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와 종편 등 국내 9개 방송사들이 북한의 조선중앙TV와 지난 2006년 이후 계약을 맺고 방송 저작권료를 지불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개성공단이 북한 정권에 들어가는 돈줄이라고 혹평했던 방송사들이 정작 자신들은 거액의 저작권료를 북한에 지급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통일부와 방송사들에 따르면, KBS와 MBC, SBS 등 국내 3개 지상파 방송사와 YTN은 2006~2007년부터, TV조선, 채널A, JTBC, MBN 등 종편과 연합뉴스TV 등 보도채널은 2012년 개국 이후부터 계약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2009년 4월부터는 북한미사일 발사로 인한 대북제재에 따라 민간 부문의 대북송금이 금지돼 방송사들이 조선중앙TV에 지불한 저작권료는 현재 법원에 공탁돼 있다.

통일부는 미디어오늘에 보낸 답변 자료를 통해 북한의 조선중앙TV를 우리 방송사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은 것은 지난 2006년 3월 통일부가 승인하면서부터라고 밝혔다. 그 이전에는 북한 제작 방송이 이적 표현물로 분류돼 이를 임의로 취득, 사용할 수 없었다고 통일부는 답변했다. 조선중앙TV는 1999년 10월부터 첫 위성송출을 시작했다.

방송계약은 남측 방송을 대리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과 북한 조선중앙TV를 대리한 민화협(민족화해협의회) 및 저작권사무국이 체결해왔다.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6년 3월 첫 승인했다. 이후 남측 재단과 북측 위임을 받은 사업자가 사업을 진행했다. 대리 중개 절차는 경문협이 국내 단체(언론사)간 저작물 사용계약 체결하면, 저작권료를 받아 통일부 승인을 거쳐 북측 계약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 지난 2월11일 방송된 KBS 뉴스9
지상파 방송 3사는 지난 2007년 무렵부터 조선중앙TV와 계약을 통해 저작권료를 지불했으며, 금액은 연간 3000만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YTN도 이무렵부터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KBS 관계자는 19일 2007년부터 저작권료를 지불해왔으며, 3000만 원 정도라고 밝혔다. SBS 보도운영팀장도 이날 “2009년부터 우리 부서가 맡아 계약해왔는데 그 이전에 다른 방송과 비슷하게 시작했을 것”이라며 “액수도 3000만 원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MBC는 답변을 거부했다.

이와 함께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한 2012년 이후부터는 TV조선과 채널A, JTBC, MBN 등 종편과 연합뉴스TV 등 보도채널도 북한과 계약을 체결하고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있다. TV조선 홍보팀 관계자는 19일 “타 방송사와 동일한 조건과 방식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채널A 홍보팀 관계자도 “연간계약을 통해서 일정액의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액수는 수백만 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와 종편·보도 채널이 조선중앙TV에 지급하는 저작권료는 연 1억 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방송사들은 북한 조선중앙TV가 제작한 모든 영상 콘텐츠를 사용하도록 계약한 것으로 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조선중앙TV 영상을 뉴스 위주로 방영해왔다.

저작권료는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북측에 전달됐으나 그해 4월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대북 제재조치의 일환으로 중단됐으며, 미지급 저작권료를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법원에 공탁하게 됐다고 통일부는 답변자료를 통해 밝혔다.

문제는 방송사들이 북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북한 영상을 북한방송사에 돈 주고 사다쓰면서 정작 지난 2월 개성공단 폐쇄 때는 ‘북한 정권의 돈줄, 핵 개발에 쓰이는 돈’이라고 일제히 비난했다는 점이다.

▲ 지난 2월11일 방송된 KBS 뉴스9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는 돈줄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핵 미사일 개발에 들어간 돈의 5분의 1에 해당”(KBS 2월11일 ‘뉴스9’)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는 김정은의 돈줄을 직접 죄는 것 이외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지난해 근로자 임금 1억2000만 달러 가운데 45%는 보험료와 ‘사회문화시책비’라는 명목으로 북한 정권에 그대로 흘러갔다”(MBC 2월13일 뉴스투데이)

“1년에 천억원 넘게 김정은한테 가는 돈줄은 끊어졌다, 북한 해외근로자들의 외화벌이를 차단해야 한다”(TV조선 2월11일 뉴스쇼 ‘판’)

“개성 공단은 지난 12년 간 ‘북한의 신천지’였다…달러로 지불된 두둑한 임금과 짭짤한 부수입은 당 간부의 자제들까지 끌어들였다”(채널A 2월12일 저녁뉴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외환관리는 당으로 일원화돼있기 때문에 여기로 들어오는 모든 외화에는 꼬리표가 없다”며 “개성공단 임금도 있고, 이전에 저작권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양 교수는 “그런데 방송들이 개성공단 임금은 핵개발로 전용된다고 보도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지급하는 저작권료는 전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법원에 공탁된 돈이지만 어차피 줘야 할 돈”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개성공단을 핵개발에 도와준 꼴이라는 인식으로 폐쇄한 것부터가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이라며 “더구나 자신들도 북한과 저작권교류를 하면서 개성공단을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사려깊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2월11일 방송된 TV조선 뉴스쇼 판.


▲ 지난 2월13일 아침 방송된 MBC 뉴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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