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언론은 정부로부터 꽤 높은 수준으로 자유롭다. 한국 언론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생존이다. 대형 방송사들은 광고와 같은 기업의 후원이 필요하다.”
이진숙 대전 MBC 사장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상명아트홀에서 아시아기자협회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이처럼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아프가니스탄, 이집트, 터키 등 해외 기자들이 한국의 언론인들로부터 ‘언론의 자유’에 대한 견해를 경청하고 논의하는 자리였다.
한 아프가니스탄 기자는 “대기업과 관련해 어느 정도로 비판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허영섭 이데일리 논설위원은 경영 문제와 결부돼 한국 언론이 경제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허 위원은 “언론의 자유보다 언론사 생존이 더 큰 문제”라며 “이는 언론의 자유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언론의 자유만큼 생존 또한 중요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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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사장은 “(방송사들은)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으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지원받는다”며 “만약 삼성에서 나쁜 일이 일어나고 우리가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쓴다면 삼성은 후원금을 삭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언론이 경제 권력에 속박된 현실을 자조하는 발언이지만, 2012년 MBC 언론인들이 대량 해직된 데 책임이 있는 이 사장이 정부로부터 한국 언론이 자유롭다고 말한 대목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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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2012년 MBC 언론인들이 대량으로 해직된 데 이진숙 사장 본인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현장 영상을 카메라에 담아 SNS에 공개한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기자는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MBC가 지금처럼 망가진 데 큰 책임이 있는 이 사장이 ‘언론의 자유’ 토론회에 나온 것 자체가 의아했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보도의 공정성을 묻고 답하는 상황에서 그는 삼성의 후원 등을 거론하면서 생존이 과제라고 강변했는데, 외국 기자들이 어떻게 생각했을지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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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직전인 2012년 10월에는 고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만나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와 부산일보 지분을 처분해 부산ㆍ경남지역 대학생 반값등록금 등에 사용키로 의견을 모았다는 ‘비밀 회동 녹취록’이 터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