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인사이드’의 폐지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에 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방송사가 자사를 비평하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지만 대체로 시간이 짧을뿐더러 시청자들이 보기 힘든 시간대에 방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방송학회 산하 저널리즘 연구회는 14일 오후 서울 경희대 본관에서 ‘한국 방송저널리즘의 위기와 매체비평 프로그램의 현주소’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미디어 인사이드’는 13년째 방영 중인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으로 최근 폐지설이 불거져 제작진이 반발하고 있다.

▲ KBS '미디어 인사이드' 화면 갈무리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미디어 인사이드’처럼 상호비평을 하는 경우가 있고, 시청자들의 민원을 들어 자사 비평을 하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이 있다. 현재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을 통틀어 매체 간 상호비평을 하는 프로그램은 KBS ‘미디어 인사이드’가 유일하다. 

세미나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언론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체 비평 프로그램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종혁 경희대 교수는 “매체비평 언론이 있고, 시민단체가 있지만 영향력이 제한적인 게 사실”이라며  “방송 매체비평 프로그램이 활성화 돼야 언론이 권력화하지 않고 자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 이 기회마저도 없어질 가능성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KBS 데스크와 경영진이 ‘미디어 인사이드’를 불편해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사장이 바뀐 이후에 이 같은 폐지설이 나오는지 의문이다. 정치적인 결정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매체간 서로를 비평하는 프로그램이 없어지게 되면 언론사들이 갖고 있는 ‘침묵의 카르텔’이 유지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홍원식 교수는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들은 한때 활성화되고 잘 운영됐는데 지난 10년 보수정부에서 다 사라졌다. 하나 남은 게 ‘미디어 인사이드’”라고 덧붙였다.

‘미디어 인사이드’ 자문을 맡았던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는 “자문을 하다 보니 제작자율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꼈다”면서 “아이템 선정 뿐만 아니라 접근법에서도 현장 취재기자들과 데스크급이 의견차를 보였다”고 말했다. 김춘식 교수는 “지금처럼 뉴스와 정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미디어 인사이드’를 폐지하면 공영방송의 역할과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사들이 편성하고 있는 자사비평 프로그램마저 방송의 핵심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못하고, 외려 자사 홍보가 되는 등 ‘겉치레’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이들 프로그램은 편성시간이 짧을뿐더러 시청자들이 TV를 보기 힘든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다. 

▲ MBC의 옴부즈맨 프로그램 'TV 속의 TV'. 이 같은 옴부즈맨 프로그램들이 자사비평 기능을 수행하기보다 자사 프로그램 홍보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편은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새벽 시간대에 편성했다. 채널A ‘시청자마당(오전6시)’, MBN ‘열린TV 열린세상(오전 5시50분)’, TV조선 ‘열린비평 TV를 말하다(오전 5시50분)’, JTBC ‘시청자의회(오전 6시)’ 등이다. 보도전문채널들은 심야시간대에 편성했다. YTN ‘시청자의 눈(오전1시30분)’, 연합뉴스TV ‘바로보는 TV옴부즈맨(오전 12시30분)’ 등이다. 지상파는  주로 낮시간대에 편성했다. MBC ‘TV속의TV(12시20분)’, SBS ‘열린TV 시청자세상(오후 2시)’. KBS1 ‘TV비평 시청자데스크(오후1시)’ 등이다.

이들 프로그램의 편성시간 또한 1시간 미만에 그쳤다. 심훈 한림대 교수는 “특히 YTN이나 연합뉴스TV는 24시간 뉴스를 하는 채널”이라며 “종일 뉴스를 내보내기 때문에 자사보도에 대한 성찰을 엄중하게 물어야 하지만 이들은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새벽시간대에 30분만 편성했다. 내용도 제대로 비평을 하는 게 아니라 면피용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홍원식 교수는 “옴부즈맨 제도가 엉망으로 운영되는 데는 방통위의 무관심과 무능력이 한몫한다”면서 “방송평가에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라고는 하는데,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시민으로부터의 감시는 이런 식으로 무력화된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 등은 방송법에 따라 옴부즈맨 프로그램 편성을 의무화하고 있고, 방송사 재승인을 받을 때 이를 평가한다. 그러나 배점이 작을뿐더러 정작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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