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박효종 위원장)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 제기 보도에 대해 행정지도를 내린 것에 대해 MBC가 지난 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이 주목된다. 

MBC 측은 지난해 10월22일 방통심의위가 MBC 보도에 대해 행정지도를 내린 것이 ‘방송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2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MBC 보도는 지극히 객관적이고 흠잡을 데가 없어서 앞으로 사법기관이나 방통심의위의 결정을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이후 MBC가 적극 대응하는 모양새다.

방송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은 방통심의위의 행정지도 결정은 법정제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재심이나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MBC가 행정소송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된 데에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MBC는 헌법소원을 내면서 위헌 법률 확인뿐만 아니라 심의위가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해 법령 적용도 잘못했다는 점 역시 판단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MBC는 심의위 행정지도로 법률적 불이익이 없음에도 이번 소송 대리인으로 국내 6대 법무법인 중 한 곳인 ‘화우’의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 등을 선임했다. 결국 박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제기가 타당했음을 인정받음으로써 대권 주자인 박 시장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 지난해 9월1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화면 갈무리.
MBC 측은 방통심의위의 행정지도 근거인 방송법 제100조 제1항이 헌법에서 보장된 ‘언론의 자유’, 특히 ‘방송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방송법 제100조 제1항에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업자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5000만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위반의 사유, 정도 및 횟수 등을 고려해 제재조치를 명할 수 있다”며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규정 등의 위반 정도가 경미해 제재조치를 명할 정도에 이르지 않을 경우에는 해당 사업자에 대해 권고를 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방송 내용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 등을 위해 설립된 독립기구이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10월22일 MBC ‘뉴스데스크’의 9월1일자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 의혹 수사”라는 제목의 보도에 대해 방송심의 규정 제9조(공정성) 제2항을 위반했다며 방통심의위 징계조처 중 가장 낮은 수준인 ‘의견제시’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9월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발행한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에서도 “해당 리포트는 검찰과 병무청, 법원의 기존 판단뿐 아니라 양승오 박사 등이 관련 의혹을 제기하다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이미 기소된 사실도 누락했다”며 “검찰이 기소했기 때문에 재판정에 선 사람들을 마치 본인들이 원해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 등도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보도에 대해 고영주 이사장은 지난해 10월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정호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해당 보도가 공정성을 침해했다는 지적에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지극히 객관적이고 흠잡을 데가 없어서 제가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며 “왜 그 보도를 문제 삼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시민 1000명이 서울시장 아들을 고발했는데 그게 당연히 뉴스가 돼야 하지 않겠냐”며 “내가 알기로는 그 문제로 MBC가 고발을 당했고 방통심의위에도 제소됐는데, 앞으로 사법기관이나 방통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MBC는 지난 1월19일 서울행정법원에 방통심의위의 의견제시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과 함께 방송법 제100조 제1항이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해 헌법 제21조 제1항에 따른 방송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MBC는 또 “심의위의 의견제시 처분은 위헌인 법률조항에 근거했을 뿐만 아니라 사실오인 및 법령 해석의 오류에 기인했다”며 “잘못 내려진 처분의 기본권 침해, 법률 적용의 잘못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도 모두 심판되고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MBC 측이 심의위의 결정에 불복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는 것은 몰랐다고 밝혔다. 고 이사장은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MBC에서 벌어지는 소송이 수십 가진데 진행 중인 소장을 받아본 적도 없고 방문진 이사회가 일일이 관여하지도 않는다”며 “그게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담당 변호사가 헌법소원 대상이 되니까 했을 것이고, 나로선 MBC 보도가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가 공정성을 이유로 방송을 징계한다는 것이 헌법적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MBC의 헌법소원은 공적 의미가 있다”면서 “MBC 보도 자체는 틀림없이 편향된 것은 맞지만, 이는 내부적으로 심의를 하거나 독립적인 시민단체가 판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관계자는 “실상 내부적으론 공정방송협의회를 단체협약에서 삭제하려는 상황이고, 4년간 무단협이면서 사측은 최근 공정방송에 대한 논의를 거부했다”며 “보도국 내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전혀 보장을 안 하면서 방송법 위반을 운운하는 것은 결국 공정성에 대한 판단 주체는 오로지 회사가 가질 테니 누구도 문제 삼지 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법률이 위헌이 아니라고 해도 의견제시 처분이 위헌이라는 것을 판단해 달라 부분에 진짜 목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던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고 MBC 역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권 주자인 박 시장을 계속 괴롭히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9월 박 시장이 아들 주신씨의 병역기피 의혹을 다룬 MBC 김태윤 기자와 최기화 보도국장, 안광한 사장 등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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