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에 이어 방송통신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에 착수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합병 승인을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CJ헬로비전 합병 변경허가 사전동의 심사계획 기본계획안을 공개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하고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겠다는 계획을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한 바 있다. 방송법에 따르면 케이블업계의 허가, 재허가, 변경허가 때 미래부가 방통위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 

▲ 방통위가 22일 공개한 CJ헬로비전 변경허가에 관한 심사기준안
방통위의 사전동의 심사기준은 총 9가지다. 첫 번째 심사항목은 ‘방송의 공적책임, 공정성 및 공익성 실현가능성’으로 세부적으로는 4가지 기준으로 나뉜다. 방송서비스의 접근성 보장 가능성, 방송서비스 공급원의 다양성 확보 가능성, 시청자 권익보호 가능성, 합병법인과 최대주주가 되고자 하는 자의 공적책임 이행 가능성 등이다.

이 외에도 방통위는 △방송프로그램 기획, 편성, 제작 계획의 적절성 △지역성, 사회적, 문화적 필요성과 타당성 △조직 및 인력운영 등 경영계획의 적정성 △재정 및 기술적 능력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미디어 산업발전 기여 가능성) 등을 심사한다. 

심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별도의 심사위원회를 구성한다. 심사위원은 미디어, 법률, 경영, 시청자 등 각 분야별 9인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겸직할 수도 있다. 심사위원들은 4박5일 동안 심사를 한 결과를 방통위에 전달하게 된다. 심사는 배점을 둬 평가하는 게 아니라 심사위원들의 개별 의견을 취합해 방통위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심사위원장은 합병에 대한 의견을 밝힐 수 없다.

▲ 신영규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장이 22일 방통위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 심사위원을 통한 평가가 요식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심사위원회가 최종결정 권한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심사위원회에서 인수합병 반대 의견이 다수로 나왔다 하더라도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엎어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심사위원회를 추천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부여당 추천 위원 다수로 구성됐기 때문에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는 위원들이 다수 추천될 가능성도 있다. 방통위는 “심사의 공정성”을 이유로 위원 명단을 비공개할 방침인데 자칫 ‘밀실논의’가 될 우려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기관인 만큼 ‘공공성’ ‘지역성’ 심사의 비중이 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미래부는 산업을, 방통위는 공공성을 보는 기관”이라며 “이동통신 1위사업자이자 전국사업자인 SK가 지역에 기반한 케이블사업자를 인수하게 되면 약화될 수 있는 공공성, 지역성을 중점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심사기준을 나열하기 보다는 이 같은 방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사기간은 휴일 제외 35일인데 자칫 졸속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35일 동안 이 같은 심사항목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지 우려스럽다”면서 “시청자단체, 시청자들 의견을 더 최대한 많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좀 더 많은 시간을 두고 의견수렴을 폭넓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위원들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심사를 주문했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우리는 방송법에 따른 규정에 따라 심사를 진행하면 된다”면서 “간담회 같은 의견수렴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들지만, 의견수렴을 위한 의견수렴이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오늘 심사기준을 안건으로 보고한 다음 미래창조과학부의 사전동의 요청이 있을 때 이 심사계획을 정식으로 의결하는 것”이라며 이번 심사기준안이 수정 가능한 ‘초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부처간 심사진행 상황은 서로 공유하지 않는다. 신영규 방송지원정책과장은 “우리는 공정거래위원회나 미래부 심사일정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합병은 방통위, 미래부, 공정위가 심사를 한다.

한편 이번 인수합병이 업계 최대의 관심사인 만큼 평소 10명 내외의 기자가 방청하던 방통위 전체회의에 32명의 기자가 방청했다. 통신사 관계자도 회의를 방청했는데, KT와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회의가 끝난 후 기자 브리핑을 방청하기 위해 기자실에 입장하려다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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