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임기 종료를 한 달 앞두고 19대 국회를 향해 ‘식물 국회였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식물국회 논란은 임기 내내 19대 국회의원을 따라다니며 괴롭힌 별칭이긴 했다. 하지만 정말 19대 국회는 일을 하지 않았을까.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한 결과 지난달 29일을 기준으로 19대 국회의 법안 등의 처리율은 44.7%로 집계됐다. 18대 국회는 56%, 17대 국회는 60%였다. 법안·결의안 등 국회에 제출된 안건 총 건수 대비 처리된 안건의 비율이다. 생산성은 19대 국회가 가장 낮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19대 국회의 안건 처리 비율이 낮아진 것은 분모를 구성하는 전체 법안 발의 안건 자체가 많았던 이유도 있다. 국회의원 입법이 획기적으로 늘었던 17대 국회가 총 8368건이었다.

▲ 국회의원 배지. 사진=포커스뉴스


18대 국회는 13913건으로 늘었고 19대 국회는 17759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 총 안건에는 국회의원이 내는 법안과 각종 결의안, 징계요구안 등이 포함되고 정부가 제출한 법안도 포함된다. 정부 발의 법안은 같은 기간 동안 1000건 안팎으로 일정했다.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건수는 큰 폭으로 증가해 17대 6387건, 18대 12220건, 19대 16666건이 발의됐다. 19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18대와 비교하면 4000여건, 17대와 비교하면 1만여건이 증가했다.

국회의원의 역할은 필요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도 포함된다. 일을 마냥 안했다고 욕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물론 국회에서 처리된 안건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19대 국회는 총 7683건을 처리했다. 18대 국회(8273건)보다는 600여건 적고 17대 국회(5018건)보다는 2600여건 높은 수치다. 하지만 3당은 19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를 열기로 해 18대 국회와 안건 처리 건수 차이를 좁힐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정작 안건 처리는 왜 늦어졌는가. 새누리당은 야당이 발목을 잡았다고 탓하며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주장한다. 문정림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안 발의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도 원인이 있다”면서도 “그만큼 국회가 더 일했어야 하는데 선진화법, 정부여당 입장에 맞서는 야당의 발목 잡기 이런 것 때문에 처리가 안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진화법이 문제라기보다는 협상력 자체가 없었던 여당의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19대 국회 동안 새누리당은 ‘청와대 여의도 분점’, 거수기 등 비난을 받으면서도 정부 지침을 일관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새누리당은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를 맞은 지난해 4월 독자적으로 야당과 협상을 벌여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곧 청와대의 반대로 무산 됐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고 이번 총선을 앞두고 결국 탈당에 내몰리게 됐다.

당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협상 카드를 쥔 상황에서 여당의 운신폭이 좁았던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선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은 “단순한 법안 발의 건수 대비 처리율을 가지고 양적인 평가를 하게되면 의원들도 실적 쌓기 용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데 골몰할 뿐”이라며 “한 글자를 바꾸더라도 어떤 사회적 변화가 이는지 질적인 평가를 제대로 해야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팀장은 “법안 처리율이 낮았던 건 여당이 독단적으로 정부여당안을 고집하면서 야당을 대화·설득 대상으로 보지 않은 폭력적인 국회 운영 방식 탓이 크다”며 정부와 여당의 독단적인 국회 운영이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오히려 국회 선진화법 개정의 경우 “새누리당이 정부조직법 개정 때부터 주로 정부가 처리를 주장했던 법안이 통과되기 어려울 때 들고 나왔던 것”이라며 “새누리당 주장대로 선진화법이 걸림돌이 된다는 것은 ‘직권상정을 못해 아쉽다’는 뜻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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