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6일 46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했다. 취임 첫해인 2013년 4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 오찬간담회를 했으니 햇수로 3년만이다.

지난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뒤,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은 총선이 5일이나 지난 18일에서야 “민의를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을 뿐, 총선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총선 후 처음 박 대통령이 외부 인사들을 초청했고, 그 대상이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이라 관심을 모았다.

이에 일부 언론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조선일보 25일자 사설 ‘대통령의 언론간담회, 국정 스타일 변화 신호인가’에서 이번 오찬 간담회에 크게 의미를 부여했다. 조선일보는 “박 대통령이 연초 기자회견을 제외하고 언론과 이런 식의 대화 자리를 만드는 것이 2년9개월여 만”이라며 “이 사실 자체가 정상이 아니”라면서도 “대통령이 총선 참패 후 사실상 첫 움직임을 소통으로 잡았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해석했다. 동아일보 역시 25일자 사설 ‘박 대통령, 국정쇄신과 소통 위해 민심 속으로 뛰어들라’에서 “박 대통령이 총선 패배 후 ‘소통 카드’를 꺼내든 것은 반길 일”이라고 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46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박 대통령의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는 ‘소통 카드’로 보기도 어려웠고 ‘국정 스타일 변화 신호’는 더더욱 아니었다. 한국일보는 26일 사설에서 이번 간담회가 “일회적 소통, 형식적 대화에 그쳐서는 곤란하다”며 “(대통령이)변화 의지를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지 못하면, 현재의 지지도가 아직 바닥이 아닐 수도 있다”고 경고했지만 박 대통령의 인식은 이번에도 변화가 없었다.

물론 이번 간담회가 ‘대통령 훈시’조로 이뤄진 것만은 아니다. 해당 자리에 참석한 한 편집국장에 따르면 이번 간담회는 ‘각본’이 있었던 신년 기자회견과는 달리 주제에 제한 없이 자유로운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시간도 계획했던 90분을 훌쩍 넘어 135분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총선 끝나고 이렇게 길게 간담회를 하는 것이 처음이라, 굉장히 진지했고 가감 없는 질문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용이다. 일단 박 대통령은 총선 참패에 대한 해석 부터 “양당 체제에서 3당 체제를 민의가 만들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참석자는 “대통령의 생각이 총선 전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느꼈다”며 특히 “위안부 협상이나 세월호 문제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이 들으면 상처가 될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25일 사설에서 “이번 언론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앞으로 당내 정치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결심만 밝혀도 국민이 안도할 수 있을 것”이라 주문했는데, 박 대통령은 이번 오찬 간담회에서 ‘친박’ 논란에 대해 “제가 거기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이번 오찬 간담회에서는 ‘허심탄회’한 얘기만 오갔을 뿐, 대통령의 국정운영기조 변화나 소통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지난 2013년 편집‧보도국장단 간담회도 일회성 행사로 소통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세계일보는 26일 사설에서 “2013년 언론사 간부와의 오‧만찬도 밥만 먹고 끝나는 일회성 행사에 그쳤다”며 “이런게 쌓여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굳어졌고 이번 선거의 주요 패인으로 지목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도 “남은 임기 동안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잘 반영해 변화와 개혁을 이끌면서 각계각층과 협력과 소통을 잘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여러분들께서도 정부의 이런 노력에 힘을 보태주시고, 정부와 국민과의 가교에 좋은 역할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간담회의 목적이 결국 ‘좋은 기사 써달라’는 정도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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