 뉴미디어에 대한 불확실성도 꼽힌다. 뉴미디어라는 분야 자체가 미디어 트렌드의 빠른 변화 때문에 대응차원에서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언론사들조차 뚜렷한 수익모델을 만든 곳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수익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고 내부 인력을 뉴미디어 부서로 돌려서 활용하거나, 혹은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다면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한 경제지의 디지털팀 편집기자는 “인턴이나 계약직을 많이 뽑고 있는 이유는, 업계 전반에서 디지털 혁신을 말하고 있어도 정작 회사 내에서 이에 대한 방향성을 잡고 이끌어갈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SBS의 경우 정규직 직원을 포함해 자회사 파견직과 아르바이트, 인턴, 프리랜서 등 모두 약 70~80명이 영상과 카드뉴스를 포함한 각종 뉴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인원 규모가 큰 만큼 사회적으로 가연성이 높은 소재를 다루는 콘텐츠의 경우에는 인턴 등이 제작하더라도 부서차원에서 공유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거친다.

정작 인턴 등 비정규직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지는 SBS 측도 정확히 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며칠 동안 짧게 활동하는 인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심석태 SBS 뉴미디어실 실장은 “방송 뉴스처럼 하나의 콘텐츠 생산 경로가 확립돼있고 시장에서도 수익이 검증돼있으면 바로 정규직 직원을 뽑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존 정규직 직원이 할 수 없는 실험적인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들에 대한 근무 조건을 보장해주는 것이 최선이며 일정 정도의 고용 불안정성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 iStock.
단기 인턴이 디지털 실험에 매진하고 있는 언론사들의 새로운 고용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우려되는 지점은 결국 콘텐츠의 질이다. 시장이 불투명하다고는 하지만 인력에 대한 투자 없이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최민영 경향신문 미래전략팀 차장은 “뉴미디어 분야에 회사 차원에서 인력을 늘려주거나 교육을 시켜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홈페이지 개발 기획 등도 인력이 필요한 상황인데 여의치 않으니 기자가 직접 배워가며 시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는 아예 지난해 모바일용 콘텐츠만 전문으로 제작하는 매체인 티타임즈를 론칭하기도 했다.

티타임즈는 데스크 기자 한 명과 기자 세 명, 디자이너 두 명과 인턴 한 명으로 구성돼있다. 인턴은 머니투데이 채용을 전제로 6개월의 기간 동안 활동 중이다.

티타임즈의 유병률 디지털뉴스부장은 “각 언론사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모바일 콘텐츠를 만드는지에 따라 모바일 콘텐츠 제작 방식은 각기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는 가벼운 스낵컬처가 아닌 기자들이 만드는 깊이있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것이다. 뉴미디어라고 꼭 가벼운 콘텐츠를 다뤄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래서 인턴에게 업무를 전담시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온라인뉴스팀의 신은정 기자는 “임시 방편차원에서 사람을 뽑지 않고 교육 등 대우를 해주면 그만큼 (뉴미디어 분야에서) 결과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