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이라도 쪼개서 쓸 수 있는  지상파 방송 주파수가 남아 돌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소극적이다. EBS2가 도입되면서 법적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방통위는 MMS(Multi-Mode Service, 지상파다채널서비스)를 법에 명시하게 된다. 그러나 추가적인 채널을 허용하는 게 아니라 진입을 막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4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해 2월부터 시범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MMS인 EBS2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MMS는 주파수 압축기술의 발달로 기존 주파수를 쪼개서 채널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이름만 놓고 보면 KBS2나 EBS2는 똑같은 2채널이지만 KBS2는 KBS1과 다른 주파수 대역을 쓰는 별개의 채널이고, EBS2는 기존 EBS 주파수를 나눠 채널을 만들었다는 점이 다르다.

▲ EBS(좌측 모니터)와 EBS2(우측 모니터). 사진=금준경 기자.
방통위가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한 이유는 EBS2 본방송 도입을 하려면 법적근거가 필요한데, MMS에 대해 법이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MMS를  ‘부가채널’이라고 명명했다. ‘부가채널’은 본 채널과 마찬가지로 방송 재승인 심사를 받게 되고 심사는 본 채널과 함께 받게 된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EBS 외의 추가적인 MMS 채널 도입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핵심조항인 ‘지상파방송 부가채널의 승인’항목은 “부가채널을 운용할 수 있는 지상파방송사업자는 교육격차 해소 등 부가채널 운용의 공익성 및 필요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EBS2처럼 교육격차 해소와 같은 공익적 목적이 없으면 허가를 해주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MMS는 ‘상업광고 편성’도 금지된다. 방통위는 부가채널의 승인 및 재승인 조건으로 ‘상업광고 편성금지’를 담을 예정이다. 방통위 방송정책국 관계자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송법에 방송광고의 유형과 기준을 담을 수는 있지만 특정 방송사의 광고허용여부를 넣을 순 없다”면서 “대신 승인조건에 담게 된다.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말했다. 상업광고편성이 금지된 KBS1 역시 방송법이 아닌 승인 조건에 이 같은 의무가 부과된다.

근본적으로 지상파가 이미 갖고 있는 주파수를 활용하는 MMS 채널을 정부가 승인하는 제도 자체도 MMS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상황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고삼석 상임위원은  “우리는 MMS 채널을 승인해야 하지만 미국, 영국, 일본은 지상파 사업자들이 MMS를 도입하는 걸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권장해 활성화하게 한다”고 말했다. 

▲ 지난 3월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지상파다채널서비스(MMS) 도입에 대해 종합편성채널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가 이처럼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지상파의 경쟁자인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한 유료방송사업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케이블TV방송협회 등 유료방송업계는 지상파 MMS 도입이 논의될 때마다 “광고 없는 채널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고 종편과 종편겸영 신문은 MMS 도입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며 방통위를 압박해왔다. 이들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지상파 채널이 늘면 그만큼 유료방송 몫의 광고 파이가 줄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MMS가 전면도입되면 지상파 채널이 십수개가 늘어날 수 있지만 방통위의 허가 조건 자체도 까다롭고, 광고없는 채널은 지상파 입장에서도 매력적이지 않아 활성화되기 힘들다. 차기 MMS로 KBS3 도입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KBS는 ‘재난방송’목적으로 KBS 채널의 MMS를 도입할 것으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한 상태인데 아직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논의는 EBS에 대한 것만 결정됐다”면서 추가적인 MMS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방송법 개정안은  올해 하반기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