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국가정보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 북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이슈 전문 웹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northkoreatech.org)’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접속 차단을 요청하면서 “게시글 전체가 북한 사회주의 및 김정은을 찬양·미화하는 내용”이라고 의견을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2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노스코리아테크 사이트 접속을 차단한 것은 국정원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으며, 국정원은 접속 차단 논란이 불거진 후 추가 증거를 수집해 심의위에 전달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심의에 개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관련기사 : 노스코리아테크 차단은 국정원 작품)

이후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국정원 요청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은 노스코리아테크 사이트의 전체 메뉴에 대해 “북한 김일성 일가 미화·찬양, 체제 선전, 대남 선동 내용”이라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제1항제8호와 제3항, 국가보안법 제7조1항과 5항을 위반했다고 방통위에 접속 차단을 요청했다.  

정보통신망법에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해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 된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또는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 해당 정보의 처리를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노스코리아테크 사이트 갈무리
그러나 앞서 사단법인 오픈넷은 “노스코리아테크는 외신 기자가 북한의 정보통신 기술 관련 이슈를 전문적으로 전 세계에 전달하기 위해 2010년부터 6년째 운영하고 있는 학술, 보도 목적의 웹사이트”라며 “방통심의위가 북한의 주의·주장을 찬양·미화·선동하는 내용의 정보를 찾아볼 수 없는 이러한 웹사이트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접속 차단한 것은 신중한 검토 없이 만연히 심의 권한을 행사해 운영자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및 독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이 국정원이 문제 삼은 게시물과 요청 사유 등을 살펴본 결과 오픈넷의 우려는 현실이었음이 밝혀졌다. 

국정원은 “노스코리아테크에서 제공하는 모든 게시물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찬양·미화하고 선전하는 내용”이라며 “이 사이트는 북한 체제 및 김일성을 선전·찬양하는 문건을 메뉴별로 구성하고 있으며, 별도의 회원가입 절차 없이 모든 이용자가 전체 게시 자료를 자유로이 열람·저장·재배포할 수 있도록 설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또 일부 게시물 내용 분석 자료를 통해 “게시글 대부분이 김정은의 언동·동향을 선전하고 있고, 북한 공산당의 주장에 동조하는 기사와 북한 체제 우월성 선동용 게시물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를 방치할 경우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사례로 든 “Completed satellite command center revealed in TV images(완성된 위성 통제 센터, TV 이미지 속에 노출)” 기사의 경우 북한 조선중앙TV가 2월11일 광명성 4호 위성 발사와 관련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처음으로 방송했다는 것과 다큐멘터리 내용 일부를 단순히 소개하는 글이다. 

다른 기사 “The slow search for Kwangmyongsong 4(광명성 4호의 느린 탐색)”는 지난 2월7일 광명성 위성이 발사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위성 모니터들이 북한의 최신 위성을 관찰하고 청취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북한 휴대전화 사업자 ‘고려링크’가 30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를 인용한 기사도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불법정보’라고 지목됐다.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18일 오픈넷과 고려대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이 노스코리아테크 접속 차단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이의신청을 제기함에 따라 3일 오후 이에 대한 재심을 진행할 계획이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심의를 요청한 건 맞는데 국정원 등 타 기관에서 들어오는 요청은 정식 민원으로 분류되지 않아 해당 기관에서 검토해서 넘긴 것을 또다시 판단하기 곤란한 점이 있다”며 “전체 글 중 일부만 놓고 판단하기엔 힘들 것 같고 재심을 통해 이의신청이 받아들질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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