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의 악몽은 재현될 것인가. 조선·해운업계의 구조조정 바람이 심상찮다. 조선·해운업 종사자는 약 23만 명. 정부는 1만5천 명에서 많게는 3만 명가량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산했다. 건설, 철강, 석유화학 등의 업종에서도 구조조정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4월 26일 새누리당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를 저성장의 늪에서 구해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태를 한국 경제의 '저성장의 고착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4월 24일 세계일보가 경제 전문가 2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24명(89%)이 '한국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추세'라고 응답했다. 저성장 시대에 대한 경고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한동안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 시대는 앞으로 또 어떤 현실을 빚어낼 것이며, 그 가운데서 우리는 어떤 선택들을 해야 할 것인가. 경제 전망과 생존 전략을 이야기하는 책을 통해 힌트를 구해보자.


▲ <3년 후, 한국은 없다> (공병호, 21세기북스, 2016)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 논객,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저성장 시대에 대한 그의 전망은 어떠할까. 충격적인 제목의 책 <3년 후, 한국은 없다>는 2016년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을 낱낱이 살펴보고 우리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사회 각 부문의 혁신과 해법을 제시한 책이다. 그는 과거에 비해 모든 요소들이 잘 갖춰진 상태에서 저성장과 고실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시스템과 리더십 부재 때문이라고 봤다. 그래서 '시스템 재생 혹은 재건 프로젝트'를 발 빠르게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정치·경제·사회 상황을 종합해보건대, 올바른 개혁을 추동해야 할 정치 세력의 부족한 역량과 어설픈 개혁 방법 그리고 현 정권의 부재에 가까운 리더십으로는 저성장 상태를 반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저성장, 고실업, 고부채, 저출산, 고령화 등은 하나하나 볼 때는 마치 독립적인 현상들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때로는 원인으로 때로는 결과로 작용한다.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우리 사회가 만들어내는 성과(performance)가 달라진다. - <3 년 후, 한국은 없다> 중에서

▲ <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김동원, 미래의창, 2016)

한국 경제는 수출 주도 성장의 틀을 상실한 채 내수 부진이 겹쳐 2%대의 저성장을 계속해오고 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가 쓴 책 <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경제의 좌표와 방향을 살펴보고, 경기 부양을 위한 단기적 대책이 아니라 경제의 틀을 바꾸는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제안한 책이다. 저자는 선진국에 비해 복지제도 등 사회안전망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우리의 여건상 장기 저성장 시대의 급속한 고령화는 더 큰 비용과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경제는 이미 거의 10년 세월을 국가 혁신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경기 대책과 부채로 국민 생활을 유지하는 '냄비 속 개구리' 상태를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일본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줄임) 일본처럼 총체적인 시스템 개혁을 회피하고 단기적인 성과를 쫓아 구조 개혁과 경기 대책 두 가지 목표 사이를 우왕좌왕한다면 일본이 갔던 저성장과 장기침체의 길을 걷겠지만, 다음 세대를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총체적인 시스템 개혁을 추진한다면 한국경제는 새로운 성장 신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중에서

▲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김현철, 다산북스, 2015)

'일본통'으로 통하는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저성장 시대 대책을 어디서 찾고 있을까. 그는 경제가 아무리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더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성장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현철 교수는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를 통해, 저성장 시대에도 고객의 소비심리를 자극해 승리했던 일본 기업들의 전략을 분석해 '9가지 저성장기 돌파 전략'으로 정리했다. 그들의 위기 돌파 과정을 생생한 스토리와 사진으로 보여준다. 일본 경제의 흐름, 일본 기업의 실패담과 성공담을 통해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적 비책을 제안하는 책이다.
문제는 현재의 한국은 저성장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세계 15위의 경제규모에 불과한 데다 1인당 국민소득도 이제 2만 달러를 넘긴 상태다. 이나마 기업 불평등과 소득 불평등이 심해서 저성장의 충격을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몇몇 기업들은 재빠르게 '한국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국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최첨단 공장도 해외에 건설한다. 앞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를 이야기하지만 뒤로는 한국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중에서

▲ <필립 코틀러 시장의 미래> (필립 코틀러 외, 일상이상, 2015년)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 그는 저성장 시대의 해법이 '도시'에 있다고 봤다. 2008년 이후 세계 각국은 각종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며 애썼지만, 아직도 많은 국가가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필립 코틀러 시장의 미래>는 국가 차원의 경기부양책은 실제 시장에서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고 진단하며, 세계 시장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국가가 아니라 도시로 바뀌고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기업의 투자처로 유망한 세계의 도시를 소개하면서, 도시 당국과 현지 소비자를 사로잡는 방법까지 제공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도시의 서비스 기능부터 장기 계획에 이르는 모든 것을 개선하는 데 사업적 방법을 적용했다. 그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엄청난 투자 유치 성과를 보여주었고, 코넬대학 및 이스라엘공업대학과 협력해 맨해튼 내에 새로운 첨단산업단지를 개발했다. 2013년 '이코노미스트' 지에는 이런 글이 실리기도 했다. "그는 뉴욕을 기업으로 본다. 블룸버그 시장에게 시 공무원은 시가 보유한 재능이며 대중은 고객이다. 많은 뉴요커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필립 코틀러 시장의 미래> 중에서

(인터파크도서 북DB와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제공합니다. 북DB 기사 보기)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