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어버이연합 집회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어버이연합은 지난주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사옥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고 JTBC 앞에서의 집회도 예고했다. 어버이연합식 ‘언론과의 전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을 선포한 어버이연합은 고립되고 있다. KBS 라디오에서 어버이연합 인용 보도를 했던 기자가 교체되는 등 공영방송 침묵은 계속되고 있으나 TV조선 등 보수 언론들은 ‘태세 전환’ 중이다.

TV조선은 지난 22일 리포트 “‘물리력 앞세워 지원 요구’”를 통해 “TV조선 취재 결과, 탈북자들을 시위에 동원하고 전경련 지원금을 받아 논란에 휩싸인 어버이 연합이 전경련뿐 아니라 대기업들과 정부에도 지원금을 요청하고 또 실제로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TV조선 22일자 리포트.
MBN도 같은 날 메인뉴스에서 “어버이연합은 (기자회견에서) 일방적인 입장만 밝히고 취재진 질문에는 거의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고 보도했다. 

채널A도 21일과 22일에 걸쳐 메인뉴스에서 관련 소식을 전했다. 조선‧중앙도 이날 사설을 통해 전경련-어버이연합 유착 의혹을 지적했다.

극단적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단체를 ‘보수단체’로 적당히 포장하며 두둔해왔던 보수 매체들도 반발 여론을 반영해 어버이연합을 도마 위에 올리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홍위병’ 역할을 자임했던 어버이연합이 자신들의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날뛰면 날뛸수록 현 정부는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보수 언론 입장에서도 어버이연합을 고립시키며 정부에 해법 마련을 주문할 필요성이 있다.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도 어버이연합은 JTBC 항의 집회를 예고하며 ‘무데뽀’(일본식 단어인데 어버이연합을 설명하는 데 적합한 용어라 사용한다.) 정신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 어버이연합은 지난 22일 시사저널과 JTBC 보도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도 질문을 받지 않아 취재진의 항의를 받았다. (사진=이치열 기자)
한편, 지난 22일 어버이연합 기자회견장에서 JTBC 취재진과 어버이연합간 신경전이 벌어져 SNS상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디어몽구가 24일 공개한 영상을 보면, JTBC 기자들은 이날 어버이연합 기자회견에서 “벧엘을 통해서 지원받은 기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고, 1억2000만원 이외도 추가로 받았는지 밝혀달라”(JTBC 강버들 기자)는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까놓고 얘기해서 JTBC 질문 자체도 받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여러분들은 말 그대로 불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강 기자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추 총장은 “저희는 월요일(25일)부터 JTBC 집회에 나간다”며 “JTBC가 공개한 내용은 다 거짓이고 허위”라고 답했다.

박창규 JTBC 기자는 취재진 질문을 받지 않는 어버이연합을 향해 “기자들 왜 모았나. 길에서 (기자회견문) 읽고 말지”라며 “이 사람들이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기자회견을 한다고 했으면 질문을 받아야 할 거 아니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취재진의 열기는 ‘어버이연합 게이트’ 의혹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고 어버이연합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단체 출범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 미디어몽구가 24일 공개한 어버이연합 기자회견 영상. (사진=미디어몽구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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