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자’를 선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자’로 낙인 찍은 유승민 무소속 후보가 제20대 총선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13일 오후 10시 현재 유 후보는 대구 동을 지역에서 75.7% 지지를 받으며 당선을 확실시하고 있다. 개표율이 37.8%로 더디지만 2위 이승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표차가 커 일찌감치 당선이 점쳐지고 있다.

대구 동을 지역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공천 파동 후 무공천 지역으로 확정하면서 적수가 없어진 가운데 유 후보의 무난한 당선이 점쳐졌다.

▲ 유승민 무소속 후보가 13일 대구 동구 선거 사무실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개표 방송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대구 투표율은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했다. 대구 투표율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42.6%로 전국 최저치를 찍었으며 이날 최종 투표율도 54.8%로 전국 최저치를 벗어나지 못한 채 투표를 마감했다. 전국 투표율 58%와 3.2%포인트 차를 보였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하는 대구 달성군(추경호 후보) 투표율은 54.2%로 대구에서도 낮은 지역에 속했다. 또 유승민 후보와 ‘박근혜 대통령 사진 액자 반납’ 논란을 일으켰던 조원진 후보 지역구인 대구 달서병 투표율은 48.6%로 유권자 절판이 표를 버렸다.

이외에도 ‘진박’ 인증을 받은 곽상도 후보가 출마한 중남구도 50.1%로 대구시 전체 투표율을 밑돌았다. 새누리당에 실망한 유권자가 투표 자체를 포기했다는 새누리당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 와중에 유 후보 지역구인 대구 동을 투표율은 54.2%로 대구 평균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민심은 유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했던 박 대통령의 뜻과는 반대로 친박의 공천 파동을 심판했다.

유 후보는 “꽃길만 걸었다”, “늘 당의 요직을 줬는데 당에 침을 뱉고 떠났다”, “시급히 청산해야할 구태정치”, “스스로 결단하라” 등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의 자진 탈당 압박과 모욕을 침묵으로 견뎌내고 후보 등록일 10분 전 탈당을 선언,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는 곧바로 ‘유승민계’로 분류돼 공천에서 컷오프 된 류성걸(대구 동갑), 권은희(대구 북),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후보를 지원하며 공격적인 선거 운동을 벌였다. 유 후보는 지난달 25일 류·권 후보와 하얀색 옷을 맞춰 입고 후보 등록을 하며 “두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연대를 과시했다.

▲ 유승민 무소속 후보(가운데)와 류성걸, 권은희 무소속 후보가 12일 대구 동구 평화시장에서 마무리 합동 유세를 하며 맞잡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유 후보는 선거 유세 마지막날인 12일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10대 기업 대구 유치’ 공약을 향해 “지난 3년, 지난 8년간 뭐하다가 선거를 코앞에 두고 하는 이 말을 믿냐”며 ”대구 시민을 우습게보고 오만하게 구는 이 세력에게 회초리를 한 번 들어 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 후보는 살았지만 함께 살아 돌아가겠다고 했던 다른 후보들은 고배를 마셨다. 류 후보는 진박 정종섭 새누리당 후보를 맞아 선전했으나 선거 막판 따라 잡히면서 결국 역전당했다. 개표율 80.9%를 넘어선 오후 11시43분 현재 정 후보가 49.8%로 류 후보 42.8%를 앞서고 있다.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라 뒤집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 후보는 정태옥 새누리당 후보와 일전에서 실패했다. 9시59분 현재 개표율 31%로 저조하지만 정태옥 새누리당 후보가 51.3%를 얻어 권 후보(25.6%)와 6900여표 차로 벌이며 당선을 확실시한 상황이다.

조해진 후보는 경남에서 새누리당 간판을 떼고 지지율이 뚝 떨어졌으며 결국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엄용수 후보를 꺾지 못했다. 엄 후보(41.7%)의 당선이 유력한 가운데 조 후보(38.3%)와의 표차는 11시45분 현재(개표율 93.1%) 4237표로 집계됐다.

유 후보는 무소속으로 국회에 입성 했지만 함께 연대했던 의원들이 모두 낙선하면서 힘을 잃게 됐다. 이후 복당 과정에서도 복당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진박 후보들과의 일전에서 열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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