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가 조선일보에 이어 네이버와 합작법인을 세운다. 중앙일보, 한겨레도 네이버에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들 종합일간지는 네이버의 모바일 섹션(주제판) 하나를 통째로 할당받는 방식으로 공동사업을 하게 된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디지털 전략을 찾은 셈이지만 이 시장마저 소수 대형신문이 독점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매일경제는 지난달 네이버 모바일에 여행 및 레저 전문 섹션인 ‘트래블+’를 만들고 운영권을 갖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최근 네이버와 공동사업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합작법인은 조선일보 잡앤과 마찬가지로 5:5의 지분 비율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는 기자를 포함한 직원 7명을 파견할 계획이다. 서비스는 올 여름 휴가시즌 이전에 런칭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일보가 네이버와 합작한 잡앤 섹션을 채택한 이용자가 100만 명에 달하는 걸 보고 매일경제측이 확신이 생긴 것으로 안다”면서 “단순히 제휴를 맺는 것 보다는 회사를 세우는 편이 사업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고, 호불호가 갈리는 언론사 색깔이 빠진다는 점에서도 좋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 모바일 섹션은 이용자가 직접 선택해 배열하는 방식이다. 

▲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네이버 모바일 섹션 '잡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앙일보와 한겨레도 네이버 모바일 섹션을 운영하는 공동사업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 단계다.

중앙일보는 네이버로부터 ‘반퇴’를 주제로 한 섹션을 할당 받고 관련 콘텐츠 공급을 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중앙일보는 ‘반퇴테크’ ‘반퇴시대 재산 리모델링’ 등의 기사섹션을 통해 ‘반퇴’에 대한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해왔고, 포털의 주 이용층인 30~40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석우 조인스 공동대표는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아직 검토 중인 사안으로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별도의 합작법인을 설립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을 뿐 제휴여부는 확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일보의 이 같은 행보는 여러 측면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를 영입하며 조인스 공동대표직을 맡겨 카카오와 공동사업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실성은 낮았지만 중앙일보가 과거 MSN등 플랫폼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자체 플랫폼 구축을 위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추측도 있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카카오가 아닌 네이버와 손을 잡고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전략을 택한 것이다.

한겨레는 최근 네이버와 ‘영화’ 섹션에 대한 공동사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영화전문 주간지인 씨네21을 통해 검증된 영화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법인 설립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한겨레는 관련 사업팀에 한겨레와 씨네21 팀장급 각각 1명을 포함해 총 6명을 투입할 계획이다. 직원들은 네이버와 한겨레에서 순환 근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선일보가 네이버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지난 2월26일부터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잡앤’ 서비스를 런칭했다. 기자들이 취재한 대기업 인사담당자 인터뷰를 비롯한 기사 가공형 콘텐츠는 물론 정부부처 및 기업과 협업을 통해 공기업 합격정보, 기업별 취업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잡앤’은 런칭 후 19일 만에 네이버 모바일 메인 주제로 설정한 이용자가 100만 명을 넘겨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이 같은 제휴모델은 디지털 환경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전전긍긍해왔던 언론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은 ‘콘텐츠’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고 네이버는 막강한 ‘플랫폼’ 영향력이 있으니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네이버 입장에서도 섹션(주제판) 운영에 드는 비용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아웃소싱을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언론과의 제휴가 ‘보험’성격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이들 종합일간지 외에도 한국일보, 한국경제 등 30개 언론사가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를 논의 중이거나 검토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에 없는 콘텐츠 중 ‘이용자를 끌만한 특화된 콘텐츠’라는 접점을 찾는 것과 단순히 기사 콘텐츠 뿐 아니라 장기적인 서비스가 가능할 정도의 콘텐츠를 학보하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콘텐츠 소비가 분절된 상황에서 언론이 자체 플랫폼을 고집하기 보다는 콘텐츠사업자 관점에서 크로스플랫폼 전략을 취하는 게 성공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황용석 교수는 “국내 언론은 동일한 사안을 다룬 차별성 없는 중복된 콘텐츠를 매일 생산해내고 있었다”면서 “이 같은 제휴를 통해 매체사별로 고유의 콘텐츠 특성을 고민하고 전문화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주요 종합일간지가 이 같은 포털제휴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사 온라인 담당자는 “결국 네이버는 대형 종합일간지와 사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군소언론은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과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으로 설 자리가 좁아지는데 규모가 큰 신문들에게 또 하나의 특혜가 돌아간 꼴”이라며 “언론은 포털을 '조진' 대가로, 포털은 달래기 식으로 사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황용석 교수 역시 “포털은 일부 힘 있는 사업자 뿐 아니라 보다 다양한 사업자들에게 기회를 넓힐 필요성이 있다”면서 “리워드에 대한 고민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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