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난처하게 됐다. 700MHz대역 주파수를 통신사에 주지 않으면 ‘트래픽 폭증에 따른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으나, 막상 경매에 부쳐보니 통신3사 모두 700MHz대역을 선택하지 않았다.

미래부는 2일 통신3사 주파수 할당 경매 결과를 발표했는데 5개 대역의 블록 중 유일하게 700MHz대역이 ‘유찰’돼 팔리지 않았다. 다른 4개 대역의 경우 SK텔레콤이 2.6GHz 대역의 40MHz 폭과 20MHz폭을 각각 9500억 원, 3277억 원에 낙찰 받았다. LG유플러스는 2.1GHz 대역 20MHz 폭을 3816억 원에 낙찰 받았다. KT는 1.8GHz 대역 20MHz폭을 4513억 원에 낙찰 받았다. 

▲ 미래창조과학부의 통신용 주파수 경매 최종결과.
문제는 700MHz대역을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700MHz대역은 지상파 방송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생긴 여유대역을 말한다. 저주파 대역이기 때문에 다른 대역에 비해 전파가 더 멀리 도달할 수 있어 ‘황금 주파수’로 불렸다. 애초 700MHz대역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동통신 용도로 할당을 결정했으나 국회가 개입해 지상파 UHD방송 용도 할당을 요구하며 양측이 팽팽히 대립했다. 

미래부는 지상파에는 공짜로 빌려주는 것이지만, 통신사에는 비싼 금액으로 팔 수 있다며 ‘산업성’을 강조했다. 국회와 지상파는 지상파 방송몫인 700MHz를 반납한 적 없는 데다 지상파의 ‘공공성’을 이유로 지상파 할당을 주장했다.  결국 지상파는 전면도입이 가능한 주파수 대역을 일부분만 받아 ‘단계별 도입’을, 통신사는 3개사 몫이 아닌 통신사 1개사 몫 주파수를 할당하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700MHz 대역을 통신사에 주기 위해 핏대를 세워온 미래부는 입장이 난처해졌다. 주파수 배분논의 당시 미래부는 “통신 트래픽이 과부화 직전이기 때문에 700MHz대역을 통신사에 전면 할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꺾지 않아 논의가 장기간 공전했다. 지난해 1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소위원회에서 윤종록 미래부 차관은 “지금 회의는 UHD방송소위가 아니라 주파수소위”라며 “국민들은 TV시청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동통신 이용자이기도 하다”면서 지상파 할당을 주장하는 여야 의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경매 결과에 관해 전성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은 “과거 2.6MHz대역도 유찰된 적 있다. 700MHz대역이 공급할 수 있는 대역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한번 내놓은 것”이라며 정책 실패를 시인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경매는 주파수가 5개나 나왔다. 특정 대역에 집중돼지 않아 이통사들이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래부는 700MHz대역에 대한 재경매 계획은 하반기에 공개할 중장기 주파수 공급계획을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

▲ 서울 시내 통신대리점. 사진=연합뉴스
왜 700MHz대역 주파수가 외면 받은 걸까. 미래부와 통신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통신3사가 700MHz대역은 ‘능력은 뛰어나지만 당장은 쓸모가 없는 주파수’다. 

그 이유는 첫째, 고주파 중심의 주파수를 확보한 통신3사가 저주파 대역을 구매하는 걸 망설였다. 이미 LTE망이 완벽히 구축된 고주파 대역을 갖고 있는데, 굳이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하는 저주파 대역을 구매할 필요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통신사는 주파수 여러 대역을 밴드로 묶어 효율을 높이고 있는데 섬처럼 떨어진 700MHz대역은 밴드로 묶는 게 불가능하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통신3사가 갈등을 보이지 않은 것도 자신들이 확보한 대역의 인근 대역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둘째, 전파 간섭문제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지 않았다. 700MHz대역은 무선마이크가 쓰는 전파 대역(40~752MHz)과 인접해 전파가 충돌하는 ‘간섭’ 우려가 컸다. 미래부는 “괜찮다”고 했지만 혹시나 모를 불안감이 통신업계에선 팽배했다. 700MHz대역을 두고 쟁탈전이 벌어진 덕에 좁은 대역을 재난망, 지상파, 통신사가 나눠 쓰게 됐고, 간섭을 막기 위해 두는 여유폭까지 줄여 간섭 우려는 더욱 커졌다. 

셋째, 가격이 비쌌다. 미래부가 제시한 최저경쟁가격이 7620억 원으로 최초 가격이 3000억~6000억 원대였던 다른 블록에 비해 높았다. 물론 700MHz대역의 효율이 다른 대역에 비해 좋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책정된 것이지만, 통신사 입장에선 다른 대역이 충분한 상황에서 굳이 비싸고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주파수에 눈독을 들이지 않은 것이다. 

▲ 700MHz대역 주파수 최종할당안. 지상파, 통신사, 재난망이 좁은 대역에 교차로 들어 있고, 간섭을 막기 위한 여유대역을 줄였다.
지상파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따로 입장을 낼 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도  “애초에 지상파에 할당됐다면 지상파 전면 UHD가 가능했을텐데 이도 저도 아니게 됐다”고 말했다. 지상파는 2017년부터 UHD 방송을 수도권부터 시작해 2027년까지 지역별로 단계적인 도입을 하게 됐다. 해당 주파수 대역이 애초부터 지상파 몫이라고 할 순 없지만 현재 ‘유찰’된 대역이 지상파에 할당됐다면 전국 동시 UHD도입이 가능했다.

채수현 언론노조 전 주파수특위위원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통신사는 수익을 위해서는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하는 기업집단인데 진짜 황금주파수였다면 왜 유찰이 됐겠나”라며 “통신3사들이 시뮬레이션 해 본 결과 저주파 대역에 투자비용도 많이 들고 간섭 우려도 있어 안정성에도 문제가 있으니 사실상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미래부 역시 당장 700MHz대역이 외면 받을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낮다. 채 전 위원장은 “물론 장기적으로 당장 통신사에 주겠다는 게 아니라 통신사 사물인터넷 용도로 쓰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확보해뒀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사심’으로 주파수 정책을 짤 게 아니라 공공성을 위한 논의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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