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어버이연합 집회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시사저널에 대해 청와대 행정관이 정정 보도를 청구하고 출간배포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예고하는 등 ‘초강수’를 둬 논란이 일고 있다.

정정 보도 청구에 더해 잡지 발행 자체를 막는 조처에 언론의 자유 침해 소지가 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사저널 측은 “추가보도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청와대 측 대응에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시사저널은 지난 20일자 “어버이연합 ‘청와대가 보수집회 지시했다’”에서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에 집회를 지시했다는 취재원 증언을 바탕으로 “집회를 지시한 최고 윗선으로 청와대가 지목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시사저널은 어버이연합에 지시를 내린 인물로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 소속 ㅎ행정관’을 거론했다. 시사저널이 익명으로 처리한 ㅎ행정관은 허현준 행정관으로 확인됐다.

허 행정관은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한 단체 ‘전향386’과 ‘시대정신’ 핵심 멤버였으며, 과거에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민혁당’ 간부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행정관은 지난 21일 오후 개인명의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를 청구했다. 시사저널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 21일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시사저널 건물을 찾아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언론중재위 관계자는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신청인은 허현준 행정관”이라며 “21일 정정 보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측은 허 행정관이 22일 출간배포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잡지 발행 원천봉쇄 시도에 ‘언론 자유 침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시사저널 안성모 사회탐사팀장은 22일 통화에서 “추가 보도가 있을 것”이라며 “취재한 기사 내용 그대로 보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추가 보도가 인터넷으로 먼저 나갈지 잡지가 먼저 나갈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팀장은 “보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고 ‘위축되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은 없다”고 전했다. 

그는 20일자 온라인 기사에 허 행정관 반론을 싣지 못한 것에 대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고 기자 신분을 밝히고 문자까지 보냈다”며 “(허 행정관이) 답변을 피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보도 이후인 21일 어버이연합은 용산구에 위치한 시사저널 사옥 앞에서 “시사저널 기사는 오보”라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에 대해 안 팀장은 “우려는 됐지만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언론계에서는 언론의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 기관이 언론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법적 대응을 하면 언론들은 의혹을 제기하는 데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한국처럼 정부 기관이 즉각적으로 법적 대응을 하는 곳은 드물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언론 보도에 법적 대응을 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언론사 취재 기자나 간부들은 경제적, 물리적 피해를 입게 되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4년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 특종을 터뜨리자 보도 직후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인사들이 세계일보 사장, 편집국장, 사회부장, 기사를 작성한 평기자 등 6명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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